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의 다른 정치] 2018년을 기억하라!
[김은주의 다른 정치] 2018년을 기억하라!
  •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 승인 2020.01.02 07:35
  • 수정 2020-01-01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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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의 다른 정치⑧]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의 미소는 여전히 비밀에 싸여있다. 언뜻 보면 인자하고 행복해 보이지만 좀 더 가까이서 보면 그녀의 눈은 어둡고 우울해 보인다. 억지로 지은 미소인지 아니면 정말 행복해서 지은 미소인지 알 수 없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질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바라보는 내 표정이 아마도 그녀의 미소수준이 아닐까 싶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다당제에 근거한 다원주의 정치를 꿈꾸며 추진했던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반 토막이 나버렸다. 패스트트랙에 올렸던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225 대 75석이 253 대 47석으로 축소되었고 연동율 50%, 연동형 비례대표의석 30석으로 일명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그것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는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배분을 통한 정당 득표율과 의석비율의 심각한 불일치를 교정하여, 국민의 의사를 왜곡 없이 비례적으로 대표하기에는 턱없이 미흡하다. 그런 점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선거제도개혁의 끝이 아닌 시작이다.

4월 15일 저녁이 되면 아마도 여기저기서 왜 했냐는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질 것이다. 물론 비난의 결은 다를 것이다. 한쪽에선 무늬만 다당제에 양당제의 기형화만 초래했으니 되돌리자고 할 것이고 다른 한쪽에선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개혁을 좀 더 강력하게 밀어 붙였어야 했다는 자성의 목소리일 것이다. 비례용 위성정당의 출현이 그 이유이다. 이미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비례용 위성정당 창당을 천명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다당제는 단지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의 수를 늘리는 것에 있지 않다. 핵심은 다양한 가치와 이념을 토대로 한 정당의 출현과 이들의 의회진출이다. 그러나 비례용 위성정당은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거대 정당들이 비례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고 등록한 신생정당이 17개이다. 여기에,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 참여했던 정당 34개를 더하면 적어도 50여개의 정당이 제21대 총선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당의 난립 자체를 우려할 필요는 없다. 신생정당이나 소수정당이 정당지지율 3%나 지역구 5석이상이라는 비례대표의석 배분 기준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다양한 가치를 대변하는 소수정당의 난립이 아니라 거대정당의 비례용 위성정당의 등장이 더 심각한 문제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무늬만 다당제”가 될 공산이 크다.

또한 거대정당의 비례대표의석 축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후보공천에 있어 당선가능성이라는 기준이 그 어느 때 보다도 강력하게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은 역대 모든 선거에서 지역구에 출마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지금은 앞을 다투어 여성과 청년 참여확대를 지지하는 모양새를 취하지만 막상 공천과정에 들어가면 정당들은 예외 없이 이 유혹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야를 막론한 모든 정당들은 2018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여성들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개헌논의과정에서 여성들은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대표성 즉 남녀동수조항의 신설을 요구했었다. 또한 혜화역과 광화문광장에 모였던 10만이 넘은 익명의 여성들은 불법촬영편파수사를 규탄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었다. 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불공평과 차별은 바로 여성들의 권력 없음에 있음을 지적하고 국회,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에서의 여성대표성의 확대를 촉구했었다. 이제 정당이 이 외침에 답을 해야 할 차례다.

어찌 됐든 법은 통과됐고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이 법에 의거하여 치러져야 한다. 반쪽이에 불과하더라도 이 법으로 현재가 아닌 미래세대를 위한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 이제 다시 시민인 우리의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 변화를 위한 선택, 다른 정치를 위한 전진을 해야 한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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