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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통한 정치 행위는 누드시위를 통해 더 파급력을 갖게 된다. 사진은 지난 3월 1일 칠레 수도 샌티에고에서 평화활동가들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항의하는 누드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뉴시스>▶

‘실오라기 하나 없는 완벽한 누드 정치’를 내걸고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출마한 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주인공 고은비. 그는 포르노 배우 출신 첫 국회의원이 된 치치올리나(ilona.tallini.org)와 닮은꼴이다.

고은비가 꾸며낸 인물이라는 점을 빼면 두 사람 모두 사회에서 소외되고 억압된 층에 속하는 윤락녀·포르노 배우로서 “돈도 없고 권력도 없고 가진 거라고 는 이 몸뿐”이라고 자신 있게 내세우는 당당함과 도전정신이 비슷하다.

실존 인물인 치치올리나는 1987년 이탈리아에서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데 이어 지난해 모국인 헝가리 총선에도 출마하는 저력을 보였다. 헝가리 총선에선 쓴잔을 마셨다.

누드정치 전설 치치올리나

지난 6월 노르웨이 한 소도시에서 19세의 전직 포르노 배우 안 크리스텔 푸레가 진보정당 후보로 시장선거에 출마, 노르웨이판 치치올리나로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평가가 엇갈리긴 하지만 윤락녀와 포르노배우에서 비롯된 누드정치는 권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새 정치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미국 스펜서미술관 큐레이터 존 풀스가 그의 책 <사진에 나타난 몸>을 통해 말한 “몸은 정치선전, 시위, 예술적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성과 사회적 성, 성적 취향, 권력, 이데올로기, 정치 등에 대한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는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누드 시위가 힘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적 흐름이 된 누드시위는 ‘몸을 통한 정치행위’로 막강한 파급력을 갖는다. 단순히 선정적이기 때문일까?

전에는 주로 동물 애호가들이 벌였던 누드시위는 이제 그 주제나 영역이 날로 커지고 있다. 2000년 봄. 브라질 여성들은 일주일 내내 ‘리우 데 자네이루 카니발’을 열었다. 길거리와 무도장이 토플리스(가슴을 드러낸 여성용 수영복 차림) 차림의 여성들로 가득했던 이 누드 열기는 하나의 정치적 시위였다. 그 해 1월 토플리스 차림으로 수영을 하던 한 여성이 70년 전에 제정된 낡은 풍기문란 관련법 때문에 경찰에 체포되면서 여성들이 반발한 누드시위였던 것. 또 지난 2월에는 멕시코에서 여배우가 이끄는 시위대들이 쿠에르나바카 지역에 매장을 짓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의사당 안에서 누드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반전시위도 잇따랐다. 올 초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항의, 호주 여성 300여명이 옷을 벗고 시드니의 한 운동장에 누워 자신들의 몸으로 ‘전쟁 반대(No War)’라는 문구를 쓴 바 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 웨스트마린에서는 100여명의 여성들이 해변에서 자신들 몸으로 ‘평화(Peace)’라는 단어를 만드는 등 반전 누드시위가 줄기차게 열리기도 했다.

몸에 대한 선입견 타파

누드 시위가 늘어나는 건 사람의 몸이 갖는 상징성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몸은 그 자체로 강한 정치성을 띠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이래로 몸은 서구미술의 중요한 주제였던 동시에 가장 넓은 의미에서 정치적 변화를 이해하고 탐구하기 위한 중심적인 매개체다’(니콜라스 미르조예프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 미술사학과 교수), ‘인간의 몸에 대한 비유는 정치적 삶을 묘사하는 확실한 방법이다’(모이라 게이튼스 호주 시드니대 철학과 교수). 두 학자의 지적에서 확인되는 부분이다.

제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강경희 교수는 “여성 스스로 자기 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타파하면서 잘 보이지 않는 권력에 저항하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며 “권력의 차원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에 저항하는 운동도 다양하게 이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엉덩이와 가슴을 내밀고 시위하는 모습을 보기란 쉽지 않다. 조국 서울대 법학과 교수는 “누드시위는 일정 정도 예술에 있어 표현의 자유라고 보지만 모든 시위가 다 보장되는 건 아니고, 경범죄에 걸릴 여지는 항상 열려있다”며 “여러 가지 목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옳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주장하는 내용이 아무리 맞다 해도 수단과 방법, 장소 등에 따라 누드시위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조 교수 말에서 아직은 한국 땅이 누드정치가 설 정도로 굳지 않았다는 현실을 읽게 해준다.

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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