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미얀마 이야기] 미얀마의 새해맞이 축제, 띤쟌
[조용경의 미얀마 이야기] 미얀마의 새해맞이 축제, 띤쟌
  • 조용경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 승인 2020.04.05 08:50
  • 수정 2020-04-0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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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경의 미얀마 이야기] ⑥

 

미얀마에는 4월 중순에 모든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대규모 축제가 있다. 미얀마의 새해맞이 축제인 ‘띤쟌 물축제’(Thingyan Water Festival)가 그것이다. 띤쟌 축제는 미얀마 력(曆)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4월 17일 이전의 4일간, 즉 4월 13일부터 16일까지 4일 동안 전국적으로 행해지는 새해맞이 축제이다. 이 기간 동안에는 미얀마 국민의 거의 대부분이 다양한 형태로 축제에 참여한다.

띤쟌 축제 며칠 전부터는 대도시들의 큰 도로 주변은 띤쟌 축제의 무대인 ‘판달’(pandal)을 준비하는 작업 소리로 시끄러워진다. 띤쟌 축제는 2011년 이후의 단계적 민주화 개방화 조치와 병행하여 점차 규모가 커지고 참여하는 사람들이의 수도 기하급수로 늘어나게 되었다. 특히 대기업들이 이 축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무대도 커지고 축제의 내용도 더욱 화려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만달레이의 띤쟌축제는 10시 정각에 이렇게 시작됐다. ©조용경
만달레이의 띤쟌축제는 10시 정각에 이렇게 시작됐다. ©조용경

 

 

미얀마인들의 새해인 띤쨘은 인도의 힌두신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여러 설화들 가운데 가장 유력한 것은, 하늘에 있는 신들의 왕 ‘따쟈민’(Thagya Min)과 또 다른 신인 ‘브라마민’(Brahma Min) 사이에 큰 내기가 벌어져서 이기는 쪽이 지는 쪽의 목을 베기로 했는데, ‘따쟈민’이 이기게 되자 ‘따쟈민’은 ‘브라마민’의 목을 베어 버렸다. 그런데 브라마민은 강력한 힘이 있어서 그 머리를 하늘에 버리면 비가 오지 않게 되고, 땅에 버리면 나무와 풀이 타 버리기 때문에, 따쟈민은 인간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자신의 왕자들이 일년씩 교대로 그 머리를 들고 있도록 했다.

머리를 들고 있던 왕자가 브라마민의 머리를 다음 왕자에게 넘겨주는 3~4일이 바로 띤쨘 기간으로, 이 기간 동안은 브라마민의 머리를 땅에 내려놓아도 문제가 없도록 땅에 물을 뿌려주어야 한다는 데서 이 축제가 유래 되었다는 것이다.

‘띤쟌’은 산스크리트어로 ‘넘겨 준다’는 말인 '띠떠우(thithau)'에서 파생된 것으로 ‘change over’ 즉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람들은 띤쟌의 첫날을 ‘따쟈민’ 신이 하늘의 집을 떠나 땅으로 내려오는 날이라고 믿고 있으며, 그 시간이 되면 모든 도시나 사원에서는 띤쟌의 시작을 알리는 축포와 함께 물 축제가 시작된다.

물은 청정함과 순결을 상징하는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띤쟌 기간이 오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사원이나 불탑, 불상 등을 물로 깨끗이 씻는다. 그리고 신체 가운데 가장 고결하고 숭고한 부분인 머리를 깨끗이 감으며, 젊은 사람들은 연장자들에게 머리를 감을 물을 떠서 바친다.

젊은이들이 타인의 머리를 감겨주는 의식을 행하고 있다. ©조용경
젊은이들이 타인의 머리를 감겨주는 의식을 행하고 있다. ©조용경

 

띤쟌 축제 기간은 4월 17일부터의 새해 축제와 이어지는 장기 연휴가 되어 관공서는 말할 것도 없고, 기업, 상점, 그리고 많은 식당들까지 문을 닫고 7일에서 길게는 14일까지 휴무를 하기도 한다. 고향이나 부모 형제들과 떨어져서 사는 사람들은 이 기간을 이용하여 고향을 방문하기도 한다. 우리의 설이나 추석 연휴처럼 이 기간이면 미얀마 판 ‘민족의 대이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물을 맞으며 환호하는 미얀마의 젊음들. ©조용경
물을 맞으며 환호하는 미얀마의 젊음들. ©조용경

 

그러나 띤쟌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거리에서 벌어지는 ‘물 축제’이다. 필자는 2015년 축제 기간 4일 동안을 역사외 문화의 중심인 만달레이와 주변지역을 다니며 축제를 구경했다. 그 4일간 만달레이는 그야말로 광란의 도시로 끓어 올랐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 나와 물을 뿌리고, 맞으며, 춤을 추고, 다양한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며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띤쟌은 먹거리 축제의 현장이었다. 거리 곳곳에는 크고 작은 포장마차를 비롯해서, 손수레, 등짐 등에 온갖 종류의 전통 음식과 다양한 음료수들을 수송해 와서 팔고 있었다. 거리에 나온 음식들 가운데는 우리나라에서 고사 지낼 때 쓰는 것과 비슷한 돼지머리도 있었다. 500 쨔트를 내고 한 접시 사 먹어 보니 고소하고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이었다.

