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직 여성공무원 연찬회, 커뮤니케이션이 주제

전국 각 기관에서 리더로서 몸담고 있는 여성공직자 142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행정자치부와 여성신문이 공동으로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통일교육원에서 참여정부 들어서 처음으로 ‘관리직 여성공무원 연찬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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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통일교육원에서 행자부와 여성신문 주최로 ‘관리직 여성공무원 연찬회’가 열렸다.

<사진·이기태>

올 연찬회는 여성공무원들이 조직 속에서 관계맺기 등‘커뮤니케이션’에 그 중요성을 두고 논의하는 장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26일 김두관 행자부 장관은 인사말에서 “필리핀 아로요 대통령이 의장대 서열 사이로 당당하게 걸어오는 모습이 인상깊었다”며 “외국에 비해 조건이 좋지 않지만 한국에서도 여성 총리와 대통령이 곧 탄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상담전문가 우애령씨는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강의에서 “여성 리더들은 술자리 등 네트워크 형성에 제약이 있기 마련이므로 어디까지 정보를 공개할 것인지를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며 “패러다임의 변화는 문을 막아도 홍수가 넘치는 것과 같아 바야흐로 여성들은 ‘삼종지도’시대를 지나 여성이 리더가 되는 시대의 한가운데 서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똑똑한 여자가 금기시 되는 것은 사회 전반의 모순을 보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여성들만의 특성 때문”이라고 밝히고 특히 “격변기나 과도기의 지도자들은 ‘욕먹기 마련’”이라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동감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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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 행자부 장관

이미경 의원(민주당)은‘여성·조직관계 맺기’강의에서 “인권,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여성의 인력활용은 절실하다”며 “양성평등 의식확산에 선구자가 돼 달라”는 주문을 했다. 이 의원은 “여기 모인 여성공무원들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핵심 중의 핵심”이라며 “‘유리천장’을 뚫은 사람들인 만큼 후배 양성에 힘을 쏟아 줄 것”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양성평등목표제에 따라 여성을 행정고시 등에서 30%를 의무적으로 뽑고 여성관리자임용 비율을 지난해 4.8% 수준에서 2006년까지 1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며 여성인재가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더욱 분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의를 마친 오후 6시 여성공무원들은 자리를 옮겨 강당에서 편안하게 문화공연을 즐겼다. ‘사랑의 문화봉사단’ 소속 트럼펫 연주가 박 본씨의 연주시간에는 손뼉을 치고 환호를 지르기도 하고 가수 김도향씨가 ‘아침이슬’을 부를 때는 참석자들이 합창을 하며 손을 들어흔드는 등 흥겨운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서울 서래초등학교 김영숙 교장은 “교육 공무원도 여성 관리자가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여성 공무원들의 모임을 통해 서로의 노하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저녁식사 후 아트세라피스트 노지향씨의 진행에 따라 ‘역할극’을 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역할극에 참석한 한 공무원이 딸과 남편의 역할극을 하면서 “일 때문에 집안일을 소홀히 하는 모습만을 보고 남편은 나를 부족하다고 평가하지만 관리자로서 자부심을 잃은 적은 없었다”며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딸을 보고 어릴 적 나를 떠올렸는데 오늘처럼 리더로서 당당하게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또한 상사와의 갈등을 재현하는 역할극에서는 한 참석자가 “상사의 승진을 위해 밤새 서류를 작성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말을 하지 못했지만 이 자리에서 되돌아보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특히 여성공무원에 대해 업무 능력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외모에 대해 지적하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해 여기 저기서 ‘맞다, 맞아’하는 공감의 탄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튿날인 27일 오전 9시 여성신문 김효선 부사장은 ‘여성장관 4인의 시대’를 주제로 한 강의에서 여성장관 4명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상영해 참석자들의 집중도를 높였다.

김 부사장은 “여성장관들이 민주적이고 친근하고 여성적인 리더십으로 참여정부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면서 “새로운 여성지도자의 이미지를 제시하는 여성장관들이 보통여성들에게 새로운 역할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의 커리어 발달에서 공직사회는 여성에게 30년 이상의 커리어를 가능하게 하고 사회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하고, 국가적인 지원과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성북구 성북1동 권영애 동장은 “공무원을 대상으로 역할극이나 비디오 상영을 진행한 것 자체가 신선했다”며 “경직되기 쉬운 공직자들의 마음을 여는 역할극을 보면서 나의 고민이 모든 여성 관리자들의 고민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나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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