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다리’는 국어사전에 등재
‘양반다리’, ‘가부좌’ 다양한 표현도
‘엄마다리’는 지칭어 없이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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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가면 한 가지 사소한 고민이 생긴다. 입식테이블과 좌식테이블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치마를 입을 때에는 입식테이블을 선호하게 된다. 치마를 입고 좌식테이블에서 ‘아빠다리’를 하고 앉으면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여 겉옷이나 담요를 덮는 등 여러모로 불편함이 생긴다.

‘아빠다리’는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 등재돼 있는 말이다. 사전에 따르면 ‘어린아이의 말이나 어린아이를 상대로 하는 말로 책상다리를 이르는 말’이라고 써져 있다. 그 유의어로 ‘양반다리’도 있다.

‘양반다리’도 마찬가지로 사전에 등록돼 있다. 사전에는 ‘한쪽 다리를 오그리고 다른 쪽 다리를 그 위에 포개고 앉는 자세’라고 뜻을 풀이했다. 특히 ‘양반’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가부장제가 정착된 조선시대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면 신분이 높은 남성이 취하는 자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자세로 봤을 때 아빠다리와 크게 다른 점은 없다.

아빠·양반다리는 승려들이 수도나 참선할 때 앉는 자세인 ‘가부좌’로 통하기도 한다.

반대로 ‘엄마다리’도 있다. 다만 ‘엄마다리’는 사전에 등재돼 있지 않다. 통념적으로 엄마다리는 한쪽 다리를 세워 앉는 자세다.

엄마다리는 여성이 반절을 할 때 다리 자세와 닮았다. 여성이 반절을 할 때는 왼쪽 무릎을 굽히고 오른쪽 무릎은 세워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반대로 남성이 반절을 할 때는 큰절을 할 때와 동일하게 왼쪽 무릎을 먼저 꿇고 그 다음 오른쪽 무릎을 굽힌다.

이처럼 아빠다리를 표현하는 용어가 많은 것에 비해 엄마다리는 해당 자세를 지칭하는 용어나 정의가 별도로 없었다. 또한 자세에서도 성별에 따라 차이점이 있었다.

아빠·양반다리에 대해 박지영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언어 자체가 남성에 한해 대표되는 것도 있고 자세도 다리를 오므리지 않고 벌린다”며 “이는 남성에게 허용되는 전형적인 다리이며 가부장제를 상징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활동가는 “반면 여성에게는 다리를 오므리고 앉는 자세가 일반적”이라며 “이는 여성의 성기나 여성의 안다리에 대해 음란하게 보는 성적대상화와 같은 시선이 포함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성을 표현하는 말이 없는 것도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더 나아가 여성은 치마를 입을 때는 다리를 모으고 앉아야 한다고 교육 받아왔는데 이것 또한 남성의 시선에서 바라본 관념”이라며 “여성도 남성처럼 다리를 편하게 벌리고 앉을 자유가 있다. 쳐다보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도 “언어가 기본적으로 가부장적인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라며 “‘아빠·양반다리’의 경우에는 가부장제 문화가 신체와 자세, 태도를 어떻게 규율하는지 잘 반영하고 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손 평론가는 “아빠·양반다리라고 지칭하고 다리를 편하게 벌리고 앉는 것은 성별뿐만 아니라 계급 역시 반영돼 있는 셈이다”라며 “또한 ‘아빠·양반’이라는 이름을 씀으로써 그 자세에 품위, 우아함의 의미를 덧붙이고, 아빠나 양반들이 그 자세 자체를 전유하게 되는 효과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여성은 더 조신하고 몸을 최대한 작게 만드는 방식으로 앉도록 하는 문화에서 ‘엄마 다리’라는 다른 자세를 만들어내고, 남성과는 다른 방식으로 여성의 신체를 규율하는 방식이 내포돼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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