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근 무죄 판결에 여성들 분노… “‘재량’이 아니다, ‘직권남용’이다”
안태근 무죄 판결에 여성들 분노… “‘재량’이 아니다, ‘직권남용’이다”
  • 진혜민 기자
  • 승인 2020.01.13 14:34
  • 수정 2020-01-13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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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안태근 무죄 판결 규탄 기자회견
다수의 여성단체로 모인 시민단체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하 미투시민행동)은 13일 대법원 앞에서 안태근에 무죄판결을 내린 대법원을 규탄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신문 최지혜 인턴기자
다수의 여성단체로 모인 시민단체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하 미투시민행동)은 13일 대법원 앞에서 안태근에 무죄판결을 내린 대법원을 규탄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신문 최지혜 인턴기자

“조직 내 성폭력 피해자 불이익 외면하는 대법원 규탄한다”

“법조계 안태근들의 남성연대 성적폐의 원흉이다”

대법원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받은 안태근 검사장의 2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자 여성들이 해당 판결을 규탄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높였다.

다수의 여성단체로 모인 시민단체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하 미투시민행동)은 13일 대법원 앞에서 안태근에 무죄판결을 내린 대법원을 규탄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여성단체와 취재진 등 많은 사람들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검찰 고위층에 의한 성폭력, 계속 방치되어야 하는가?’을 제목으로 발언 중이다. ⓒ여성신문 최지혜 인턴기자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검찰 고위층에 의한 성폭력, 계속 방치되어야 하는가?’을 제목으로 발언 중이다. ⓒ여성신문 최지혜 인턴기자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검찰 고위층에 의한 성폭력, 계속 방치되어야 하는가?’을 제목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송 사무처장은 “대법원은 ‘여러 기준 또는 고려사항을 종합하여 인사안을 작성할 재량이 있고, 그 과정에 각 기준 또는 고려사항을 모두 충족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재량의 범위 내에서 우열을 판단하여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했다”며 “재량은 자기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에 묻는다”며 “재량이란 것이 온전히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까? 재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의문을 던졌다. 그는 “지금까지 반성폭력운동의 핵심은 잘못된 통념에 맞서 싸우는 것이었다”며 “소위 ‘객관적’, ‘중립적’이라는 기준이 얼마나 남성 중심적, 가해자 중심적인지 드러내고 비판하고 바꿔온 역사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재량을 말하기 전에 재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두루 살펴보아야 했다”고 규탄했다.

‘여성 노동자들의 외침에 원점회귀로 답한 후안무치한 판결’라는 제목으로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우리는 미투운동 이후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발언했다. ⓒ여성신문 최지혜 인턴기자
‘여성 노동자들의 외침에 원점회귀로 답한 후안무치한 판결’라는 제목으로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우리는 미투운동 이후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발언했다. ⓒ여성신문 최지혜 인턴기자

이후 ‘여성 노동자들의 외침에 원점회귀로 답한 후안무치한 판결’라는 제목으로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가 발언을 이어갔다. 배 대표는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은 직장 내 위계관계에서 발생한다. 약자인 피해자가 강자인 가해자로부터 당하는 폭력이다”라며 “2018년 여성노동자회가 운영하고 있는 평등의전화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상담 내담자 가운데 무려 60.4%가 2차 피해를 호소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배진경 대표는 “가해자는 본인의 범죄를 무마하기 위해서 내부를 단속하고 조직한다”며 “2018년도 평등의전화에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으로 상담해 온 내담자 가운데 절반이 왕따와 폭언, 폭행을 경험했다”고 주장했다.

김수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국장은 “안태근은 유죄이다. 사법부는 공범이다”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안태근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현장의 여론이 궁금하냐”며 “여론과 반응은 한가지 해시태그 행동으로 요약된다. #안태근 유죄”라고 밝혔다. 그는 “모두가 안태근은 유죄라는데. 직권남용이라고 하는데 대법원에서만 아니라고 한다”며 “이는 미투 운동으로 이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여성들에게 그만하라고, 우리사회는 그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현장에서부터 판결을 무력화시키는 투쟁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추행과 조직 내 성폭력을 범죄로 처벌하는 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예지 한국YWCA연합회 성평등위원회 청년위원은 “초범이라서, 나이가 어려서, 미래가 밝아서 등의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이에 ‘법이 두렵지 않은’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가정과 직장 등 삶의 자리에서 또다시 폭력을 가했다”며 “우리사회에 만연한 성범죄, 그리고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는 성폭력 문제는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사회, 여성이 ‘살 수 없는’ 사회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김 청년위원은 “사법당국과 정부는 성폭력 가해자 및 기업 관행에 대한 공정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통해 성폭력과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묵과할 수 없는 폭력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해야 한다”며 “직장 내 여성의 성적대상화 및 성추행, 성폭력 척결을 위한 공무원, 검찰, 경찰, 공기업 및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행동과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발언 후 미투시민행동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회견문은 김수희 한국여성단체연합 부장, 이소희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유승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활동가가 돌아가며 낭독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

