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논단] 고용 성차별 구제 실질화 위해 노동위원회에 구제절차 마련해야
[여성논단] 고용 성차별 구제 실질화 위해 노동위원회에 구제절차 마련해야
  •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20.02.18 18:22
  • 수정 2020-02-19 2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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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지났다. 이 법은 모집·채용에서 정년․해고에 이르는 고용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을 금지한 최초의 실체법이다. 여성노동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미친 법률이다.

이 법률에 시행에 따라 고용 성차별은 위법한 행위가 되었다. 하지만 여성노동시장의 성차별적 구조는 30년이 지나도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여성 고용률은 남성보다 20% 이상 낮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큰 성별 임금격차와 가장 낮은 유리천장 지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성차별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보여준다. 한편, 2017~2019년 은행권과 공기업에서 적발된 채용 성차별 사건은 그 모습이 노골적이고 직접적이라는데 충격과 분노를 자아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의 고용 성차별은 형벌 규정을 두고 있다. 고용 성차별이 문제가 된 경우 지방노동행정기관에 진정, 고소‧고발과 검찰 기소를 통해 형벌 부과가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고용 성차별 사건은 입증이 어렵고, 형사 처벌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소극적인 태도 등으로 인한 피해 구제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다른 한편, 차별 피해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구제를 진정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 결과 성차별로 인정되더라도 권고에 그쳐 실질적인 구제가 되지 못해 사업주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의 고용 성차별은 피해는 존재하나 그 피해에 대한 구제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고용 차별’은 ‘재화․용역의 공급 및 이용 등에서의 차별’ 등과는 달리 ‘생존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고용 성차별의 구제는 성차별적 제도나 구조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차별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구제가 필수적이다. 고용 성차별 피해 구제의 실질화를 위해서는 고용 성차별 시정제도가 도입되어, 구제절차 이용이 쉽고, 신속하게 그리고 즉각적인 구제 조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는 고용 성차별 시정을 어느 기구가 전담할 것인가이다. 우선, 고용 성차별 시정 기구는 고용 성차별을 조사할 권한과 전문성이 존재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 구제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만큼의 권한이 있어야 한다. 즉 피해자 구제를 위한 시정명령권이 존재해야 하고, 이를 이행하도록 하는 수단 역시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고용 성차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전문성을 담보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국가기관으로서 노동분쟁 해결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노동위원회가 고용 성차별 구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민해 볼 수 있다. 

현재 노동위원회는 고용차별 관련해서 기간제‧단시간‧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시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시정명령과 배상명령권, 조사권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조정, 중재에도 유효한 역할을 하고 있다. 노동위원회가 고용 성차별에 대한 권리구제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 비정규직 차별시정 업무 처리 과정에서 축적된 전문성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노동위원회가 갖고 있는 권한과 수단 등을 통해 고용 성차별 피해자의 실질적 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고용 성차별 사건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성인지적 관점’이 요구된다. 성인지적 관점을 개별 사건에 어떻게 반영할지, 이를 위한 구조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더 나아가 모집·채용 성차별을 구제 대상에 포함시킬 것인지, 남녀고용평등법 상의 고용 성차별 형벌 규정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등 해결해야 할 쟁점들이 많다. 이상을 포함해서 고용 성차별 시정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한다.

일터는 우리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간이다. 일터에서 성별을 이유로 근로조건의 불평등이 발생하는 것은 노동권과 생존권에 심대한 타격을 미치는 행위다. 일터의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해서도 고용 성차별 피해 구제의 실질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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