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중국에서 근무할 때 여행사를 따라 하이난다오(海南島)로 휴가를 간 적이 있었다. 다섯 시간 달려가서 동굴 하나 보고, 다시 일곱 시간 이동하여 민속촌 한 군데 구경하는 식으로 강행군을 했다. 4박5일의 여행에서 제대로 쉬어 본 기억이 없으며 산야(三亞)라는 해수욕장에서도 딱 한 시간 머물렀다. 아마도 여행사에서는 한정된 비용과 시간 내에서 최대한 많은 곳을 보여주는 경제적(?) 여행이 되도록 쉴 틈도 주지 않고 여러 군데로 끌고 다닌 것 같다.

원래 ‘바캉스’는 ‘휴가’, 즉 쉬는 데 그 뜻이 있다. 라틴어의 어원인 ‘바카티오’도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 카피처럼 하던 일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돌리는 방법의 하나가 여행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여행이 휴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여름철 의무로서 전쟁을 치르듯이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교통체증에 시달리면서 한 곳에 백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는 것이 우리의 휴가철 모습이다. 휴가철을 기회로 수영복, 선글라스는 물론 디지털 캠코더나 카메라와 자동차 같은 품목도 판매를 늘리기 위해 유명 피서지에는 백화점이나 할인점들이 특별 코너를 설치하기도 한다. 짐을 피서지에 택배로 부치는 방법까지 등장했다.

물론 휴가나 레저에 관한 수요가 느는 것은 국민경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굴뚝 없는 공장이라는 관광산업이 GNP의 6.7%를 차지한다고 하니 말이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도 금년 여름에는 불경기로 인해 여행 계획을 짜지 못한 사람들이 절반 가까이 된다. 또한 가더라도 유명 휴양지보다 가족끼리 시골할머니 집에 가는 바캉스 신풍이 일고 있다고 한다.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한 불경기라는 금년에 사람들이 붐비는 피서지에 다녀오지 못했더라도 실망할 필요가 없다. 부모님이나 친척이 살고 있는 평범한 시골 고향을 방문할 기회를 가진다면 더 큰 의미를 느낄 수 있다. 그것도 아이들과 함께 가서 여름밤 반딧불이라도 보는 운치를 느낄 수 있다면 값어치는 더 나간다.

새로운 경험과 봉사 활동을 위해 휴가를 쓰는 방법도 있다. 미국의 대학생들은 여름방학 중에 기업체에서 인턴으로 근무하여 학비도 벌고 경력도 쌓으며 사회복지재단 같은 곳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 우리 대학생들도 적은 숫자지만 편의점이나 여름 수영장의 아르바이트 일도 하고 농촌 봉사활동도 벌이고 있다. 직장에서 얻은 휴가를 틈내어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보거나 사회단체 등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집에 머물며 휴가를 보내는 것도 나름대로 묘미가 있다. 평소 잘 못 가보던 고궁이나 박물관에 가거나 미술관을 찾아 좋아하는 그림을 보는 것이다. 가족이 함께 연극이나 뮤지컬을 관람하는 여유를 누릴 수도 있다. 분수대에서 하는 음악공연이나 길거리에서 얼음을 깨는 난타공연을 찾아가는 것도 즐거움이다. 방 안에 편안히 앉아 인터넷으로 정보의 바다를 여행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돈을 적게 들여 해수욕장이나 관광지를 다녀오는 것만이 경제적 바캉스는 아니다. 눈에 보이는 즐거움이 아니더라도 평소 스트레스에 시달린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낸다면, 보람있고 경제적 효용도 높은 휴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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