안태근 무죄판결한 대법원을 규탄한다

법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악화되는 조직 내 성폭력, 사법부는 제대로 보고 응답하라

2년전 2018년 1월 말 한국사회는 대규모 #METOO 운동의 시작을 맞이했다. 그 첫 번째 조직은 다름 아닌 검찰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장례식장에서, 법무부장관을 보좌하던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 우연히 배석한 평 검사를 성추행했다. 검찰 내부에 문제제기 했지만, 내부 감찰은 되려다 말았고, 피해자 검사만 원거리에 유래없이 이상한 발령을 받으며 사건은 읂폐되었다. 성폭력범죄가 일어나면 재발방지와 피해자보호를 위해 조사하고, 기소하고 제대로 된 판결을 구하는 권한을 부여받은 조직에서 자행된 일이었다. 여성단체들은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젠더관점으로 진상을 조사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라”고, “검찰 내 성폭력 피해 전부 조사하고, 성차별적인 조직문화를 개혁하라”고 요구했다.

7-8년을 조직 내부에서 문제제기 하다가 어ᄄᅠᆫ 응답도 없었을 때, 피해자만 조직에서 조용히 나가기를 압박할 때 어떻게 해야 한다고 우리 사회는 가르쳐주어왔는가? 미투운동은 이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고, 소리내서 말하게 만들었다. 피해자의 용기있는 목소리는 한국사회 많은 조직에서 무마, 은폐, 가해자보호, 피해자고립을 자행해온 문제를 드러나게 했다.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은 피해자가 겪은 강제추행은 공소시효도 도과하여,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행사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형법 123조를 이용하여 고발했다.

검찰에서 이를 기소하고, 1심과 2심에서 검찰 내 부당한 인사조치가 있었는지 상세한 심리를 거쳐 실형 2년의 형을 선고했던 것은 그동안 이와 같은 사건들이 쌓이고 묵혀온 현실에 대한 최소한의 응답이었다. 그런데 2020년 1월 9일 대법원은 2심 판결에 대해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그동안의 성폭력 무마 은폐에 이용되어 온 수단이자 도구인 인사 불이익 조치와 그에 대해 책임을 묻고 처벌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에 눈감았다.

형법 123조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사람에게 의무없는 일을 행하게 한 죄인데, 이 사안은 검사가 검사의 일을 하게 했으므로 적용이 법리 오해라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인사 또한 재량권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 말은 낫 놓고 기역이라고 부르는 판결이다. 그 낫을 누가 어떻게 들고, 평소에 써온 방식과 전혀 다르게, 과정도 유래없이 무리스럽게, 검찰인사위원회의 결의사항을 어겨 가며 휘둘렀는지에 대해 판단하도록 기소된 사안이었다.

대법원 판결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성폭력과, 조직내 성폭력 문제제기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통한 무마 은폐, 입막음을 사법부가 제대로 파악하고 들여다봐야 하는 책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앞으로 그런 파악조차 필요없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폭력은 권력이 기준과 원칙 위에서 행사되어도 제어되지 않는 곳에서 약자를 좌절시키고 제압하며 일어나고, 같은 방식으로 유지된다.

우리는 미투운동의 원점에 다시 서 있다. 미투운동을 일으킨 그 장벽을 다시 만났다. 그러나 더 강해진 피해자들과 지지 시민들의 밝아진 눈과 맞잡은 손과 함께 외친다. 우리는 성폭력은 이제 쉽게 할 수 없는 행위이고, 성폭력이 발생해도 반드시 해결할 수 있다고, 가해자는 처벌되고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사회를 향해 갈 것이다. 퇴행은 없다. 사법부의 제대로 된 응답을 강력히 촉구한다. 파기환송심과, 검찰의 재상소, 대법원의 재상고심을 지켜보고 기다리겠다.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싸움에 끝까지 함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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