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가들의 추석 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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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며느리형 곽배희·이김현숙 시댁서 차례준비

해외출장형 이혜경·고은광순 업무상 해외출장

나몰라라형 손이덕수·이예자 쉬거나 관심없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추석. 양성평등적인 명절문화가 조금씩 퍼지고 있지만 여성들에게 명절은 여전히 스트레스다. 여성운동가들은 어떨까. 뜻밖에 “보통 여성들과 다르지 않다”며 손사래를 치거나, 아예 해외로 도피(?)하는 여성계 지도자들까지 이들의 올 추석을 미리 들여다봤다.

▲ 일며느리형

여성운동가들도 차례는 보통 남자 집에서 지낸다. 시댁과 친정을 번갈아 차례를 지내는 움직임도 있지만, 이들에게도 아직 먼나라 얘기다. 명절은 여전히 시댁 중심이다.

이오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추석 일주일 전 친정 식구들과 성묘를 가 미리 차례를 지낸다. 시댁이 기독교 집안이라서 차례를 지내지 않지만 추석 당일은 시댁 식구들과 모이는 시간으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사무소 소장도 추석 1∼2주 전에 친정 산소에 간다. 추석엔 시댁에서 차례를 준비하는 곽 소장은 “시댁 차례가 끝난 뒤 친정에 들렀다가 남는 시간은 남편과 여유 있게 지낸다”고 귀띔했다.

윤정숙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도 비슷한 처지다. 추석 전날 인천에 있는 친정에 들렀다가 추석날에는 큰댁에 내려간다. 이춘호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회장은 오전에 시댁에서 차례를 지내고 오후에 친정에 가는 경우.

이김현숙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공동대표는 추석을 시댁에서만 보낸다. “명절은 시댁 가족과의 상봉 시간이죠. 시부모님이 우리 집으로 오시거든요. 친정 식구들은 어머니·아버지 생신을 상봉하는 날로 삼고 있어요.” 이김 대표의 설명이다.

시댁중심 명절 문화 여전

가사는 어떻게 나눌까. 50세 안팎인 이들의 나이 때문일까. 남녀가 일을 같이 하지만 주도권(?)은 여전히 여성 몫이다. 여성이 가사를 전담하던 모습에서 모든 가족이 함께 명절노동을 즐기는 문화로 변한 정도다. 이만큼 되기까지도 여러 해 걸렸다는 게 이들의 솔직한 목소리.

박인혜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상임대표는 “보통 집하고 다를 바 없이 차례를 지내고 있다”고만 전할 뿐 더 이상 언급을 피했다.

곽배희 소장은 맏며느리로 차례 상을 준비하느라 가사분담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 시대 남자들이 평등한 명절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차례를 지내는 데 남성과 여성이 각자 할 역할이 있다고 봐요. 남편이 반드시 음식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아요. 자율적인 선택에 맡기죠.”

▲ 해외출장형

하지만 추석에 꼭 차례를 지내거나 친척들과 함께 보내라는 법은 없다. 추석 계획이 뭐냐는 물음에 이혜경 여성문화예술기획 대표는 “추석이 언제냐”며 날짜를 따져본 뒤 “그 때 한국에 없다”고 잘라 말한다. 토론토 영화제에 참석하러 5일부터 14일까지 한국을 떠난다.

고은광순 호주제폐지를위한시민의모임 공동대표도 추석 전후로 한국에 없다. 5일부터 일주일간 여한의사회 회원들과 라오스로 의료봉사를 떠나기 때문이다. 맏며느리로서 그동안 차례를 준비해왔던 고은 대표의 라오스행은 다분히 '의도'된 외출이다.

“추석 때 외국으로 나가는 건 처음 시도해봐요. 가부장제를 깨려면 문화가 변해야죠. 죽은 사람에 집중하기보다 살아있는 사람을 위해 움직이는 게 양성평등한 추석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지 않을까요?” 고은 대표는 명절이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절 피해 아예 외국행도

▲ 나몰라라형

아예 추석에 신경쓰지 않는 이도 있다. 손이덕수 개혁국민정당 전국여성회의 의장이 주인공. “추석은 내게 특별한 의미가 없어요. 요즘처럼 풍족한 세상에서 날마다 추석이나 다름없죠. 농부의 땀이 일군 결실을 축하하는 추석은 없어졌어요.”

이예자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대표는 올 추석 때 편하게 쉴 작정이다. 물론 추석날 하루는 아버지와 오빠가 있는 영등포 친정에 간다. 친정 식구들과 아침을 먹고 어머니 산소에 다녀온 뒤엔 조카들과 시간을 보낸다.

기독교인이어서 차례는 안 지낸다. 전에는 싱글 친구들과 더러 여행도 다녔지만 지금은 친정에 다녀왔다가 남은 시간에 '푹 쉬는'게 제일 좋다.

이문숙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총무도 모처럼 혼자 있는 시간을 빈둥거리면서 즐긴다. 친정에 가서 차례 준비를 돕긴 하지만 나머지 시간은 무조건 놀아야 한다. 가끔 여행을 가는데 올해는 추석 전날 영국 출장에서 돌아오기 때문에 특별히 계획을 안 세웠다.

이 총무는 명절만 되면 괜히 우울하고 몸도 뻐근해지는 '명절 증후군'이 있다.

“장녀라서 명절에 동생들보다 음식 만들기를 돕는 일이 많았죠. 그래서인지 어릴 때부터 명절이 재미없었고 가족들이랑 어울리는 것도 의무 같았어요. 물론 지금은 조카들 보는 재미가 있어 전보단 나아졌지만요.”

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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