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평범한 직장맘의 이야기는 어째서 생존기가 되었는가
[기고] 평범한 직장맘의 이야기는 어째서 생존기가 되었는가
  • 김문정 서울시 서남권직장맘지원센터 센터장
  • 승인 2020.06.05 10:48
  • 수정 2020-06-06 16: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 서남권직장맘지원센터가 직장맘과 직장대디를 대상으로 진행한 노동법 교육 '노동법 먹고, 샌드위치 먹고' 현장. 사진=서울시 서남권직장맘지원센터

 

#은희는 남편의 손을 잡고 산부인과 진찰실로 들어갔다. 임신테스트기를 통해 임신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모니터를 통해 손톱보다 작은 아기를 마주한 순간, 남편과 은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면서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은희는 과연 잘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힘들어하던 선배와 동료들을 숱하게 봤다. 임신했다는 이유로, 육아휴직을 신청했다는 이유로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직장 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걸 많이 봤고, 본인도 그 중 한 사람이 될까 두렵다.

서울시 서남권직장맘지원센터(이하 ‘서남권센터’)는 여성신문과 함께 [직장맘 생존기] 권이와 함께하는 일·생활균형 캠페인-임신기 노동자편을 진행했다. 임신한 은희가 제주도 출장을 가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통해 동료와 상사가 임신기 노동자의 고충을 알고, 배려하게 된다는 내용을 웹툰으로 제작했다. 직장맘의 고용단절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후에도 출산과 육아기 은희의 직장맘 생존기는 계속 될 예정이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임신한 근로자(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의 1일 8시간 일하는 경우에만 강행규정임)는 하루에 2시간을 줄여 일하도록 정하고 있고, 임신주수별로 횟수를 달리하여 태아검진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임신 중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정한 시간을 넘어서 일하는 것과 야간과 휴일에 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서남권센터로 들어오는 상담을 보면 법은 잘 지켜지지 않는다.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비정규직일수록 법과 현실의 괴리는 더 크다. 임신사실을 알리는 것조차 불이익을 받을 까봐 주저하는 경우, 임신사실을 알리니 언제까지 일할 거냐며 사직을 종용한 경우,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을 승인은 했지만 퇴근시간에 임박하게 회의일정을 잡아 퇴근을 못하게 하는 경우, 심지어 임신부에게 성희롱을 일삼는 경우도 있었다.

그 많던 은희는 다 어디로 갔을까?

고생해서 입사해놓고 은희들은 왜 회사에 남지 못한 걸까? 많은 여성들이 임신, 출산, 육아를 이유로 고용단절을 경험하게 된다. 고용단절을 경험한 이후의 여성들이 다시 양질의 일자리를 찾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산업별 종사자 성별(통계청, 2018)을 보면 노동시장의 43%가 여성이다. 많은 여성이 직장생활을 하며 겪는 임신, 출산, 육아는 어떠한가? 제도는 있으나, 아직도 임신기 근로시간단축을 사용하는데 주저하고, 출산휴가, 육아휴직 후 기피부서로 배치를 받거나, 심지어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사직서 제출을 강요받고 있다.

임신한 노동자에게 근로시간을 줄여주고, 출산으로 축난 몸을 회복하기 위해 휴가를 부여하는 것, 어린 자녀를 보살피기 위해 휴직하는 것을 누군가는 배려라고 하고, 누군가는 권리라고 이야기 한다. 배려가 되어도 좋고, 권리가 되어도 좋다. 원하는 것은 직장맘이 더 이상 임신, 출산, 육아를 이유로 고용단절을 겪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육아휴직을 활용한 사람은 활용하기 전에 비해 조직몰입도가 더 높아진다. (박선영, 2015, “여성근로자의 육아휴직 활용경험이 조직몰입도 및 직무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본인에게 자녀를 돌볼 수 있는 시간과 고용안정을 보장한 조직에 대해 만족도가 더 높아짐은 당연하다. 구성원의 조직몰입도가 높을수록 이직률은 낮아질 것이며, 조직의 사기와 생산성은 증가된다. 개인을 위해서나 조직을 위해서 임신부터 육아까지의 전 과정에서 관련 제도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지하철역에서 진행하는 무료 노동법률 상담. 사진=서울시 서남권직장맘지원센터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직장맘이 무탈하게 아기를 출산하고, 회복하고, 아이를 돌보기 위해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휴가, 휴직으로 인한 직장맘의 부재로 내가 더 많은 일을 하게 된 것은 대체인력을 채용하지 않는 회사의 잘못이요, 대체인력을 채용하지 못하는 것은 대기업위주의 시장경제로 소규모 기업이 살아남기 힘든 탓이다. 직장맘의 탓이 아니다. 공감하기 어렵다면 나의 딸이, 나의 아내가, 내 동생이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될 때를 떠올려 보는 것도 좋겠다. 웹툰에 나온 기부장처럼 말이다.

힘들겠지만, 직장맘 또한 용기를 내야 한다.

괜히 시끄럽게 하는 건 아닌지, 까탈스럽게 보이는 건 아닌지 염려될 것이다. 어렵고, 긴장되고, 힘들 것이다. 하지만 본인의 용기 없이는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두렵지만 문제가 있음을 계속 이야기 하고, 시정을 요청하고, 이의를 제기하여야 한다. 나로 인해 주변 사람들도 용기를 낼 것이다. 센터 내담자들의 성공사례를 통해 경험으로 알게 된 사실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직장맘만 힘든 게 아니라 누구에게도 예외 없이 직장 생활은 힘들다고. 맞는 말이다. 그러나 누가 더 힘들고 덜 힘들고를 따지기 전에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전쟁터 같은 직장에서 불러오는 배를 부여잡고 엄마를 찾는 아이를 뒤로한 채 전장 같은 직장과 전쟁 같은 육아를 온몸으로 버텨내는 직장맘의 이야기는 분명 나와 다를 바 없는 흔한 이야기일까.

바닥 치는 출산율은 걱정하면서도 지금 당장 내 옆에 있는 직장맘을 외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본인의 뜻에 의한 것이 아닌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해 더 이상 직장맘이 직장을 떠나서는 안 된다. 계속 일하고 싶은 직장맘들이 법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권리를 누리는 것, 그것을 위해 서울시 서남권직장맘지원센터는 존재하며 그들이 써 내려가는 생존기가 조금은 덜 치열해질 수 있도록 함께할 것이다.

김문정 서울시 서남권직장맘지원센터 센터장
김문정 서울시 서남권직장맘지원센터 센터장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인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