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앞집 여자>의 바람난 여자들 이야기에 여자들 공감

“난, 가정에 피해 준 거 없어. 오히려 자신 있고 행복한 주부가 돼준 것뿐이라구. 이건 내 인생이야. 그리고 내 앞에 남은 인생, 그렇게 길지도 않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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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보다 바람이 좋아

살림도 재테크도 야무지지만 바람도 ‘선수’로 야무지게 피는 <앞집 여자>가 나타났다. 남자는 돌아버리게 만드는 이 여자더러 박은령 작가는 “내 이상형”이라고 표현했다. 이혼보다 바람이 손익계산에도 맞는다는 여자들을 만나보자.

여자들은 박수 치고, 남자들은 손가락질

위자료도 없는 이혼은 실속 없는 게임

“우리나라에 러브호텔이 몇 개나 되는 줄 알아? 대충만 헤아려도 2만 5천개는 된다더라. 평균 객실수를 20실로 잡고, 투숙률 80%로 계산해봐. 하루에 28만 명쯤이 들락거린단 소리야. 그 28만 명이 몽땅 싱글이겠니? 뻔한 거 아냐. 그렇게 따지면 다섯 명 중에 한 명은 외도를 한단 얘긴데, 자기 남편만 절대 아닐 거라고 우기는 건, 너무 무모한 신념 아냐?”

남편의 외도를 알고 망연자실한 미연(유호정)에게 애경(변정수)이 말한다. MBC 수목 미니시리즈 <앞집 여자>의 한 장면이다. 그런데 남편만 바람난 게 아니다. 실은 미연도 애인이 있다. 앞집 여자 애경은 더하다. 그녀는 '선수'다. 척 봐도 미연의 진도를 맞출 정도. 그런데 이 여자, 멋지다. 살림도 프로, 자기 사업도 프로, 바람엔 더욱 프로. 바람을 생활의 비타민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쿨한 여자가 안방에 나타났다.

바람 ‘선수’애경이 여자들의 이상형?

영화 <해피엔드>가 남자에 미쳐 가정을 팽개쳤다면 이 여잔 다르다.

“난, 가정에 피해 준 거 없어. 오히려 자신 있고 행복한 주부가 돼준 것뿐이라구. 이건 내 인생이야. 그리고 내 앞에 남은 인생, 그렇게 길지도 않구.”

바람은 생활의 활력소, 비타민이라는 주장이다.

“아직, 진도 다 안 뗐나 보네? 다잡은 고기한텐 떡밥 안 주는 법이거든.… 확실하게 해. 그냥 몇 번 데이트만 할 사인지, 그 이상인지 명확히 선을 그으란 말야. 바보처럼 속정까지 홀랑 빼내주지 말고… 딱 20%만 주면 돼.”

이렇게 당당하게 바람 난 여자가 있었던가?

박정희씨는 <앞집 여자> 인터넷 게시판에 30대 코드의 드라마라며 반색을 표했다.

“때론 곁의 남편도 힐끔 쳐다보며 그들의 아슬아슬한 사랑에 부러움(?)마저도 느끼게 된다.”

김연숙(32살)씨는 솔직히 부럽지 않냐고 되물었다. “멋지다. 그리고 솔직히 부럽다. 누구나 한번쯤 그런 꿈을 꾸지 않나? 볼수록 통쾌하다. 외도하다 바보 같이 걸리고, 질질 짜고 그런 모자란 여자들만 보다 보니, 더 시원하다. 남자들이 이 심정을 어찌 알겠나. 불륜이나 조장한다 어쩐다 그러는데, 툭하면 단란주점에 뭐에 여자 끼고 술 마시는 치들이 그런 말할 자격이나 있나 모르겠다. 또 남자가 두 집 살림하면 속으론 부러워하지 않나? 마찬가지다. 미안하지만, 속이 다 시원하다. 내 친구들도 그러더라. 똑부러진 애경이 부럽다고. 그것도 능력이다.”

이미경씨도 게시판에서 “좀 유치할지는 몰라도, 이 드라마 보며 삶의 재미를 느낀다. 살면서 드라마로 인해 대리만족이라던가 삶의 활력소를 이끌어 낼 때가 있다”며 점수를 듬뿍 줬다.

그런데 왜 이리 여자들이 열광하나? 실제로 30대 여자들에게 묻자 많은 여자들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황은주(37)씨도 없다는 걸 전제로 있음 좋겠다고 말했다. “톡 까놓고 말해서, 남편 말고, 쿨하게 괜찮은 남자 친구 하나 있음 하는 생각 당신은 없나? 섹스는 관두고. 솔직히 섹스엔 관심 없다. 내가 원하는 건 애정이다.”

하지만 남성들 반응은 시큰둥을 넘어 부정적이다. 가정을 파탄 내는 드라마다. 애들이 볼까 무섭다. 게시판에 성대결이 일어났다.

서정호씨도 “아줌마들이 푹 빠지는 불륜 드라마”라며 “드라마의 기획의도는 우리의 현실과 세태를 반영해서 한번씩 생각해보자는 취지라지만, 정작 불륜 소재 드라마들을 지켜보면 현실을 지독히도 왜곡시켜서 기획의도와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 언제부터 부부사이에 신의를 지키고, 가정을 소중히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조롱꺼리로 전락했냐”며 문제를 지적했다.

