“우리는 남편이 돌아오길 원한다” 영화 '로젠스트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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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로젠스트라세.

히틀러 정권 하에서 유태인 남편과 결혼한 독일 여성들의 저항을 담은 영화 '로젠스트라세'가 지난 18일 독일에서 개봉됐다. 마가레타 폰 트로타가 연출한 이 영화는 이달 베니스 영화제에 출품돼 배우 카자 리에만에게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겨준 작품. 유태인 남편을 둔 독일 여성들이 남편의 석방을 요구하며 벌였던 1943년 3월 2일 시위가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지난 12일 AFP 통신은 “역사책에서조차 빠진 이 이야기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채 외면인가 협조인가라는 양자택일만을 요구받았던 여성들의 저항과 불완전한 역사의 진실을 상징하고 있다”고 감독 폰 트로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영화는 남자들의 운명이 어떻게 입에서 입으로 퍼지고 수백명의 여성들이 그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황량한 자갈 도로를 가득 채웠는지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특히 히틀러 친위대에 둘러싸인 여성들이 “우리는 남편이 돌아오길 원한다”고 외치는 장면은 역사가들에 따르면 실제 사건과 가장 흡사한 부분으로 지적된다.

베를린 자유 대학의 볼프강 비페르만 교수는 “유럽 유태인 600만명을 학살한 나찌에 대한 전후 독일의 두 가지 거짓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고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거짓말을 이 영화는 직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그들의 남편은 이미 강제수용소에서 노역을 하고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독일 저항 기념관장 요하네스 투첼은 “몇몇 역사가들은 독일 여성과 결혼한 유태인들이 실제 강제 추방에 직면했었는지 의문을 던진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성들이 그 사실을 알았는가의 여부에 관계없이 남편을 위해 싸웠던 그들의 용기는 대단한 것이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한편 당시의 시위로 나찌의 리더십이 흔들렸다는 증거가 있다. 선전 장관 파울 요제프 괴벨의 일기 3월 2일자에는 이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괴벨은 “마침내 베를린에서 모든 유태인들을 몰아내고 있다. 이제 동쪽의 헤이스트 항구로 모두 추방될 것이다”고 썼다.

그러나 며칠 뒤 로젠스트라세 시위 속에서 그는 유태인 남편들을 석방하라고 지시한다. “유태인들이 집으로 복귀하기 전 군중들이 모여들고 유태인 편을 드는 등 몇몇 좋지 않은 광경들이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유태인들에 대한 소개를 계속 진행하라고 지시할 수 없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독일 국내 개봉 이후 세계 영화계가 주목할 '로젠스트라세'는 국가 권력 하에 묻혀졌던 여성들의 저항, 목소리를 드러내고 가려졌던 역사의 진실을 밝혀낸다는 점에서 영화계는 물론 역사학계 안팎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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