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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영화 .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 사랑을 표현하는 가장 극진한 방법인 섹스는 그러나 생명과 깊이 연관돼 있다. ‘섹스는 생명과 연관돼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왠지 심리적인 방어벽을 치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섹스는 적게는 한사람 많게는 세 사람의 생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 생명은 나, 사랑하는 연인이고, 이 두 사람의 사랑의 결정체로 태어나게 될지도 모를 아기의 생명이다.

몇 년 전에 한 남학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여자친구가 임신을 했는데, 낙태를 설득해 달라고. 주저없이 단호하게 낙태를 설득시켜 달라는 남학생의 태도가 괘씸하기도 했지만 일단 두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찾아온 두 사람은 자신이 결정만 한다면 부모가 될 수도 있는 사람들이었다. 20대이고 남학생은 군대도 다녀왔으며 명문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이 예정된 사람이었고, 여학생도 이번에 같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할 예정이었다.

남학생은 낙태에 대한 생각이 단호했다. 그가 말하는 낙태의 이유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기를 낳을 수 없다’는 일면 설득력이 있는 합리적(?)인 것이었다.

“그녀를 사랑하고 아마도 그녀와 결혼하게 될 것 같지만, 내겐 인생의 지도가 있습니다. 만약 지금 아기를 낳게되면 전 인생의 지도를 수정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저의 목표는 더 멀어지겠지요.”

남학생을 내보내고 여학생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그녀는 상담실에 들어서면서부터 시종 울고 있었는데, 며칠을 굶었는지, 너무나 파리해 보여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무책임함과 아기에 대한 죄책감으로 무척 괴로워했다. 그녀도 낙태를 결심한 듯했는데, 그러면서도 아기에게 뭔가 해주어야 할 것 같고, “떠나 보내기 전에 맛있는 것이라도 먹여서 보내야 할 것 같은데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다, 아기는 죄도 없이 죽임을 당할 텐데, 나는 뻔뻔스럽게 취직준비를 하며 살 생각을 하고 있다”며 흐느꼈다.

한참을 울고 난 그가 한 이야기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난 미혼들에게 교육을 할 때마다 그녀가 한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말을 할 때 그녀의 감정이 너무나 절실히 느껴져서 번번이 나는 소름이 돋는다.

“섹스를 시작할 때 오빠는 나에게 자신만 믿으라고 했습니다. 임신 안되게 하겠다고. 콘돔을 사용하라고 이야기해도 오빠는 걱정말라고 다 알아서 한다고 이야기했지요. 그때는 섹스는 오빠와 나 두 사람의 일이고, 만약 임신을 한다 해도 그것은 오빠와 나, 그리고 아기 세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원치 않았던 임신을 하고 보니까 임신은 세 사람의 일이 아니라 아기와 나 두 사람의 일이었던 겁니다.”

그렇다. 그녀는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수술대에 올라가야 하는 것은 자신이고, 그 생명을 잃어야 하는 것은 아기라는 것을. 사람은 참 이기적인 존재라서 자신의 손톱 밑의 가시가 남의 암보다 더 아프다. 남자가 아무리 낙태수술을 힘들어한다고 해도 여자만큼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아픔을 겪지는 않는다. 그래서 상대를 정말 사랑한다면 사랑의 이름으로 상처를 주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랑이야말로 배려와 상대의 존재에 대한 존중의 다른 말이기 때문이다. 그 배려가 바로 정확한 피임의 준비이다.

사랑도 성도 함께 나누는 것이다. 그렇다면 섹스의 기쁨과 위안을 함께 했듯이 책임도 나누어 져야 한다. 그 책임을 바로 지려는 자세가 바로 정확하게 피임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준비가 된 상태에서 부모가 된다는 것은 정말 현명하고 합리적이며 권장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 준비가 목적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을 수술대에 누이고, 사랑의 결실인 아기를 죽이는 것은 현명하고 합리적인 태도가 아니라 독선적이고 무책임한 짓에 다름 아니다.

섹스가 생명과 관련된 또 하나는 바로 성병에 대한 것이다. 알다시피 임질, 매독, 에이즈 등의 성병은 목숨과 관련된 병이다. 성병에 걸리면 심지어 죽기도 한다. 최근에는 클라미디아라는 성병이 유행하고 있다.

클라미디아를 포함, 성병에 걸렸을 때 대개 금방 그 증세가 나타나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병세가 심각해질 때까지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임질 등 성병에 걸린 남성은 자신과 섹스를 했지만 외형상으로 별 이상이 없는 파트너 몰래 혼자만 성병을 치료한다.

섹스는 충동적으로 행위하게 될 수 있지만 섹스가 개인에게 갖는 파장에 있어서는 그렇게 간단하고 쉬운 문제가 아니다. 사랑한다면 섹스할 수 있다고 적지 않은 미혼이 대답한다.

섹스할 것인가의 결정은 개인적인 기준과 원칙에 따라 하겠지만, 적어도 준비된 섹스를 할 수 있길 바란다.

무엇보다 성병에 걸리지 않도록 무분별한 섹스를 하지 않도록 하고, 원치 않는다면 피임에 대한 준비도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섹스를 할 때는 반드시 콘돔을 정확하게 사용, 적극적으로 자신과 상대의 성건강을 지키려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야말로 멋진 사랑과 섹스를 할 수 있는 성숙한 성인의 자세일 것이다.

경향신문 미디어칸 성문화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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