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하던 한국당 택한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씨 “불의 보면 목소리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기피하던 한국당 택한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씨 “불의 보면 목소리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0.01.08 14:05
  • 수정 2020-01-08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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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영입인재 2호
아동 성폭력 피해 알리고
2년 간 법적 투쟁 끝에 승소
손배소 승소도 이끌어내
탈북자 지성호씨도 입당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5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성평등 디딤돌 미투 특별상을 수상한 김은희 테니스 코치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테니스코치는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이유에 대해 “인권문제에 있어서 당색보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신문

‘체육계 미투 1호’로 알려진 테니스코치 김은희(29)씨가 4·15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자유한국당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환영식을 열고 김씨와 탈북자 출신 인권운동가 지성호(39)씨를 2차 영입인재로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공관병 갑질 논란’의 박찬주 전 육군대장을 1차 영입인재로 공개했다가 철회한 지 두 달여 만이다.

김씨는 이날 “자유한국당하면 인상부터 쓰던 제가 이 자리에 서기까지 정말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인권문제에 있어서 당색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제가 인권문제 해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의지였는데 당의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구체적 방향과 방법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줄 것을 약속해서 이자리에 섰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인권침해를 당하는 피해자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고 있을 때 염동열 위원장이 영입을 제안해 어렵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동 성폭력 피해자였다. 초등학교 4학년이던 2001년부터 1년 간 남성 테니스코치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말하면 보복하겠다”는 가해 코치의 말에 아무에게도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없었던 김씨는 15년이 흐른 2016년 어렵게 용기를 내 가해 코치를 강간치상 혐의로 고소하고 법적 투쟁에 나섰다. 그리고 2년 간의 재판 결과, 가해자는 구속됐고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10년이 확정됐다.

김씨는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으며, 지난해 위자료 1억원 지급 판결을 받아냈다. 그동안 아동 성폭력 피해자 등은 통상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정신적 피해 등을 호소한다. 그러나 법원은 사건 발생일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해 후유증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법 766조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단기)이 지나거나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장기)이 지나면’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씨는 이번 승소를 통해 성폭력 범죄를 겪은 피해자가 손해배상 청구 시한인 10년이 지났더라도 정신적 피해를 비롯한 후유증에 대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있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테니스 코치(왼쪽)와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 지성호씨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 자유한국당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테니스 코치(왼쪽)와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 지성호씨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 자유한국당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성폭력 피해 생존자였던 김씨는 지금은 피해자들을 위해 연대하는 조력자로도 활동한다. 그는 1심에서 가해자에게 징역 10년형 판결이 나온 직후 블로그를 열고 자신이 경험하고 정리한 성범죄 재판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언론에 보도된 답답한 사연에는 피해자를 수소문해 직접 연락도 했다. 김씨는 지난해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불의를 보면 방관하지 않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는 체육계 성폭력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려 스포츠계 폭력·성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임으로 이어지는데 기여했다. 지난해 3월에는 그 공로로 한국여성단체연합로부터 '성평등 디딤돌-미투 특별상'을 받았다. 현재는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특별조사단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편, 함께 영입된 지성호씨는 14세 때인 1996년 열차 사고로 왼팔과 다리를 잃은 뒤 탈북을 결심, 2006년 목발을 짚고 6000마일을 걸어 탈북한 인물이다. 2018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 연설에 초대되기도 했다. 지씨는 현재 북한 인권단체 나우(NAUH)를 운영하고 있다.

지씨는 “한국당이 인권 문제에 대해 일을 제대로 못했지만, 인권센터 등 제가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준비를 한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씨는 이어 “인권 개선은 모두가 함께 나갈 때 사회가 더 성숙해질 것을 믿는다. 그래서 함께 일할 것을 결심했다”라며 “한국당과 함께 머리로만이 아닌 가슴으로 일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두 사람 외에 이미 영입한 인재 20여명에 대해서도 매주 발표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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