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나눌 줄 아는 사람 키워 ‘인재 숲’ 이룰 것”
[만남] “나눌 줄 아는 사람 키워 ‘인재 숲’ 이룰 것”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0.07.24 05:10
  • 수정 2020-07-24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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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재)숲과나눔 장재연 이사장
안전·보건·환경 인재 양성 목표
장 이사장 제안으로 2018년 출범
SK하이닉스 350억원 출연
출연 기업 간섭 없이 독립 운영

 

ⓒ홍수형 기자
ⓒ홍수형 기자

 

재단법인 숲과나눔은 안전·보건·환경(Safety·Health·Environment, ‘SHE’) 분야 인재 양성을 목표로 삼는 공익재단이다. 그런데 조금 특별하다. SK하이닉스는 350억원을 기금으로 내놓으면서도 재단 운영에는 전혀 간섭하지 않는다. 이사도 파견하지 않았다. 재단의 의사 결정, 운영 모두 외부 인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맡는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재단 운영 방식이다. 재단 설립을 처음 제안하고 현재 운영을 총괄하는 장재연(62) 숲과나눔 이사장은 “SK하이닉스가 처음 한 약속을 잘 지켜주고 있고, 재단 구성원들도 우리 재단이 잘 운영돼 좋은 사례가 쌓이면 독립적인 공익재단도 점점 늘지 않겠느냐”면서 “더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36년차 환경운동가

장 이사장은 40년 가까이 강단과 현장에서 활동한 환경운동가다. 1984년 연세대학교 환경공해연구소 연구원과 예방의학교실 조교를 시작으로 환경 분야 연구를 시작한 그의 운명을 바꿔놓은 것은 1985년 온산병 사태 대책위원회 활동이다. 온산병은 울산광역시 온산공업단지 일대에서 발생한 공해병이다. 장 이사장은 당시 온산병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1990년대에는 평택 소각장, 매향리 소음 소송 등 에 함께했다. 88서울올림픽 때부터는 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환경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후 2001년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을 시작으로 서울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정책위원장을 거쳐 현재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숲과나눔의 시작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노동자 28명이 림프조절기계 암 진단을 받았다는 내용이 세상에 알려졌다. 회사는 신속하게 ‘산업보건검증위원회’를 꾸렸고 장 이사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1년간 작업환경 측정과 화학물질 관리실태 평가, 역학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는 “반도체 작업장과 직업병 의심질환의 인과관계에 대해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는 검증위가 제안한 포괄적 보상안과 개선안을 모두 수용했다. 그러고는 관련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고 장 이사장에게 제안했다. 그때 그의 머릿 속에 떠오른 것은 ‘사람’이었다.

“환경 보건 분야는 중요하다면서도 지원은 적어요.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키고 위험요인을 만드는 영역이 정부, 기업이다보니 관심을 받기 힘들거든요. 문제를 잘 풀려면 인적·물적 재원이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극소수의 희생만으로는 한계가 있거든요. 늘 사람이 필요하다고 얘기했어요. 그런데 재원을 준다고 하니, 상상하던 것을 현실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인재 양성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자는 것. 예전에는 기업이 이윤이 더 얻기 위해 노동자를 착취하고 나쁜 환경을 만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세상은 마냥 그렇지는 않잖아요. 문제를 해결하려면 갈등을 잘 이해하고 양측이 서로 ‘윈윈’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일은 결국 인재가 해야합니다. 인재가 성장하는 토대를 만드려면 재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SK하이닉스는 기금만 내고 떠나야 했지만, 결국 그 ‘악조건’을 받아들였어요. 그리고 2년이 흘렀네요. 현재 순항 중입니다.”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재)숲과나눔에서 장재연 숲과나눔 이사장은 "환경 문제를 지적하고 풀려면 인적 물적 지원이 있어야한다"며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홍수형 기자

 

재단은 인생의 마지막 임무

재단 이름은 장 이사장이 지었다. 이름만 듣고는 “나무 심는 재단이냐”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흔히 사람을 나무에 빗대잖아요. 저는 재단이 씨앗을 뿌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좋은 나무로 길러낸 인재들이 서로 나누고 공생하며 숲을 이루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미래가 더욱 건강하고 지속가능할 수 있지 않겠어요. 숲에는 한 종류의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침엽수도 있고 키가 작은 나무도 있는데 서로 어우러져야 숲이 되죠.”

창립 이후 지난 2년은 숲과나눔이 씨를 뿌리고 꽃을 피우는 시기였다. 시민아이디어 공모전인 ‘풀씨’와 1곳당 2000만원이 지원되는 스타트업 사회운동 지원 사업인 ‘풀꽃’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네 차례 풀씨 공모전을 통해 이미 새로운 아이디어 180여개 모였다. 풀씨를 거쳐 풀꽃 지원을 받으며 화제를 모은 팀도 있다. 지난해 환경단편영화 대상을 받은 단편영화 ‘쓰레기 덕후 소셜클럽’은 숲과나눔 지원을 받았다. 특히 석·박사 장학금 지원, 특정 주제 연구자 육성, 박사 후 펠로십 플로그램 프로그램에는 별도 홍보를 하지 않아도 사람이 몰린다.

장 이사장은 재단을 통한 봉사를 인생의 마지막 임무로 생각한다. 그는 그동안은 “참 꼿꼿하게 살았다”고 했다. 직업병, 산업재해 현장에서 활동해오며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는 한편, 정부·기업·노동자·주민 사이에서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맡다보니 그렇게 살았다고 했다.

“그동안 환경운동을 하며 보람있고 정의롭게 살았지만 재미는 없었어요. 일을 해도 안좋은 소리 듣기 일쑤고, 걸려오는 전화는 도움을 요청하는 것 뿐이었거든요. 개인생활도 없었죠. 수중환경운동을 하며 배운 스쿠버다이빙이 유일한 취미에요. 제자들에게도 ‘나같이 살지마’라고 말하곤 했어요. 그런데 재단 활동을 하며 달라졌어요. 보건환경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지원해주는 일을 하며 기쁨을 느낍니다. ‘그동안 유별나게 살아서 재단이 내게 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곤 해요. 이 일은 행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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