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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7월 10일(목)부터 19일(토)까지 열린다. 판타스틱 영화들이 맞드는 백지장인 이곳에서 볼 만한 영화를 고르기란 쉽지 않다. 고민은 많으나 시간은 없는 독자들을 대신해서 ‘여성’ 정체성을 떠올리게 하거나, ‘여성’이라서 보고 싶은 영화들을 모아봤다. 예매는 PiFan2003 홈페이지(www.pifan.com), 티켓파크 (ww.ticketpark.com)를 이용하거나 전화예매(1544-1555) 하면 된다.

가장 먼저 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우리 영화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 여우계단>을 놓칠 수 없다. 이번 3탄의 배경은 예술여고다. 경쟁에서 이기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는데 친구는 죽더니 귀신이 되어 나타나질 않나, 사지가 따로 노는 소녀가 발레를 하고, 완벽한 조각을 만들고 싶어 하던 소녀는 조각이 돼버린다. 가부장제 사회를 풍자한 단편 <사이코 드라마>를 만들었던 윤재연 감독이 연출했다.

세계 곳곳의 판타스틱 영화들의 모임터인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부문엔 특히 볼 만한 영화들이 넘친다. 호주를 대표하는 감독 롤프 드 히어의 <알렉산드라의 계략>은 아내의 독특한 복수극을 다룬 스릴러다. 성공한 비지니스맨 스티브가 집에 돌아와보니 아내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특별한 생일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집은 컴컴하고, 나갈 수도 없고, 전화는 끊겼고, 댕그라니 그를 기다리는 건 아내가 보낸 비디오 테이프. 가부장제를 긁어대는 스릴러라니, 남편하고 함께 보면 좋겠다.

순 한국말로 치면 ‘깡통 속 미녀’인 <캔 속의 미녀>도 손이 가는 영화다. 사용설명서대로 욕실에 깡통 속 내용물을 풀어놓으면 그 안에서 미녀가 튀어나와 밤마다 남자를 즐겁게 해준다나? 그러나 황당한 남성 판타지 영화란 생각 이전에 잠깐. 문제는 남자가 깡통 속에서 나온 여자를 ‘나가요 걸’ 다루듯이 했다간 큰일난다는 사실. 가케히 마사야 감독이 ‘진실한 사랑’에 대해 묻는다니, 다행이다. 포르노 여왕 세카를 찾아다니는 걸 빙자해, 미국 포르노 황금기인 1970년대를 돌아보는 스웨덴 영화 <여왕 세카를 찾아서>도 놓치기 아깝다. 우리나라에도 동명 소설로 나와서, 이미 마니아가 꽤 있는 아멜리 노통의 소설이 원작인 <두려움과 떨림>도 기대작이다. 벨기에인으로 일본에서 태어나 5살 때까지 일본에서 살았던 아멜리에가 일본 무역회사에 취직해 겪는 이야기다. 서양 여성이 보는 일본 대기업의 이상한 관료문화, 조직문화로도 볼 수 있고, 남성적 속성과 여성적 속성의 대립으로도 볼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아침>을 만들었던 프랑스 알랭 코르노 감독의 최신작이다. 모든 여자들의 고민인 매력 없는 착한 남자냐, 매력 만점인 놈팽이냐를 고민하는 셜리 이야기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미들랜드>도 흥미롭다. 또 삼각관계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건 할리우드 영화가 아니고 영국 영화다. 빤한 인물들이 아니라 살아있는 캐릭터가 매력적인 딱 영국 영화다. 지금까지 장편과 달리, 길어야 한 시간을 넘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 판타스틱하고 독특한 상상력을 담아내는 단편 걸작선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 중에서 눈이 가는 영화는? 단연 <안달루시아의 장미>다. 21살 수녀 안젤라가 목수 파올로와 예술가 로자를 만나 숨겨진 자신을 찾는 이야기다. 수녀 환속기라고 할 만한데, 그렇다고 종교적 고찰은 아니다. 젊은 여인의 자아 찾기와 좀 더 관련이 있다니 주목해 볼 만하다.

또 <안나는 3.2kg>도 기대작이다. 아버지가 출장을 간 후, 갓 태어난 딸 안나를 혼자 돌보던 에밀리는 황당하다. 자고 일어나면 갓난아기한테 전날 없던 머리칼이 자라있질 않나, 하루가 다르게 비정상적으로 쑥쑥 커버리니 어느 엄마가 태연하겠나? 괴기스럽고 오컬트적인 신비 드라마로뿐만 아니라, 자식의 성장을 책임지는 어머니로서 가지는 상실감에 관한 문제제기도 보인다고 하니, 한 번 두고 보자.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가족 영화들을 묶어 놓은 ‘패밀리 섹션’에도 기대작이 있다. <남자가 됐어요>다. 세상사는 게 고달픈 열한 살 엠마가 소원 잘 못 빌었다가 길 건너편 사는 허풍쟁이에 게으름뱅이 남자애 미키와 몸이 바뀌는 바람에 일어나는 해프닝을 통해 영화는 묻는다. 뭘? 그건 직접 확인하시라 . 참고로 독일 영화다.

조은미 기자coo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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