이 4일간의 축제기간에는 어느 누구에게나 물을 뿌려도 무방하다. 물을 뿌려주는 행위에는 지난 한 해의 나쁜 업장(業障)을 소멸해 주고, 정갈한 몸과 마음으로 새해를 맞을 수 있게 해주는 축복의 의미가 의미가 담겨 있다. 불교 식으로 생각하면 그 자체가 일종의 보시 행위인 셈이다.

거리에 대형 무대를 만들어 놓고 사람들에게 호스로 물을 뿌리는 게 대도시 축제의 기본형이라면, 시골이나 뒷골목의 어린이들은 물총에 물을 넣어가지고 돌아 다니면서 친구나 가족, 행인들에게 쏘아대기도 한다. 

만달레이 아마라푸라 지역의 사원에서 물 뿌리는 동자승들. ©조용경
만달레이 아마라푸라 지역의 사원에서 물 뿌리는 동자승들. ©조용경

 

만달레이의 변두리 마을에서 작은 절 앞을 지나가는 데, 어린 동자승들이 절 입구에 나와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함성을 지르며 물총으로 물을 뿌려대고 있었다. 결국은 어린 아이에 불과한 동자승들의 티없는 동심이 그대로 전달돼 오는 듯 해서, 자청하여 물을 맞고는 배낭 속의 과자 봉지를 꺼내 나누어 주었다. 대단히 무질서해 보이는 이런 축제의 와중에도 함께 지키는 룰이 있다. 스님이나 노인에게는 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달레이 왕궁 앞 무대에서 춤추는 무희들. ©조용경
만달레이 왕궁 앞 무대에서 춤추는 무희들. ©조용경

 

젊은이들은 오로지 이 물 축제를 기다리는 재미로 1년을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젊은 그들이 보여주는 축제의 열기는 정말 대단했다. 특히 만달레이의 띤쟌을 참으로 흥겨운 축제로 만들어 주는 것은 오토바이나 트럭을 타고 굉음과 경적을 울리며 시내를 질주하는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차를 빌려서, 시내 곳곳을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전 시가지를 하나의 축제 현장으로 들끓어 오르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어느 영자신문은 이들을 ‘띤쟌 폭도들’(Thingyan Insurgents)이라고 표현했다. 이들의 이글거리는 눈빛과 넘쳐나는 열기를 보면 ‘폭도’라는 용어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띤쟌 축제의 배후에서 축제를 축제답게, 한껏 흥청거리는 분위기로 만들어 주는 건 대기업들이다. 띤쟌이 다가 오면 특히 주요 기업들은 띤쟌이 국민들에게 기업 이미지와 자신들의 제품을 홍보할 연중 최대의 기회이기 때문에 대도시의 목 좋은 위치에 부스를 설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는 그 무대를 중심으로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인기 연예인의 공연 등 화려하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유명 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 무대 앞을 가득 메운 사람들. ©조용경
유명 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 무대 앞을 가득 메운 사람들. ©조용경

 

대기업들이 만든 이런 무대 앞에는 인기 연예인들을 보기 위해 젊은이들이 입추의 여지도 없이 도로를 메우게 된다.

띤쟌은 미얀마의 ‘국민적 에너지의 대폭발’ 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행사이다. 띤쟌과 관련하여 꼭 소개하고 싶은 게 여성들의 머리 장식이다.

띤쟌 축제 기간 동안에 거리나, 시장에서 만나는 여성들의 상당수가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머리를 노란색과 흰색의 꽃으로 장식하고 있었다. 노란색 꽃은 파다욱(Padauk)이라는 꽃으로 띤쟌 축제기간을 전후하여 일년에 딱 한 차례 피는 꽃이라고 한다. 이 파다욱 꽃은 공식적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미얀마의 국화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미얀마 국민들이 누구나 다 좋아하는 꽃이다. 하얀색 꽃은 재스민(Jasmine)으로 평상시 부처님께 공양하는 꽃으로 향기가 어지러울 정도이다.

설을 맞아 머리에 꽃을 꽂은 여인들. ©조용경
설을 맞아 머리에 꽃을 꽂은 여인들. ©조용경

 

띤쟌 축제를 보면서 참으로 신기했던 것은 띤쟌이 끝나고 다음 날인 새해 아침이 되자, 4일 동안의 열광적 분위기는 말끔히 사라지고 모든 것이 질서정연한 상태로 되돌려 진다는 것이었다. 미친 사람들처럼 이 거리 저 거리를 누비며 들뛰던 사람들이 다시금 예의 바르고 얌전한 평소의 미얀마 사람들로 돌아와 말쑥한 차림으로 절을 찾아가거나 어른을 찾아 인사하는 광경은 눈을 의심할 정도다.

띤쟌 축제 기간에 결집되는 미얀마 인들의 이 폭발적인 열기가 미얀마의 민주화와 개방화를 향한 에너지로 승화되어 지난 2015년 가을의 총선거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에 대한 90% 가까운 지지로 이어진 건 아닐까. 금년 11월의 총선거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처럼 멋진, 또 보고 싶은 띤쟌 물축제도 금년에는 대폭 축소하여 가정과 사원에서만 조용히 지내도록 하고, 거리와 야외행사는 금지했다고 하니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우한이 너무도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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