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홈루덴스족
집에서 시간 보내며
모동숲·달고나 커피·홈트
즐기는 사람들

 

#1. ‘홈루덴스족’ 정은지(33)씨는 주말이 되어도 외출하지 않는다. 정씨는 주말이면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 닌텐도 스위치 게임을 한다. 정씨는 지난 3월 대형마트에 아침부터 줄을 서 간신히 닌텐도 스위치와 ‘모동숲’을 사는 데 성공했다. 정씨는 게임 속 자신이 직접 꾸민 섬에 놀러온 고등학교 동창생 친구들과 게임 캐릭터로 티타임을 갖는다. 게임이 지겨워지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하는 ‘달고나 커피’를 만들기도 하고 유튜브의 ‘홈트’(홈트레이닝) 영상을 보며 운동을 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홈루덴스족들이 늘고 있다. 홈루덴스는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루덴스(Homo Ludens)에서 나온 말로 ‘홈(집)’과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를 합친 말이다. 밖에서 활동하지 않고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을 뜻한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집순이·집돌이’ 쯤 된다. 홈루덴스족을 자청하는 사람은 전에도 많았지만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며 크게 늘었다.

홈루덴스족은 유통업계에서도 주목하는 생활상이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홈루덴스족이 크게 줄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지금은 시공간의 제약 없이 무엇이든 집에서 할 수 있다. ‘달고나 커피’는 단순한 음식 만들기가 아닌 일종의 놀이다. 여기에 착안해서 집에서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디저트 키트 등을 준비하는 업체들이 많다”고 밝혔다 .

'모동숲' 닌텐도 스위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 ⓒ닌텐도
'모동숲' 닌텐도 스위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 ⓒ닌텐도

 

NO재팬도 피한 '모동숲'
닌텐도 스위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홈루덴스족의 증가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일명 ‘모동숲’은 지난 3월 출시됐다. 일본 닌텐도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1177만장 팔렸다. 지난해 하반기 ‘NO재팬’ 열풍 속에서 일본 자동차 브랜드 닛산이 결국 철수하고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와 데상트 등이 주요 매장을 잇따라 문을 닫았지만 ‘모동숲’은 불매운동을 피했다.

모동숲은 한적한 섬에서 그저 작물을 캐고 집을 꾸미고 너구리 등 귀여운 동물주민들과 교류를 나누는 게임이다. ‘열렙(레벨을 올리는 것)’이나 ‘끝판왕(게임의 마지막 적)’ 깨기는 모동숲과 먼 이야기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부동산에 미친 한국인 답게 한국인들은 모동숲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넓히고 돈을 갚고를 하루종일 반복한다”며 우스갯소리도 하지만 집을 넓히는 것은 게임의 최종 목적이 아니다. 타란툴라 잡고 낚시를 하고 무을 캐는 등 그저 일상적인 삶의 재미를 즐기면 그만이다.

 

'달고나 커피' ⓒ유튜버 순설
'달고나 커피' ⓒ유튜버 순설 베이커리

 

젓고 젓고 또 저어서 만드는 '달고나 커피'
홈루덴스족들이 한동안 열광한 것 중에는 ‘달고나 커피’도 있다. 달고나 커피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던 3월초 처음 등장했다. 인스턴트 커피가루, 설탕, 뜨거운물을 1:1:1 비율로 넣어 적게는 수백번, 많게는 수천번을 저어 컵에 따른 우유 위에 올려주면 된다. SNS에 수천번 저어 만든 달고나 커피를 올리는 게 유행하자 뒤이어 4천번 저은 계란찜, 1천번 저어만드는 솜사탕 등 온갖 종류의 ‘저어 만드는’ 음식들이 나왔다.

 

'홈트' 295만 조회수를 기록한 운동 영상 ⓒ
'홈트' 295만 조회수를 기록한 운동 영상 ⓒ유튜브 채널 sis

 

팔뚝살 폭파도 집에서! '홈트' 

집에서 나가지 않는 홈루덴스족이라지만 ‘홈트’로 건강도 챙긴다. ‘홈트’는 ‘홈 트레이닝(Home training)’을 뜻한다. 간단한 스트레칭과 맨손운동부터 기구를 갖춰 운동하는 것까지 모두 집에서 하는 것이라면 홈트에 속한다. 홈트를 쉽게 설명해주는 유튜브 채널 ‘땅끄부부(Thankyou BUBU)’의 채널 구독자는 223만명에 이른다. ‘팔뚝살 폭파 운동’ ‘불타는 허벅지’ 등 홈트 효과로 유명한 유튜브 영상들은 300만회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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