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등의 조카에게 보내는 편지] 인터넷에서 길을 잃지 않는 법
[나일등의 조카에게 보내는 편지] 인터넷에서 길을 잃지 않는 법
  • 나일등 사회학자
  • 승인 2020.07.09 08:15
  • 수정 2020-07-09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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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보를 가리는 방법

·전문가 이야기를 들을 것
·같은 이야기 초등생이 해도
중요하게 들리는지 상상
·다른 전문가는 어떻게
말하는지 찾아볼 것
지난 4월 20일 광주 남구 봉선동 한 가정집에서 한 초등학교 1학년·3학년 학생이 온라인 개학에 맞춰 EBS 강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4월 20일 광주 남구 봉선동 한 가정집에서 한 초등학교 1학년·3학년 학생이 온라인 개학에 맞춰 EBS 강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예루가 온라인 개학을 한 지도 두 달이 넘어가는구나. 예루가 다니는 학교도 ‘실시간 쌍방향 수업’보다는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이 많지? 동영상 보면서 공부하는 수업 말이야. 처음에는 혼자 수업 듣기 심심하다고 삼촌하고 영상 통화하면서 수업을 듣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런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조금은 익숙해졌나 보구나.

전통음악에 관한 동영상을 보면서 삼촌이 “지금 나오는 선생님, 아는 선생님이야?”하고 물으니 예루 학교 선생님이 아니라고 했지. 삼촌은 선생님들이 수업마다 수업 내용을 녹화해서 동영상을 만드는 줄 알았어. 선생님들이 수업 말고도 하는 일이 워낙 많아서 동영상까지 만들 여력은 없는 것 같다.

동영상으로 공부하다 보면 ‘이건 인터넷에서 봐서 아는 내용인데…’하는 경우는 없니? 혹은 인터넷에서 본 내용과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달라 어떤 이야기를 믿으면 좋을지 고민한 적은 없니? 예루가 아는 학교 제도는 약 200년 전에 만들어진 건데, 그때는 학교가 정보를 전달하는 중요한 통로였어. 하지만 요즘은 그런 통로가 많아져서 학교를 거치지 않고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 통로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거야. 그래서 삼촌이 생각하기에 미래 학교에서는 정보를 얻는 연습보다 ‘정보를 다루는 연습’을 더 많이 하게 될 것 같아.

앞으로 예루가 인터넷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삼촌이 좋은 정보를 가려내는 법을 이야기해줄게. 어떤 이야기가 들을만한 이야기인지, 어떤 이야기가 믿을만한 이야기인지 가리는 방법이야.

다만, 삼촌이 하려는 이야기는 ‘팩트 체크’에 관한 것은 아니야. ‘팩트 체크’란 어떤 이야기가 진짜(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걸 말하는데, 어른들이 논쟁할 때 종종 꺼내는 말이지. 그런데 사실을 확인하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야. 철학과 과학에 관한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해. 게다가 삼촌이 보기에 어른들이 이런 말을 할 때는 정말로 무엇인가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은 틀렸으니 입 다무시오’라는 뜻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좋은 정보를 가리는 일 역시 제대로 하려면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지만, 삼촌이 평소에 실천하고 있는 간략한 방법을 알려줄게.

첫째, 전문가가 하는 이야기를 들을 것.

어떤 분야의 전문가란 그 분야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을 말해. 전문가의 이야기는 걸맞은 대가(돈이나 평판)를 내고 듣는 경우가 많아. 의사 선생님에게 진찰을 받고 병원비를 내는 것처럼 말이야. 전문가들은 대가를 얻기 때문에 자신이 한 말이 올바른 이야기인지 끊임없이 확인하게 돼. 우리 대신에 말이지.

둘째, 같은 이야기를 초등학생이 해도 중요하게 들리는지 상상해볼 것.

사람은 누구나 오만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어설프게 재단(옳고 그름을 따져 평가)하는 것을 오만이라고 해. 오만한 마음은 결코 없앨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잘 다스리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데, 전문가들도 때로는 잘 모르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어. 그럴 경우 이야기가 유치해져. 주장만 있고 이유가 부족한 이야기가 유치한 이야기야. 유치한 이야기는 초등학생이 하면 유치하게 들리지만 어른이 하면 유치하게 들리지 않을 때가 많아.

셋째, 다른 전문가는 어떻게 말하는지 찾아볼 것.

전문가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눠.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야. 그래서 서로 확인해 주면서 돕는 것이지. 만약 전문가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 그건 아직 확인이 덜 되었다는 것을 뜻해. 그 이야기는 좋은 정보가 아니라는 것이지.

이런 기준은 엄밀한 것은 아니지만 적절히 사용하면 잘못된 정보에 휘둘리지 않게 도와줄 거야. 마지막으로, 좋은 정보를 가리는 방법은 아니지만 중요한 한 가지가 있어. 바로 ‘고집부리지 않기’야. 사람은 한번 옳다고 믿기 시작하면 좀처럼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아. 아무리 좋은 정보일지라도 그걸 받아들일 마음이 없으면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돼. 사실 고집 안 부리기는 매우 고급 기술로 많은 연습이 필요해. 다만 예루는 아직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아. 어른일수록 이것을 어려워하는 것 같거든.

*필자 나일등 :&nbsp; 일본 도쿄대학 사회학 박사로 센슈대학 사회학과 겸임 강사로 강단에 서고 있다. <br>『사회 조사의 데이터 클리닝』(2019)을 펴냈으며, 역서로는 『워킹 푸어』(2009),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2012)가 있다.
*필자 나일등 :&nbsp; 일본 도쿄대학 사회학 박사로 센슈대학 사회학과 겸임 강사로 강단에 서고 있다. <br>『사회 조사의 데이터 클리닝』(2019)을 펴냈으며, 역서로는 『워킹 푸어』(2009),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2012)가 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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