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투신자살 충격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금강산 관광사업 등 남북경제협력사업에 기업의 사활을 걸어왔던 그의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정 회장이 죽음을 택한 이유에 대해선 의아해 하고 있다. 여성들은 정 회장의 죽음을 비통해하면서 그와 정부가 어려움 속에서도 추진해 온 남북경협사업이 끊겨선 안 된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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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자살. 여성들은 그의 죽음이 분단의 산물이라며, 남북경협은 계속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간사진 공동취재단>

정치권 ‘책임론’ 공방 여전

잇단 서민 자살에도 관심 주문

정몽헌 회장 자살 각계 반응

많은 네티즌들은 정 회장의 죽음이 대북송금을 둘러싼 여야의 정치공방에서 나온 ‘정치적 죽음’이란 점을 제기하며, 정치권의 ‘자중’을 촉구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최근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서민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고 있다며, 이 문제가 이참에 공론화 돼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정치권은 일제히 정 회장의 죽음을 추모했지만, 대북송금 특검수사와 정 회장 자살의 연관관계를 두고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공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정 회장의 자살을 둘러싼 각계 반응을 알아봤다.

“분단이 만든 비극”

▲여성 반응=여성들은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며 정 회장의 죽음을 애석해 했다. 남북관계에 공헌한 기업가가 어떤 이유로든 압박에 몰려 죽음까지 이른 건 ‘비극’이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김현숙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는 “역시 갈등상황을 평화로 만드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란 걸 다시 통감했다”며 “모든 것이 분단을 해소하려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큰 비감을 느낀다”고 안타까워했다.

이김 대표는 “유망한 기업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런 현실이 바로 분단”이라며 “이런 비극을 더 이상 되풀이해선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김 대표는 “개인적으론 조문을 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의 죽음이 자칫 남북이 어렵게 만든 신뢰관계를 해쳐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오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남북교류를 위해 많은 애를 썼던 이의 허무한 죽음이라 매우 안타깝다”며 “이 죽음으로 그동안 쌓아올린 남북 간 신뢰가 무너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여용옥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 사무국장도 “과거 사례를 보면 어렵게 회복된 남북 간 신뢰관계가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일이 많았다”며 “정치권은 정 회장의 죽음을 악용한다면 국민적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하는 빈곤층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과 관련한 주장도 나왔다. 최현숙 민주노동당 여성위원장은 “정 회장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빈곤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서민들의 모습”이라며 “문제가 되고 있는 빈곤층의 연이은 자살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타살’주장도

최 위원장은 “당사자는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협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으리라 생각한다”며 “그런 그가 대북송금 관련 수사로 구석에 몰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아닌가 싶다”고 정 회장의 죽음을 애도했다.

▲민간단체 주문=남북 화해 조성에 힘써온 민간단체들은 4·5일 일제히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상임의장 이수성)는 5일 성명을 내어 “통일의 길을 열기 위해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통한 남북교류협력에 기여하신 고인의 발자취는 역사적으로 평가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대북경협사업이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을 바라며, 대북송금 문제 또한 고인의 죽음이 훼손되지 않도록 올바르게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연대(상임대표 한상렬)는 5일 성명을 통해 “정 회장의 죽음은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특검 등을 통해 남북의 경제협력을 범죄시한 냉전수구세력의 행태가 불러온 비극”이라며 “(대북협력 사업이 계속되기를 호소한) 고인의 뜻을 지켜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책임공방’=정 회장의 죽음을 둘러싼 정치권의 ‘책임공방’은 한동안 계속됐다. 한나라당은 4일 첫 논평에서 “금강산 관광사업 등을 주도하며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맡았던 정 회장이기에 너무나 애석하고 안타깝다”면서도 “무슨 말못할 사연이 많았기에 목숨마저 끊어야 했는지, 이유와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환·김희선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1명은 이날 따로 성명을 내어 “(정 회장의 죽음은)법률적 잣대가 아닌 민족화해의 잣대, 평화의 잣대로 판단해야 할 평화비용을 특검으로 몰아갔기 때문”이라며 “그분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 냉전의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 사회의 냉전수구세력들에 대한 경고”라고 맞받아쳤다.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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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투신자살로 충격에 휩싸였던 지난 한 주. 정 회장은 숱한 의혹과 궁금증을 뒤로 한 채 8일 이승을 떠났다. 생활고를 비관한 서민들의 자살이 끊이지 않고 있는 요즘 재벌회장의 자살은 또다른 의미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주간사진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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