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민주주의로 가는 길에 여성이 있다. 6·13 지방선거 1년을 맞아 돌아본 자치단체 여성 의원들의 활약은 ‘생활정치’ 그대로다. 여성의 특성을 살려 생활정치 실현에 앞장서고 있는, 그래서 지방자치 역사를 새롭게 장식하고 있는 여성들의 풀뿌리 민주주의 사례들을 조목조목 짚어봤다.

~11-1.jpg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여성의원들은 지역생활과 밀접한 여성의 특성을 살려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에 앞장서 왔다. 사진은 왼쪽 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경숙(경상남도), 유선목(서울시), 김혜련(경기 고양시), 김성숙(인천시), 김유임(경기 고양시) 의원.

여성특위 설치·주민발의 조례안 성사

성인지적 관점 지닌 여성 의원 맹활약

민주주의의 ‘꽃’이 지방자치라면 지방자치의 꽃은 소신파 여성의원들이다. 여성의원들은 개미같이 움직이며 풀뿌리 민주주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여성의원들이 가꾸어 낸 지방자치의 열매를 소개한다.

국회에 여성위원회가 있듯이 자치단체에는 여성특별위원회(여성특위)가 있다. 6·13 선거 전에는 광역시 위주로 꾸려져왔으나 1년만에 여성들 활약으로 세 곳이 추가됐다. 경상남도·전라남도·고양시 의회가 그 주인공. 경상남도는 지난 4월 광역도의회 최초로 여성특위를 설치한 역사를 만들었고 고양시도 기초자치단체에서 처음으로 여성특위를 설치한 전례를 세웠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경상남도의회 이경숙 의원은 “경남은 요보호 여성 위주로 정책이 마련돼있고 일반 여성을 위한 정책은 전무해 지역 여성정책이 없는 것과 다름없다. 지역 여성의 이해와 요구가 반영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여성특위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사례① 여성문제 전담기구 만들다

그는 지난해 10월 여성특위 설치를 제안했으나 본 희의에서 통과된 건 지난 4월. 이 의원은 “다른 의원들이 마음을 모아주지 않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과정이 힘들었지만 그 열매는 달다. “경남 지역 여성들의 의견을 열심히 수렴하고 반영하겠다”고 의욕에 답을 했다.

고양시는 조금 수월했던 편. 6·13 선거에서 재선된 제4대 고양시의회 김유임 의원은 3대 의원으로 활동할 때부터 여성 정책에 관심을 두고 여성특위 준비작업을 했다. 6·13 선거로 여성의원이 4명으로 늘어나자 바로 여성특위를 설치할 수 있었던 이유다. 고양시 여성특위는 지난해 11월 첫 울음을 터트리자마자 준비한 보따리를 바로 풀었다. 김유임 의원은 “보육·교육 예산에 신경 쓴 결과 보육교사 처우 개선비나 아동별 지원금이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고양시청에 여성전담과가 새로 만들어진 것도 여성특위가 없었다면 요원했을 일. 이런 성과가 눈에 띄어서일까. 김유임 의원은 사회산업위원회 상임위원장에 선출됐고, 고양시의회 첫 여성 상임위원장이 됐다. 상임위원장은 힘을 좀 더 쓸 수 있는 자리. 김유임 의원은 “복지관 지원 예산을 늘렸고 장애인 주간보호센터도 새로 만들었다”는 성과를 내밀었다.

여성이 ‘처음’ 써낸 지방자치 역사는 여성특위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 조례에도 그 손길은 여지없이 미쳤다. 전라남도의회 전종덕 의원은 5만 명이 넘는 주민들에게 받은 서명지를 기초로 ‘우리농산물 이용 학교급식 조례제정’안을 지난 4월 도의회에 제출했다.

이 안은 우리농산물로 급식을 하고 그 예산을 자치단체가 내야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로써 광역시도 최초로 ‘주민발의 조례안’이 성사, 지방자치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런 흐름을 이어 받아 경상남도의회 이경숙 의원도 의원발의로 전라남도의회와 같은 내용으로 학교급식조례제정안을 제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례② 생활경제 실천하다

살림 잘하는 여성들이니 소비 생활에 대한 관심도 높을 수밖에. 그리고 그 관심은 곧 생활정치로 이어진다. 인천시의회 김성숙 의원은 “지방은 소비자 정책이 낙후된 곳이 많다. 소비자단체에서 활동했던 전문성을 바탕으로 식품 안전이나 소비생활에 해가 되는 부분을 찾아내고 있다. 그 첫 단추로 지난 4월 소비생활센터를 열었다”는 경과를 설명했다. 이 뿐만 아니다. “인천시가 규모는 커지는 데 비해 주민들 주인의식이 부족하다”는 판단으로 ‘인천사랑운동 실천지원 조례’도 만들었다.

여성들이 내 딸·아들 같은 청소년들에게 느끼는 애정은 그대로 정책을 추진하는 힘이 된다. 서울시의회 유선목 의원은 “서울시 청소년 정책이 주체인 학생들을 빼놓고 공급자 시설 위주로 가고 있다. 특히 탈학교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 논의는 활발하면서도 어린 미혼모를 위한 얘기는 없다.

미혼모를 위한 대안학교 설립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성숙 의원도 미혼모에 관심을 둔 경우. 김 의원은 “미혼모를 위한 쉼터 제안이 받아들여져 착공에 들어갔으며 내년 연말쯤 완공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례③ 주거환경 새로 만들다

환경도 여성과 빼놓을 수 없는 부분. 고양시의회 김혜련 의원은 녹색정치준비모임 일원답게 환경을 이야기하는 정책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배기오염 줄이기, 친 환경 농업으로 바꾸기 등 환경 관련 질의들을 주로 던지고 있다는 김혜련 의원은 “유채·해바라기씨 등 식물성 기름으로 만든 바이오디젤을 디젤하고 섞어서 판매할 수 있는 조례를 최근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고양시 내 주유소에서 바이오디젤과 디젤이 섞인 기름을 주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성인지적 관점을 바탕으로 한 양성평등 정책 추진에도 여성의원들의 잰걸음이 눈에 띈다. “출산을 앞둔 여성공무원의 대체 인력비 예산을 잡았고 희망보직제로 여성들이 관리직에 배치될 수 있는 기본틀을 만들었다. 그 동안 형식에 치우쳤던 남녀공무원 대상 양성평등교육 프로그램도 정규과목에 넣었다”는 김성숙 의원의 성과는 비단 그만의 결과물이 아니다.

“의원들 생각에 따라 지역 정책과 예산 집행이 달라진다. 성인지적 관점을 가진 여성의원들이 제대로 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경숙 의원이 생각하는 지방자치와 여성. “여성들이 남성보다 굉장히 성실하다. 의회 상임위나 본회장에 참석하는 시간이나 횟수가 남성보다 훨씬 좋다는 결과가 말해준다.

또한 여성이 없는 의회는 여성 권익이나 사회 약자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지역에서 여성들이 많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유선목 의원 생각도 비슷하다. 그리고 그 생각은 많은 여성의원들의 공통분모이기도 하다.

현재 광역·기초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은 총 143명. 이 가운데 광역의회 의원은 64명이며 기초의원은 79명이다.

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