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전 아내 명의 26개 사망보험 가입
재판부, 살인 혐의 무죄… ‘졸음운전’ 판단

경부고속도로 천안IC 부근에서 2014년 교통사고를 위장해 캄보디아 국적의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A(46)씨 사건과 관련해 현장검증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교통사고를 내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이 파기환송심에서 살인죄를 벗고 금고 2년을 선고받았다. 단순 교통사고로 판결이 났기 때문에 남편이 100억원대 보험금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대전고법 형사6부(허용석 부장판사)는 10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50)에게 원심을 파기하고 금고 2년을 선고했다. 살인 전제인 보험 사기 부문은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씨가 고의 사고를 낸 것이 아닌 졸음운전으로 인한 치사죄를 적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 사망에 따른 보험금 95억원 중 54억원은 일시에 나오는 게 아니며 사고 당시 고의를 의심할 만한 점이 없고 다수 보험에 가입했다는 간접 사실만으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자녀를 위해 보험도 많이 가입했던 점,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던 점 등을 보면 살인 동기가 명확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2014년 8월 오전 3시 40분경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천안IC 부근에서 자신의 승합차를 운전하다 비상주차대에 정차 중인 8t 화물차를 들이받아 조수석에 타고 있던 캄보디아 출신 아내 B씨(당시 25세)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임신 7개월 상태로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즉사했다. 안전벨트를 멘 A씨는 큰 부상을 면했다.

B씨는 25개 보험에 가입돼 총 95억원에 달하는 보험금 지급 계약이 돼 있었었다. 지연 이자까지 총 100억원이 넘는다.

이 사건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2심에서 유죄를 받았다. 그러다 2017년 5월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다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검찰은 A씨가 의도적으로 B씨를 살해했다고 추정했다. 2008년부터 피보험자 B씨로 수령인은 본인으로 하는 생명보험을 26개 가입했으며 수백만 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유지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사고 당시 아내만 숨졌는데 A씨가 사고 직전 핸들 조작을 했다고 의심해 사형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B씨를 살해할 목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사고를 일으킨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해자 혈흔에서 수면 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부분에 대해 “그 성분이 임신부나 태아에게 위험하지 않다는 감정이 있다”며 “일상생활 속 다양한 제품에 쓰이는 성분인 점 등으로 미뤄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일부러 먹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대법원의 최종 판단만이 남았다.

이 사건은 여러 모로 보험 사기 의혹과 관련해 석연치 않다. A씨는 아내 사망 몇 시간 만에 화장장을 예약했고 경찰이 부검을 하지 못했다. 보험사에 중복 가입이 돼 있음에도 경찰이 중복 가입 사실조차 뒤늦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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