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빌며 날린 풍선, 동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암스테르담, 풍선날리기 법으로 금지
소원 빌며 날린 풍선, 동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암스테르담, 풍선날리기 법으로 금지
  • 김서현 기자
  • 승인 2020.01.03 18:11
  • 수정 2020-01-06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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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최소 13개 지자체서 행사
한 행사에서 1천개 날리기도
수거 계획 없고 사실상 불가능
2020년 첫날인 1일 오전 강원 화천군 화천읍 서화산에서 해맞이 행사참석자들이 희망과 행복 등을 기원하는 풍선을 날렸다. ⓒ뉴시스.여성신문
2020년 첫날인 1일 오전 강원 화천군 화천읍 서화산에서 해맞이 행사참석자들이 희망과 행복 등을 기원하는 풍선을 날렸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1일, 새해를 맞이한 각 지방자치단체는 새해맞이 행사를 열었다. 일출 카운트다운과 플리마켓, 공연, 떡국 나눠 먹기 등이 다양하게 펼쳐졌다. 일부 지자체 행사에서는 작은 소란이 일었다. 예정했던 ‘소망 풍선날리기’ 행사를 이르게는 일주일, 늦게는 전날 취소해 관람객들이 풍선을 받는 곳을 찾아다녔기 때문이다. 풍선날리기가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환경오염의 원인이라는 비판을 받아들인 행사현장들이었다. 같은 날, 제주도 함덕 해변과 강원도 화천 등에서는 형형색색의 풍선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풍선날리기 행사가 환경을 해치고 동물을 위험하게 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풍선날리기는 그동안 많은 행사에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이벤트로 열렸다. 수백에서 수천개에 이르는 풍선에 소원 등을 써서 푸른 하늘로 날려 보내는 장관은 행사의 빠질 수 없는 이벤트처럼 자리 잡았다. 그러나 어느 행사도 날려 보낸 뒤 터지고 떨어지는 풍선의 잔해를 어떻게 수거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은 세우지 않았다. 

풍선은 일반적으로 고무, PVC, 은박 등으로 제작된다. 라텍스 고무로 제작된 풍선의 경우 자연환경에서 6개월에서 4년의 시간에 걸쳐 분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해에 통상 450년 이상 걸리는 플라스틱 폐기물보다 훨씬 빠른 시간 안에 분해되지만 문제는 분해 전이다. 터졌을 때 얇은 해초류 조각 등으로 보이기 때문에 바닷새나 바다 생물들이 풍선 잔해를 삼키기 쉽다. 풍선을 묶은 실과 낚시줄 또한 동물들을 옭아맨다. 신주운 동물권 행동단체 카라 팀장은 “풍선 잔해를 삼킨 바다 생물의 사망률은 40% 이상”이라며 “얇은 고무가 위벽에 붙거나 기도를 막는 등 죽음에 이르게 한다”고 밝혔다.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산하 해양 및 남극학연구소(IMAS)와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가 지난해 3월 발표한 공동연구에 따르면 해양 쓰레기 중 풍선은 바닷새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가장 치명적인 것이었다. 1개만 삼켜도 기도 등을 막아 죽음에 이르게 했다. 

하늘로 날리는 만큼 수거도 쉽지 않다. 지난 2016년 1월1일 충북 충주에서 새해를 맞아 날려보낸 풍선이 2일 일본 효고현 히메지시(兵庫縣 姬路市)에서 발견됐다. 풍선이 이틀 만에 700km를 날아간 것이다. 확인결과 수거 대책을 세운 행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지난 2017년 서던캘리포니아 해변에서 발견된 바다 거북. 온몸에 터진 풍선 잔해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발견한 남성이 직접 풀어주어야 했다. ⓒ유튜브캡처
지난 2017년 서던캘리포니아 해변에서 발견된 바다 거북. 온몸에 터진 풍선 잔해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발견한 남성이 직접 풀어주어야 했다. ⓒ유튜브캡처

 

지난해 12월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발표한 ‘2020년 해맞이 행사 풍선날리기 주최 지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최소 13개 이상의 지자체에서 풍선날리기 행사를 계획 중이었다. 수경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멸종위기종 서식 지역이나 국립공원 인근에서 아무런 고민 없이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굉장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환경부가 나서서 공공기관 및 민간영역의 풍선 날리기 행사 금지 조치를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풍선날리기에 대한 비판이 일자 대전 동구·대덕구, 서울 성북구·동대문구, 인천 강화군 등 지자체들은 예정했던 풍선날리기 이벤트를 취소했다. 서울 성북구 관계자는 “30일 간부회의를 통해 해맞이 행사에서 예정했던 풍선 날리기를 취소했다”며 “환경보호를 위해 취소했고 앞으로도 환경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행사를 기획하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남 창원시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2017년 4월부터 풍선날리기를 전면 금지하고 기업체 등에서의 참여도 유도해왔다. 경기도는 이번 신년맞이 풍선날리기를 31개 시·군에서 전면 금지한 데 이어 환경부에도 관련법을 제정하자는 제안을 보냈다. 

풍선날리기를 강행한 곳도 많았다. 1일 동물권 행동단체 카라와 연예인 윤세아씨는 제주 함덕 서우봉 해변에서 열린 일출제 행사 중 날려 보낸 천 개의 풍선을 SNS를 통해 비판했다. 윤씨는 SNS에서 “이제부터 풍선줄에 감겨 서서히 다리가 잘릴 조류들, 색색의 풍선을 먹이로 알고 먹은 후 고통 속에 죽어가야 할 조류와 어류들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고 비판했다. 풍선날리기를 진행한 한 지자체 관계자 A씨는 “이미 업체와 계약을 맺은 상태였기 때문에 뒤늦게 여론에 밀려 취소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다른 풍선날리기를 진행했던 지자체 관계자 B씨는 “매년 진행했지만 그간 민원이 없었고 의미 있는 행사라고 생각한다”며 “수거에 대한 계획은 따로 없다. 행사 후 청소업체가 현장을 정리할 것이고 도심지에 떨어지는 것은 자연히 청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이미 행사에서 풍선날리기를 금지한 곳이 많다. 네덜란드는 2015년 암스테르담을 시작으로 4대 도시를 비롯한 상당수 도시에서 풍선날리기를 법규로 금지하고 있다. 금지범위는 개인적인 파티와 결혼식 등까지 포함한다. 영국 옥서드, 카디프 등 50개 도시와 미국 뉴욕주 등 또한 풍선날리기 행사를 금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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