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승무원 유니폼은 ‘전투복’
항공사 승무원 유니폼은 ‘전투복’
  • 진혜민 기자
  • 승인 2020.07.09 07:25
  • 수정 2020-07-09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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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의 새로운 개념…
성별 구분 없이 승객 안전 중시
ⓒ에어로케이항공
지난달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오는 8월 첫 운항에 들어가는 신생 항공사 ‘에어로케이항공’은 승무원 유니폼에 여성과 남성, 성별의 경계를 없앤 ‘젠더리스룩’(Genderless)을 선보였다. ⓒ에어로케이항공

몸에 달라붙는 H라인 치마와 꽉 끼는 블라우스로 된 전형적인 여성 승무원 유니폼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지난달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오는 8월 첫 운항에 들어가는 신생 항공사 ‘에어로케이항공’은 승무원 유니폼에 여성과 남성, 성별의 경계를 없앤 ‘젠더리스룩’(Genderless)을 선보였다.

업체는 안전벨트 스트랩을 모티브로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원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활동성과 편의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신발도 높은 구두가 아닌 운동화를 착용할 수 있다.

김성천 에어로케이 상무는 “‘젠더리스’(Genderless)라는 콘셉트는 강병호 에어로케이 대표의 아이디어에서부터 출발한 것”이라며 “우리는 ‘안전’을 가장 큰 가치로 추구한다”고 밝혔다.

김 상무는 “항공사는 안전이 가장 중요하고 항공 승무원들은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직책”이라며 “그러나 기존 승무원들의 복장을 보면 안전과 거리가 멀다. 미에만 중심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승무원 유니폼을 ‘전투복’이라고 생각한다. 전투복이 예쁠 필요가 없지 않나”라며 “또한 짐을 올리고, 아픈 승객을 보호하는 등 똑같은 객실 서비스를 제공할 때 남녀 간 유니폼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젠더리스 유니폼을 입어본 승무원들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는 “직원들이 타 매체와 인터뷰한 것을 봤다”며 “사무장급인 직원들은 타 항공사 유니폼을 입어봤기 때문에 우리 유니폼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했다. 이어 “옷 관리하기도 쉽고 서비스를 하거나 짐을 나를 때 편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성 상품화를 지양하는 에어로케이는 복장뿐 아니라 두발규정도 자유롭다”며 “특히 금기시되는 안경도 착용 가능하고 타투도 개별적인 취향이라고 생각해 존중한다”고 밝혔다.

앞서 제주항공도 2018년 승무원 안경 착용을 허용하고 두발 자유화를 선언했다.

이전에도 승무원 유니폼에 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한 곳이 있었다. 2008년 진에어는 설립 당시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승무원의 기본 복장을 ‘청바지’로 정했다. 다만 승무원들의 유니폼 개선 의견으로 작년 7월 꽉 끼는 스키니진 대신 신축성 있는 청바지와 치마 유니폼도 함께 허용했다.

ⓒ진에어
진에어는 승무원들의 유니폼 개선 의견으로 작년 7월 꽉 끼는 스키니진 대신 신축성있는 청바지와 치마 유니폼도 함께 허용했다. ⓒ진에어

2018년부터 진에어는 승무원 60여명이 참여하는 ‘유니폼 개선 포커스그룹’을 구성해 새로운 유니폼을 논의했다. 그동안 청바지 유니폼이 몸에 꽉 껴 기내업무에 불편함이 많다는 직원들의 호소가 있었다. 꽉 끼는 청바지를 입고 근무하다 보니 여성 질환으로 고통을 겪는 승무원들도 있었다.

결국 진에어는 청바지, 치마 중에서 승무원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해 착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청바지의 경우 신축성 있는 소재를 적용해 기내 근무 시 승무원들의 불편이 없도록 했다.

2013년에는 ‘치마’만 강요하는 국내 항공사가 사라졌다. 당시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2012년 여성 승무원의 치마 복장 착용 등을 강요하는 아시아나항공의 복장 규정이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이에 인권위는 “치마 근무복만 입게 한 아시아나항공의 복장 규정은 성차별이다. 유니폼으로 치마 외에 바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2005년 새 유니폼으로 바뀌면서 바지 근무복도 함께 도입했다. 이어 제주항공·이스타항공·에어부산·티웨이항공 등도 회사를 설립하면서 두 가지 복장을 마련했다.

최근에도 여성 승무원에게 립스틱 색깔과 치마 길이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작년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한국철도공사, 수서고속철도(SRT), 국내 항공사별 승무원 업무 매뉴얼’을 통해 대부분 화장은 물론 두발, 액세서리 착용 규정까지 별도로 기술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제주항공 ‘객실승무원 서비스 교범’. ⓒ이용호 의원실
제주항공 ‘객실승무원 서비스 교범’. ⓒ이용호 의원실

제주항공의 ‘객실 승무원 서비스 교범’에 따르면 남성 승무원의 메이크업 규정은 3개인 것에 견줘 여성 승무원의 규정은 20개가 넘는다. △반드시 아이라이너를 사용하여 눈매를 선명히 보이도록 한다 △속눈썹 연장 시 너무 인위적이거나 너무 띄엄띄엄 있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한 △피부에 트러블이 생기거나, 안질환으로 눈에 메이크업이 불가할 경우 팀장과 사전 면담을 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있다.

티웨이항공은 국외에 체류할 경우 ‘노메이크업(민낯)과 정돈되지 않은 헤어는 금한다’고 규정했다.

국내의 상황과 다르게 국외 항공사들은 여성 승무원의 용모 규정을 완화하는 분위기다. 아일랜드항공은 올해 여성 승무원의 화장 의무 규정을 폐지했다. 영국 버진애틀랜틱 항공 역시 여성 승무원에게 화장과 치마 착용을 강요하지 않는다. 영국 항공에서 단거리와 장거리 노선을 모두 운항하고 있는 믹스 플릿의 여성 승무원들도 원할 경우 치마 대신 바지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여성 노동자의 유니폼 변화에 대해 “옷이 편해야 업무환경도 개선된다”며 “지금까지 항공 승무원의 옷은 장식을 위한 것이라는 느낌이 강했다”고 밝혔다.

배 대표는 “승무원의 가장 큰 책무는 안전 업무”라며 “활동하기 좋게 유니폼이 바뀐 것은 노동자 입장에서 능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업무 환경이 개선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환영 의사를 표했다.

이어 “여성과 남성을 구분 짓지 않은 유니폼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항공 문화가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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