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묻은 이름 몸짓과 사진으로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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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남은 위안부 피해 여성 사진전 <겹겹>

위안부 여성의 삶을 다룬 연극과 사진전이 비슷한 시기에 무대에 올랐다. 연극은 해방된 민족의 품에 상처투성이로 돌아온 여성들의 이야기이고, 사진전은 위안부로 끌려갔다 결국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중국 땅에 남게 된 여성들의 모습을 모은 것이다.

1995년 극단 한강의 공동창작으로 공연된 이래 호평을 받아 온 작품 <반쪽 날개로 날아온 새>는 올해로 세 번째 다른 버전으로 각색됐다. 무용가 김경미(여·35)씨가 안무와 연출을 맡아 이전의 두 작품과는 다르게 춤과 연극이 결합된 모습으로 선을 보인다. 힘이 넘치는 절규, 직접적인 표현의 대사가 눈에 띄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은 대사가 줄고 배우들의 몸짓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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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반쪽 날개로 날아온 새>의 한 장면.▶

“거칠고 힘든 삶을 살아오셨지만, 살아 계심 자체가 아름답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이제는 쉬셔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연출가 김씨는 그 분들의 아픔을 끌어안고 쉬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말 보다 몸짓을 많게 담게되었다고 설명한다.

숨이 막힐 듯 해방을 당혹스러워 하는 봉기, 금주, 순이. 그들의 몸짓에 실리는 짧은 대사가 보는 이의 머릿속에 각인된다. 그들이 왜 공장의 이름을 외우고 아버지에게 힘겨운 하소연을 하며 결국 귀향을 망설여야 했는지.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를 묻게 만든다. 그들이 돌아왔는가. 민족의 해방은 왜 그들에게 해방일 수 없었던가.

일시 : 8. 6∼8. 24 까지(화∼토 4:30, 7:30 / 일 4:30, 월요일 쉼)

장소 : 열린극장 (혜화역 4번 출구)

민족, 젠더, 국가의 겹들

중국에 남겨진 위안부 피해 여성 사진전 <겹겹>은 지난 6일부터 대안공간 ‘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1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월간 <길>, 계간 <디새집>의 객원 사진기자를 하며 8년 전부터 국내 위안부 여성들을 찍어 온 안세홍(남·34)씨가 주름, 한(恨), 국가 간의 겹겹 얽힘 속에 묻혀있던 중국 위안부 여성들의 상황을 드러내는 자리다.

중국에 남겨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지난 3년 동안 틈틈이 만나고 접하며 총 11명 여성을 26편 사진 속에 담아낸 안씨는 북으로 소련 접경의 헤이룽장성(흑룡강성), 남으로 양자강을 따라 상하이와 우한(무한)에 이르기까지 팔순이 훌쩍 넘어 할머니가 된 그들을 만나기 위해 다섯 차례 비행기와 기차, 버스, 배를 거치며 발품을 팔아야 했다. 그 동안 만나며 듣고 적은 이야기만 원고 300매 가량이다.

“할머니들이 겪으신 아픔은 해소될 여력이 없는 삶이었잖아요. 전시를 통해 할머니들의 삶, 실태를 알리고 싶었어요.” 안씨가 보기에 그들의 아픔은 감추어선 안 된다. 자꾸 드러내고 말하고 치유해야 한다.

중국에 있는 ‘위안부’여성 문제는 국내에 비해 공론화가 덜 된 상태. 사람들의 기억에서조차 잊혀졌다.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온 여성들과 달리 중국에 남은 이들은 말을 할 때 섞여 나오는 중국어와 그간의 시간이 주는 무게로 더더욱 경험을 묻을 수밖에 없었을 터. 과거엔 일본 이름을, 지금은 중국 이름을 가진 이들의 정체성을 묻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국적을 말하기 앞서 그들의 귀향을 환영할 만한, 그들의 존재를 수용해줄 국가 자체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세 가지 다른 이름으로 자신을 기억하는 그들에게 조국은 무의미하다. 안씨는 광복절이나 삼일절만 되면 회자되는 위안부 문제와 할머니들에 대한 관심이 불만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렇기에 더욱 민족의 누이/딸로 재현되어 온 여성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담아내고 싶었다. 위안부 여성들의 존재는 민족과 국가, 젠더가 겹겹이 쌓인 우리 역사의 단면이기에 그를 바라봄으로써 식민지와 분단, 과거와 미래, 삶과 죽음까지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싶었다.

주목을 끄는 작품은 위안부 여성들의 각기 다른 660장의 사진 속에 커다랗게 위치한 4장의 사진. 양장을 입고 찍은 위안부 여성의 과거 삶과 현재의 삶을 교차시켜 역사 속에서의 개인, 여성이란 존재를 묻고 있다.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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