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관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병의 자살 소식을 접하며,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군대 내 성폭행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와 있음을 절감한다.

군대 내의 동성 간 성폭행은 우리사회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폭력 사건과 그 맥락이 다르지 않다. 피해자가 남성이건 여성이건 가해자 남성과의 성적인 권력관계 속에서 동일하게 열등한 ‘여성’의 처지에 놓여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죽으라 하면 죽어야 하는’ 엄격한 상명하복식 군대 조직 속에서 피해자 남성들의 처지는 여성보다 나을 게 없다.

그런 의미에서 동성간의 원치 않은 성적인 접촉은 폭력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는 군대 내 성폭력 예방교육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성폭력상담소의 제안에 동의한다.

우리는 또한 군대 내에서 자행되고 있는 성폭력을 비롯한 모든 폭력과 인권침해 체험을 드러내고 상담할 수 있는 상담소가 설치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범죄를 고발할 수 있는 창구조차 없는 폐쇄적인 군대 조직 속에서 우리 청년들을 ‘치욕적으로 견디거나 혹은 죽거나’식의 극단적 상황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이 평등하고 합리적인 군대문화를 만들기 위한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군대 내 성폭력 상담소의 설치는 그 첫 작업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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