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제 시대, 중간관리자리더십 달라져야

능력에 따라 유연하게 지급되는 연봉제 문화가 정착되면서 직장상사의 역할과 모델이 달라지고 있다. 일을 많이 하거나 많이 시키는 개미형 상사보다 자기 계발에 열중하고, 경력관리를 잘하는 상사가 직장인들 사이에 인기 있는 상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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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향미>

직장인 김모(29·남)씨는 실적이 곧 실력으로 인정되는 대기업 3년차 영업사원이다. 때문에 매시간 직장 상사로부터 업무에 관한 지시와 보고를 주고받는 등 관계가 긴밀하다. 실적이 저조하거나 지시대로 일이 실행되지 않으면 그만큼 상사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도 많다. 요즘 김씨는 퇴근 후 친구를 만나면 상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부하직원의 의견과 업무량은 무시한 채 무조건 ‘하면 된다’며 밀어 붙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명하달식 리더십은 낡은 유물이다. 일에 대한 에너지만 낭비시킬 뿐 아무런 성과도 가져오지 못한다는 것.

입사 후 4년 간 같은 건축사 사무실에서 근무해온 이모(28·여)씨는 평소 잘 따르던 직장 상사가 최근 좋은 조건의 A회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맡겨진 일은 깔끔하게 처리하고 없는 시간을 쪼개 전공과 외국어 분야에서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해 나가 늘 후배들의 모범이 됐던 선배였다. 선배가 그만두자 혼자만 현실에 안주해 도태한다는 느낌이 들어 뭔가 준비해야 한다는 조급한 생각으로 서점가를 기웃거리게 됐다.

김씨와 이씨, 둘은 7년 후를 생각한다. 김씨는 직원들의 의사를 존중하며 합리적으로 일을 추진해 아래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상사의 모습을 그리고, 이씨는 자기계발을 충실히 해 원하는 회사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멋진 상사이기를 꿈꾼다.

이처럼 직장환경이 바뀌면서 요구되는 직장상사의 역할과 모델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과 달리 능력에 따라 유연하게 지급되는 연봉제 문화가 정착되면서 직장인들이 본받고 싶어하는 상사의 모습도 ‘능동적이고 합리적인 마인드의 지도자형’이거나 ‘자기가치를 판매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형’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온라인 채용업체 커리어(www.career.co.kr)가 직장인 798명을 대상으로 ‘어떤 유형의 상사를 본받고 싶으냐’는 질문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상(54%)이 ‘리더십 있는 상사’를 꼽았다. 직장인들의 상당수가 기계적이고 권위적인 리더를 지양하고 새로운 ‘노동환경에 맞는 창조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지닌 리더’를 원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다음으로 환영받는 것이 ‘자기계발을 많이 하는 상사’(27%)다. 오히려 ‘주어진 업무를 열심히 하는 상사’(9%)는 인기가 없다. 묵묵히 조직에서 자기 할 일만 다하는 상사보다는 언제든 좋은 조건으로 이직할 가능성이 있는 상사가 존경받는 시대다.

반면 마음 좋은 선배로 인식되는 ‘술과 밥을 잘 사주는 상사’와 ‘일을 많이 시키지 않는 상사’는 각각 5%, 3%를 차지했으며 회사 상급관리자에게 인정받는다고 인식되는 ‘일을 많이 시키는 상사’는 2%의 지지율도 얻지 못했다.

커리어의 조기열 팀장은 “평생 직장의 개념에서는 회사 일에 최선을 다하는 상사가 단계별 승진이 유리하다고 비춰졌지만 연봉제의 확산으로 노동시장이 유연화 되면서 새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과 자기 가치를 지닌 상사가 후배들의 룰모델이 된다”고 설명했으며 회사 중간관리자의 입장에서도 “이제는 비능률적으로 일을 많이 시키거나 적게 시키면 오히려 무능력하게 비춰진다”고 덧붙였다.

현주 기자soo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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