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우리말 쓰기] ⑤ 학교 앞 ‘그린푸드존’ 뜻…알고 계신가요?
[쉬운 우리말 쓰기] ⑤ 학교 앞 ‘그린푸드존’ 뜻…알고 계신가요?
  • 진혜민 기자
  • 승인 2020.07.23 07:25
  • 수정 2020-09-25 1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공기관과 언론·미디어에서 사용하는 어려운 공공언어로 국민이 겪는 불편이 크다. 여성신문사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공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을 펼쳐나간다.

14일 서울 서대문구 미동초등학교 후문 앞에는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 팻말이 벽에 붙어 있다. ⓒ홍수형 기자
14일 서울 서대문구 미동초등학교 후문 앞에는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 팻말이 벽에 붙어 있다. ⓒ홍수형 기자

학교 앞 ‘그린푸드존’(Green Food Zone)이라고 써진 표지판을 본 적 있는가. 익숙하게 볼 수 있는 표시임에도 용어가 전부 외래어로 된 합성어로 돼 있어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그 순화어도 매끄럽게 전달되지 않아 혼란을 일으킨다. 이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는 외래어로 된 정책용어가 자주 쓰이고 있다.

그린푸드존은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을 의미한다. 학교 및 학원가 주변에서 판매되는 어린이 기호식품에 대한 안전하고 위생적인 판매환경을 조성하고 어린이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200m 범위 안에 설정된 구역이다.

이 표지판은 주로 어린이(학생) 및 시민들이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식품판매업소(문방구, 분식점 등)가 밀집된 지역이나 통학로와 가까운 학교 벽면에 부착된다.

다만 ‘그린’(Green), ‘푸드’(Food), ‘존’(Zone) 모두 외래어로 합성돼 있어 용어의 이해도를 떨어뜨린다.

‘그린푸드존’이라는 고유어와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이라는 순화어 뜻의 맥락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해당 표지판을 접한 50대 이 씨는 “원래의 뜻을 알기 전에는 채식주의를 뜻하는 비건(vegan)을 의미하는 줄 알았다”라며 “‘식품안전보호구역’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어명과 뜻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국립국어원(이하 국어원)은 작년 12월 ‘2019년 중앙행정기관 공공언어 진단’ 보고서를 통해 정부 부처의 공공언어 사용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을 유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45개 중앙행정기관 전체에서 사용된 어려운 정책용어로 165개가 선정됐다. 평균 3.7의 빈도로 어려운 정책용어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다만 부처별로 사용 빈도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단순히 평균적으로 그 수준을 평가하기가 어려웠다고 국어원은 밝혔다.

국어원은 “△병무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경찰청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으로 선정된 표현이 전혀 없었다”며 “반면, △농촌진흥청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등에서는 10회 이상 어려운 정책용어가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정부업무보고자료의 어려운 정책용어 목록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글로벌에이징센터’(Global Ageing Center)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었다.

국어원은 인권위의 ‘글로벌에이징센터 중장기 발전 방안 마련 및 노인인권 증진 전담기구 역할 확립’이라는 부분에서 발췌했음을 알리며 ‘국제 노인 인권 센터’로 개선안을 제시했다.

농촌진흥청의 ‘골든시드프로젝트’(Golden Seed Project)에도 주목했다. 국어원은 ‘골든시드프로젝트’라는 정책 용어 대신 ‘(수출용) 우량종자 육성 사업’ 혹은 ‘황금 종자 사업’이라는 개선안을 밝혔다.

아시아의 환경 주도권을 뜻하는 산림청의 ‘그린아시아이니셔티브’(Geen Asia Initiative) 정책명에도 ‘청정 아시아 주도권’이라는 개선안을 권유했다.

환경 연구·제조시설 등 환경융합단지를 의미하는 환경부의 ‘에코사이언스파크’(Eco Science Park) 정책명에는 ‘환경 친화 공원’을 제안했다.

정보의 전달은 보다 알기 쉬운 용어를 사용할 때 효과적이다. 국립국어원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정책용어가 각 기관의 업무 내용을 국민에게 소개하는 매우 중요한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업무보고자료와 누리집에 외래어를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은 국민의 정책 관심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특히 외래어와 외국어를 사용할 때 용어와 그 뜻이 자연스럽지 못한 표현들은 혼란을 일으킬 수 있어 자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쉬운 우리말쓰기 보도팀 이하나, 진혜민, 유슬기, 고은성, 박하연
감수 상명대학교 국어문화원 특임교수 김형주
공동기획 여성신문사, (사)국어문화원연합회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인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