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부~자 되세요”
“아름다운 부~자 되세요”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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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게 삼선교점 이어 신대방점 여는 홍명희 명예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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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원기 기자>





아름다운 가게 마련 '씨앗기금' 기부로 시작

백혈병 여자아이에게 수익배분 보람

명예점장 활동 1년에 성격도 바뀌어




지난 15일 아름다운 가게 7호 신대방점에서는 17일 개점을 앞두고 깨끗이 단장한 재활용품들이 하나둘 진열되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가게로 들어선 홍명희(57)명예점장은 차 트렁크 가득 자신이 직접 모아온 기증품과 재활용품을 가게 안으로 옮기기 바빴다.



“오늘 사진 찍는다고 해서 미용실에 들렀는데 좋은 일에 쓰라고 이렇게 많이 주네요. 다 새 것 같은데.”



가게로 들어서자마자 이날 기증 받은 머리빗 한 보따리를 열어 보이며 자랑이 한창이다. 가게를 안내하고 물건 좋다며 내보이는 홍 점장의 모습이 처음 가게를 연 주인 마냥 조금 들떠 있었다.



사실 홍 점장은 지역 주민의 사랑방으로서 '우리 동네, 아름다운 가게'를 향한 첫 도전인 아름다운 가게 2호 삼선교점의 명예점장이기도 하다. 명예점장은 아름다운 가게의 점포 임대를 위한 '씨앗기금'을 기부하는데, 홍 점장은 삼선교점 마련에 장학재단을 위해 모아둔 돈을 흔쾌히 내놓았다.



매년 한번씩 장애청소년과 소년소녀가장을 지원하는 장학재단 일은 그가 지난 15년간 남모르게 이어온 봉사활동이다.



남편이 변호사였던 까닭에 아름다운 가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의 생각을 자주 접할 수 있었고 그 뜻에 함께 하고자 명예점장으로 동참하게 됐다. 홍 점장은 “아름다운 가게는 주부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실제 집안을 정리하고 물건을 기증해 나누는 사람들이 주부이고 또 이러한 운동을 통해 주부들이 봉사 정신을 기르게 된다고 말했다.



나눔과 순환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좋은 뜻으로 출발했지만 싸게 파는 물건값에 비해 모으고 닦고 수리하는 데 더 많은 돈이 들어가다 보니 아름다운 가게도 처음엔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가게가 2호점, 3호점… 6호점까지 늘어나면서 어려운 이웃과 희망을 나눌 '아름다운 돈'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1000만원에 이어 올해 아름다운 가게는 4500만원을 어려운 개인, 단체와 나눌 수 있었다.



“돈이 모자라 백혈병 수술을 못 받고 있던 여자아이가 우리가 배분한 수익으로 수술을 받게 됐어요. 어려운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다 지원해줄 수 없는 것이 여전히 안타까워요.”



명예점장은 아름다운 가게 수익을 전달할 곳을 선정하는 배분위원회에 참석한다. 홍 점장은 올해 백혈병 수술을 받아야 하는 16살 여자아이 등 삼선교점이 자리한 성북구의 어려운 이웃 9명에게 소중한 수익을 나눌 수 있었다.



“아름다운 가게가 7호, 8호 늘어날수록 이웃을 도울 수익도 점점 늘어나요. 가게를 열었으니까 수익을 많이 내야죠. 그래야 더 많이 돕죠.”



홍 점장이 삼선교점에 이어 신대방점에도 '씨앗기금'을 기부하고 적극적으로 뛰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는 “이미 아름다운 가게 11호점 개점까지 확정된 상태로 대전, 광주, 부산 등 전국점은 물론 올해 안에 20호점까지 개점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밝게 웃다가도 사진만 찍으려면 굳어지는 홍 점장의 얼굴이 말해주듯 그는 원래 남 앞에 나서서 말 잘하는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명예점장 활동 1년에 20년지기 벗들은 물론 주변 지인들로부터 많이 변했다는 소리를 자주 접한다. 가게를 홍보하고 기증품을 모아오는 것 역시 명예점장의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쑥스러운 듯 말을 아끼면서도 그는 자신의 이러한 변화가 싫지 않은 눈치다.



“나이 50을 넘어서면서 살아온 날보다 살 날이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에 지금부터 조금씩 준비하는 거죠.”



홍 점장이 또 아름다운 가게 신대방점 명예점장으로 나섰다는 소식에 한 유명인사는 선뜻 아끼는 매화 화병 한 점을 기증했다. “헌 물건, 못쓰는 물건 주고 싶지 않다며 안방에 두고 매일 닦았다는 귀한 화병을 선물하셨어요.” 어려운 이웃을 도울 때만큼이나 아끼는 물건을 기증 받으면 큰 보람을 느낀다.



아름다운 가게는 나눔과 순환을 담은 환경운동인 동시에 진보와 보수를 조화시키는 사회운동이라는 홍 점장은 “아름다운 가게가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을 잇는 연결통로가 됐으면 한다”며 “우리나라에도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나누는 아름다운 부자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7일 아름다운 가게 신대방점은 '우리 동네 사랑방'답게 지역 대학생들의 흥겨운 길놀이로 문을 열고 주민들을 맞았다. 명사들의 기증품을 전시한 코너와 이웃의 손때 묻은 물건을 돌아보는 손님들 옆에 수줍은 가게 주인 홍명희씨가 밝게 웃고 섰다.



김선희 기자sonag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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