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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활동가들의 정치참여를 가로막았던 단체별 내규에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어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19일 열린 총선여성연대 발족식 장면. <사진·민원기 기자>▶

비례대표 참여 '노 코멘트'

정치진출 막았던 내규 조정

임원·실무진의 정치참여를 막고 있는 여성단체 내규에 변화가 일 조짐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은 지난 2일 이 내용을 주제로 자체 토론회를 가졌다. 구체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여성계는 여연 내규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민우회)도 같은 내용으로 빠르면 이 달 중 논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어서 두 단체가 내리는 결정이 다른 여성단체들에게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여성노동조합 이철순 대표도 “우리 단체 역시 정치참여를 막을 생각은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여성단체가 처한 현실은 마냥 녹록치가 않다. 비례대표에 참여하자니 단체를 정치 발판으로 삼는다는 비판을 받아야 하고, 지역구 기반은 거의 전무하기에 지역구 출마도 요원한 게 현실이다. 무소속 출마는 한층 더 어려운 길이다.

개인의 선택이 중요

여성단체 대표들은 그들의 정치참여를 '개인의 선택'이라고 못 박으며 비례대표에 참여할 지 여부는 대부분 언급하기를 꺼렸다. “지금은 뭔가를 말하기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시기”라는 게 그들의 입이 무거운 이유지만 “참여하지 않겠다”고 똑 부러지게 언급하는 이도 드물었다.

조현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는 “한국에서 산 지도 얼마 안됐지만 이사를 많이 다녀서 지역구로 출마하기는 무척 어렵다”며 “특히 지역구가 상향식 공천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지역 연고가 없는 여성단체 대표들이 참여하기는 정말 힘든 일”이라고 털어놨다.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손봉숙 이사장은 “여성운동 차원에서 떨어질 각오로 지역구에 출마하는 여성들이 없는 게 문제고 그렇기 때문에 여성단체장들이 전국구나 기다린다는 비판을 받는다”며 “비례대표 50%는 차치하더라도 지역구 대 여섯 명 나가는 정도는 창피하고 부끄러운 노릇”이라고 자조했다.

손 이사장은 “지역구 출마 자체가 모험이지만 지금이라도 마음 맞는 여성들이 나서기만 하면 여성정치세력화의 바람을 일으켜볼 욕심은 버리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치적 순결주의 여전

운동하는 단체로서 정치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부담되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한국여성단체연합 이오경숙 공동대표는 “여성단체는 공익 활동을 하는 조직이니까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쪽에서 이 대표에게 손을 뻗치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그런 일없다”고 일축했다.

한국여성민우회 김상희 대표도 비슷하다. “2000년 총선 때보다는 여성단체의 정치참여를 전향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있으나 여성운동 이미지가 훼손될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개별 단체가 아니라 범 여성계가 조직적으로 참여한다면 문제는 달라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성단체의 정치 참여가 단체의 건실성을 헤친다는 지적도 있다. “여성의전화는 임원이 사표를 내면 바로 정치권으로 진출할 수 있는 내규가 있어요. 이 내규가 정해졌을 때는 여성단체의 정치권 진출이 많지 않았을 때죠. 지금은 달라요. 그 빈도나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기에 이 내규가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죠. 내규 조정을 검토하고 있어요.”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한우섭 공동대표의 설명.

한 대표는 “정치권 진출 문이 막혀있던 단체보다 열려있는 곳이 임원들 리더십이나 조직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단체들은 총선에서 유권자 수준의 운동을 준비하고, 전직 임원이 정치에 진출하는 게 가장 적절한 거 같다”고 제안했다.

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은 “시민단체 인사들의 정치참여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며 “시민단체의 정치 진출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지려면 시민사회 역량이 강화된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희대 김민전 정치학과 교수도 “우리 정치의 후진성이 극복될 때 여성단체의 정치참여가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단체는 정치참여 OK!

여성단체의 정치참여를 모두가 근심스럽게 바라보는 건 아니다. 직능단체는 오히려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김의숙 회장은 “정치는 개인의 우수성도 중요하지만 조직을 이끌어 본 경험이 굉장히 좋은 배경이 된다”며 “연륜과 규모가 갖춰진 여성단체 활동가가 그런 배경의 주인공”이라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처음에는 간호협회도 비정치단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꼭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간호협회 산하단체인 간호정우회를 통해 후보군 발굴을 조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간호협회 회장으로서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밀어주고 싶다”고 전해 본인의 참여여부는 물음표를 남겼다.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펼친 이도 있다. 대한여약사회 장복심 회장은 “모자라지만 좋은 기회가 주어지면 전국구에서 내년 총선을 준비해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한국여성지도자연합 유혜림 사무총장은 “단체장뿐만 아니라 단체활동가도 용기를 내서 지역구에 출마해야지 전국구만을 겨냥하고 미리 움츠러들 필요가 없다”며 “내년 총선에서 여성단체 활동가들의 출마를 유도하기 위한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단체 활동가들 가운데 사회적으로 노출돼있는 사람이 많아 활동력은 검증된 거나 다름없다”며 “결국 양이 질을 유도하기에 비례대표라도 기회가 주어졌을 때 놓치지 않는 자세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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