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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달 25일 이오경숙 여연 상임대표 등 시민 사회단체 대표들과 호주제 폐지와 관련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이기태>▶

26일 여성단체 대표자와 면담

사실상 유보 의견…“당내 토론 거칠 것”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호주제 폐지 여론과 관련해 지난달 26일 “아내를 놔두고 어린 아이에게 호주를 승계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개인적으로는 호주제 폐지 주장에 동조하는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그러나 “남아선호 사상이 반드시 호주제 때문에 생겼다고 보지는 않으며, 유림의 반대 등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며 “세상은 자연스럽게 바뀌고 변해가는 것”이라고 말해, 호주제 폐지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어린이 호주 승계 난센스”

최 대표는 이날 이오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최병모 민변 회장 등 여성·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호주제 폐지에 대한 여론은 도시와 농촌이 다르고, 감안해야 할 문제가 많은 만큼 현실을 직시해달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가 말한 '현실'은 호주제 폐지 여론이 어느 정도 일고 있는 도시와 달리, 농촌에선 공감대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 이 때문에 선거를 앞둔 의원들이 지역민심을 의식, 호주제 폐지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는 얘기다.

최 대표는 “국회의원들이 호주제 폐지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는 건 찬반 의견을 섣불리 밝혔다가 내년 총선에서 타격을 입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당에서 심도깊은 토론을 진행할 터이니, 한 번 지켜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여성계 대표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말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최근 우리 큰아이가 이혼을 했는데, 현행 호적대로라면 이혼 경력이 다 드러나는 것 아니냐”며 “호적엔 드러내기 싫은 비밀까지 공개되기 때문에 과연 필요한가란 의문을 갖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오경숙 대표는 “최근 호주제 폐지를 담은 민법개정안에 이어 정부안도 나왔고, 여론도 폐지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며 “이회창 전 총재가 올해 안 폐지를 약속했던 만큼, 한나라당이 이 일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 대표는 이날 호주제를 없애면 예전 호적부도 없어지는지, 호주제 폐지가 실질적으로 어떤 이익을 내는지, 1인1적제가 옛 호적을 대체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여성계 인사들과 한 시간 가까이 토론을 벌였다.

최 대표는 면담이 시작된 직후 김영선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이제 나가달라”고 요청하자, “그럴 필요 없다, 이 문제는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논의해야 하는 만큼 기자들이 있어도 괜찮다”며 회의를 공개했다.

최, 면담 흔쾌히 공개

자리를 함께한 전재희(경기 광명) 의원은 “지금 중요한 건 호주제 폐지에 대해 잘 모르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이해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라며 “내가 호주제 폐지에 찬성발언을 할 때 실제로 도움이 될 자료를 여러분이 달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전 의원은 “대표 의견이 곧 당론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며 “당론으로 정한다 하더라도 거쳐야 할 과정이 많은 만큼, 여성계가 반대론자를 무조건 공격하지 말고 이해시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선 대변인은 이날 고은광순 호폐모 위원장 등이 “호주제 폐지에 반대하는 의원을 대상으로 낙선운동을 펴겠다”고 말하자, “호주제 폐지에 유보적인 이유만으로 한나라당을 공격하는 건 옳지 않으며, 이 문제를 선거와 연결시켜진 말라”며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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