이민종(36)씨도 “다 먹고 살만하니까 그런 거지. 그런 생각할 틈이 없다. 돈도 좀 있고 시간도 좀 있어야 그런 생각도 하는 거지. 요즘 경기도 안 좋은데 웬 바람타령이냐?”며 혀를 끌끌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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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키지 않고 바람 피우는 실전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 <리스크 없이 바람 피우기>에 훈계란 없다.

들키지만 않으면 생활의 비타민

학원강사인 이준호(40)씨는 얼마 전까지 만나던 여자와 헤어졌다. 제자였다며 스무 살이 넘은 여자가 찾아와 만난 게 시작이었다. 그러나 이혼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 후 여자도 집안에서 소개해준 남자와 만나 결혼했지만, 관계는 계속됐다. 가끔씩 만나는 엔조이 관계일 뿐이었다. “그저 가끔씩 스쿼시 치고 땀 빼듯이 기분 전환 차원에서 하는 만남이고, 섹스가 좋을 뿐이지 별 다른 생각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결혼 7년차 전업주부인 김희정(34)씨는 동창회 모임에 나갔다가 남자를 만났다. 첫사랑이었다. 나이도 먹어 달라진 모습에 설레일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렇지 않게 만난 게 시작이었다. 그렇다고 아직 섹스까지 간 건 아니었다. “그냥 만나면 좋고, 대학시절 장난치듯 연애하는 기분이 들었다. 무슨 말을 해도 재밌다는 듯이 들어주는 모습이 좋았다. 덕분에 사는 게 재밌어졌다. 미안해서도 남편한테, 아이들한테도 더 신경이 갔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진 모르겠지만, 지금은 일단 즐기기로 했다. 일단 섹스만은 안 된다 그어놨지만, 앞일은 모르겠다”며, 다른 남자와 섹스가 궁금한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얼버무렸다.

작년 한 해 동안 20만600 명의 남녀가 이혼 도장을 찍었다. 10년 전인 1992년의 5만3500건(쌍)에 비하면 세 배나 늘어난 숫자다. 작년 하루 평균 398쌍이 이혼했다. 하루 평균 840쌍이 결혼하는 걸 생각하면 두 쌍이 결혼할 때, 옆에서 한 쌍이 이혼하고 있는 셈이다. 이혼 사유 1위는 아직도 성격 차이다.

외도 증가에 반해 간통죄 고소는 감소 추세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2년에 접수된 간통죄 고소는 4834건이다. 1984년에 비해 딱 반이다. 이제 간통죄로 고소하기보다 깨끗하고 쿨한 합의 이혼을 선택한다.

이혼율은 나날이 높아지지만, 이혼은 아직도 여자들에게 불리하다. 위자료? 남의 나라 이야기다. 가정법률상담소 자료에 따르면, 받기로 한 위자료도 전혀 못 받는 경우가 41.9%다. 우리나라 법률이 인정하는 자녀 양육비? 자녀 1인당 한 달에 30만원이다.

왜 이혼해야 하는데?

정미숙(35)씨는 이혼은 손익계산이 맞지 않는 짓이라고 딱 잘랐다.

“왜 이혼하나? 그냥 몰래 즐기면 되지. 이혼해야 애들만 상처 받는다. 한 10년은 집에서 살림한 여자가 취직할 일도 빤하다. 그것보다 애들 다 컸겠다. 애들은 학교다 학원이다 바쁘지. 남편은 회사일로 바쁘지. 남는 낮 시간을 나 자신을 위해서 쓰는 게 뭐 잘못인가?”

여자한텐 더 더욱 이혼보다 외도가 실리를 챙기는 거란 얘기가 그냥 들리지 않는 대목이다.

최근 바람남녀 실전 노하우북도 나왔다. <리스크 없이 바람 피우기>(만물상자)는 완벽한 외도를 위한, 경험 남녀의 풍부한 조언집이다. 독일에서 발간한 책을 우리나라에 맞게 약간 고쳐 쓴 이 책에 훈계 같은 건 일절 없다. 키스 마크엔 연고를 세게 문질러 바르고 밴드를 붙여라. 그리고 배우자에겐 벌레에 물렸다고 말해라. 집에 가기 전 체취를 없애라. 항상 쓰던 샴푸나 로션을 샘플로 준비해 갖고 다녀라 등등. 들키지 않는 방법이 가득하다. 어떤 사람과 바람을 피는 것이 좋으며, 헤어질 땐 어떻게 하면 좋은지까지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그뿐 아니다. 책부터 완벽한 알리바이다. 책 표지를 벗겨 뒤집으면 새책으로 바뀐다. <아름다운 우리 강 우리 산>이다.

자신을 결혼 10년차라고만 밝힌 김선영씨는 <앞집 여자> 게시판에서 그렇다고 결혼은 안 하는 것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결혼 유용론엔 이유가 있다.

“신랑이란 것들 아주 쓸모없지만, 그래도 그래도 아주 가끔은, 일생에 한 번? 쓸모 있다. 문짝 같은 거 고칠 때… 문 고치는 아저씨 일당 엄청 비싸다.”

첫사랑 정우에게 흔들리는 미연에게 <앞집 여자> 애경이 딱 잘라 말했다.

“남자 다 거기서 거기야. 별 남자 있는 줄 알어? 살 부벼가며 지지고 볶고 딱 3년만 살아봐. 그리도 그 남자가 항상 멋질까? 첫사랑이란 환상이 걷히고 난 뒤에도 그럴 거 같냐구.

자기도 마찬가지야. 그 남자 만날 때마다 꽃단장하고 최고의 모습만 보여주지? 그렇게 완벽한 모습으로 평생을 긴장해서 살 자신 있어?”

조은미 기자coo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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