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논단] 노동시장 주요 성차별은 ‘임·출·육’ 차별
[여성논단] 노동시장 주요 성차별은 ‘임·출·육’ 차별
  • 김양지영 여성학자
  • 승인 2020.03.13 11:04
  • 수정 2020-03-13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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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 상담의 70.9%
임신했다고 사직 강요
육아휴직에 근평 최저점

 

노동시장에서 여성이 겪는 차별과 관련해 많은 이들은 채용성차별과 성별임금격차를 이야기한다. 필자는 최근에 서울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18년간(2000~2018)의 상담사례를 살펴보면서 여성의 모성권에 따른 차별이 오랫동안 주요한 성차별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바로 여성의 임신하고 출산하는 몸이 모집과 채용, 임금, 임금 외의 금품, 교육·배치 및 승진, 정년·퇴직 및 해고에 있어서 차별의 주요한 원인이었다. 통상적으로 우리가 모성보호 관련한 불이익으로 퉁쳐왔던 내용들이 성차별 사례들로 똘똘 뭉쳐 있었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여성들은 결혼하면 퇴직하는 게 관행이었다. 당시 여성운동의 주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가 바로 결혼퇴직제 폐지였다. 그러한 영향으로 87년 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에는 ‘결혼’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가 명시되어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은 결혼을 기점으로 일을 그만뒀다. 이전처럼 결혼하면 퇴직하지는 않았다. 다만 시기가 좀 달라졌다. 결혼이 아닌 ‘임신’이 퇴사 시점이 되었다. 법·제도상으로는 출산휴가가 보장되었지만 기간도 60일인데다 비용도 사업주가 부담했다. 이런 조건에서 여성들이 임신·출산을 하고도 일을 지속하기란 쉽지 않았다.

2001년 여성/노동단체들이 일하는 여성들의 모성권 실현을 위해 힘을 모았다. ‘여성노동법개정연대회의’는 모성권 실현 및 사회분담화를 위한 법개정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때 3법(남녀고용평등법,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개정을 통해 출산휴가가 60일에서 90일로 확대됐고, 국가가 출산휴가·육아휴직 급여를 지원하게 됐다. 2001년 모성보호 관련 3법 개정은 여성들에게 비빌 언덕이 됐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은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고 나서도 일을 지속하고 싶어 상담실의 문을 두드렸다. 평등의전화 자료에 따르면 결혼·임신·출산·육아로 인한 성차별이 성차별 상담의 상당수를 차지했다(2001년 36.2%, 2002년 52.1%, 2013년 70.9%).

구체적으로 여성들은 어떤 차별들을 받았을까? 2002년 여전히 결혼과 임신은 여성들에게 일을 그만둬야 할 사유였다. ‘결혼하니 그만두라는데’, ‘사내 결혼이라는 이유로 그만두라는데’, ‘결혼한다고 하니 낮은 임금을 책정하는데’. ‘임신을 이유로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는데’, ‘임신했다고 하니 그만두라고 하는데’, ‘임신하면 당연히 그만둬야 하는 분위기인데’, ‘유산기가 있어 입원했는데 그만 나오라고 하는데’, ‘임신에 대한 배려라며 지점발령을 내는데’. 결혼과 임신이 차별의 이유인데 출산휴가는 오죽했을까. ‘출산휴가를 앞두고 회사에서 퇴사를 강요하는데’, ‘출산을 앞두고 지각이 잦다며 권고사직을 당했는데’, ‘출산휴가 후 계약직으로 돌리는데’, ‘출산휴가 중에 타지점 부서 발령이 났는데’.

10년이 지난 2012년에는 결혼과 임신으로 그만두는 사례는 거의 없지만 많은 여성들은 여전히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보장받지 못했다. 물론 여전히 임신이 성차별의 근거로 작동한다. ‘임신 6개월인데 사직을 강요받고 있는데’, ‘임신 사실을 알리자 임금 삭감하여 부서 이동하고 사직을 종용하는데’.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사용은 여전히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출산휴가계를 냈더니 퇴직하라는데’, ‘출산휴가 후 복직하였는데 사측에서 업무를 주지 않고 있는데’, ‘둘째 아이 출산휴가 중 사직을 권고 받았는데’, ‘육아휴직을 신청하려고 하니, 비정규직 전환을 하라고 하는데’, ‘육아휴직 후 전혀 다른 업무로 복직을 하라고 하는데’, ‘육아휴직 사용 후 인사평가에서 최하위를 받았는데’. 2018년엔 일하는 여성의 모성권이 많이 실현된 현실에 감탄이 나올 정도다. 주요한 차별사례들은 육아휴직과 관련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인사고과 불이익, 일방적 부서 전환, 원거리 복직 등. 물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사용 후 복직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경우가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시간 동안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차별은 좀처럼 성차별로 가시화되지 못했다. 주로 모성보호 관련 사안으로 다뤄져 온 측면이 크다. 그래서인지 ‘경력단절’ 여성들은 마치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일을 그만둔 것으로 이야기된다. 이들이 일을 그만둔 것은 노동시장 내 성차별 때문이다. 남성중심적인 노동시장에서 남성과 다른 몸을 가진 여성은 일을 하기에 부적합하고 문제적인 몸으로 차별받아 왔다. 이제 우리는 모성보호가 아니라 이 문제를 명시적인 성차별로 이야기해야 한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양지영 여성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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