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의 젠더폴리틱스] 정의당답게, 야당답게가 정답
[김형준의 젠더폴리틱스] 정의당답게, 야당답게가 정답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20.08.13 06:00
  • 수정 2020-08-12 2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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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류호정 의원이 7일 경기 안성시 죽삼면의 한 수해현장을 찾아 복구활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류호정 의원이 7일 경기 안성시 죽삼면의 한 수해현장을 찾아 복구활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과 심상정 대표가 위기에 처했다. 위기의 발단은 지난 해 조국 사태 때 정의당이 보여준 명분 없는 대응이었다. 그동안 정의당이 걸어왔던 길에 대한 두터운 믿음과 기대가 무너졌다. 작년 연말 연동형비례대표를 도입하는 공직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연대하면서 구축된 ‘정의당=민주당 2중대’라는 이미지도 악재다.

더 치명적인 것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원내교섭단체구성(20석)을 목표로 했지만 반칙과 꼼수를 동원한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 출연으로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은 겨우 6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런 와중에 성추행 의혹을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고 박원순 서울시장 조문과 관련된 당내 불협화음이 위기를 재촉했다. 청년 세대인 류호정·장혜영 의원은 ‘2차 가해 중단과 피해자와의 연대’를 호소하며 박 시장을 조문하지 않았다. 그런데, 심상정 대표는 빈소를 찾아 조문했고, 두 의원이 조문을 거부한 데 대해 “유족들과 시민의 추모 감정에 상처를 드렸다 면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심상정 대표의 수해 복구 인증샷 논란이 발생했다. 심 대표는 지난 7일에 SNS에 “정의당 의원들과 피해 농가에서 수해복구 지원 작업을 했다”며 현장 사진 5장을 올렸다. 그런데 네티즌 사이에 “옷과 장화가 깨끗하다”, “보여주기 아니냐”는 비난이 일자 문제의 사진을 삭제했다.

조문 논란에 이어 수해복구 ‘인증 샷’은 그간 진보정치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심상정 대표의 행보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됐다. 일각에선 ‘포스트 심상정’ 리더십을 만들어내야 할 때라는 평가마저 나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진보정치에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악재들이 겹치면서 정의당 지지도는 추락하고 있다. 한국 갤럽이 최근 20주(3월 4주~8월 1주)동안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 정의당 지지도는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최하 4%에서 최고 8%로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정의당이 비례대표 선거에서 얻은 9.7%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현재 정의당과 심삼정 대표가 처한 위기는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성장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정의당은 정의당다워야 한다. 타는 목마름으로 정의로운 사회를 원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정의당이 정의가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도덕성이 살아야 정의도 살 수 있고, 무너진 원칙도 다시 바로세울 수 있다”고 했다. 정의당은 ‘편의주의적 정의’, ‘위선적 정의’, ‘선택적 정의’에 함몰된 집권 세력의 비도덕적 행태에 대해 비판하고 응징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기대가 다시 샘물처럼 솟아 날 수 있다.

둘째,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야당다워야 한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법무부 장관의 잘못된 수사지휘권 발동, 고 박원순 시장 성 추행 의혹 사건, 윤미향 사건 등 정부 여당의 권력 남용과 도덕적 이탈에 대해 추상과 같은 자세로 진실을 규명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필요하다면 다른 야당과의 공조체제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제3의 길을 가야 한다. 정의당에는 철학은 있지만 과학이 없다. 국민들이 정의당에게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국민이 공감하는 어젠다를 제시해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 실용적 진보의 길을 가야 한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에 대해 공은 70%이고 과오는 30%라는 의미로 ‘공칠과삼(功七過三)’이라고 언급했다. 단언컨대, 심상정 대표의 경우는 ‘공구과일’(‘功九過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심 대표가 노동운동, 여성운동, 민주화 운동의 긴 역사 속에서 보여 준 열정과 도전, 그리고 진정성은 그 어떤 파편화된 파문 속에서 무너질 수도 폄훼될 수도 없다. 심불리가 꿈꾸던 “여성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차별 없는 나라” “노동이 당당한 나라” “청년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나라”는 그 어떤 난관에도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 그것이 정의다.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여성신문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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