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무국제예술제 참가한 재미 현대 무용가 이혜경과 나이니 첸

여성 안무가들의 강인한 에너지가 솟구친다. ‘치유, 구원 그리고 평화’. 6월 11일 호암아트홀에서 막 오른 창무예술제 무대는 세상을 치유하고자 나선 여성 안무가들의 모성적 힘으로 출렁이고 있다. 11일 오프닝을 장식한 나이니 첸과 남정호는 와 <엄마의 일기>로 아시아 여성의 힘과 한국적 여성 이미지를 무대에 올렸으며, 프랑스 현대 무용의 대모인 캐롤린 칼송과 한국의 김매자는 동양 문화에 대한 향수를 선보인 와 한국 창작춤의 지평을 연 <심청> 가운데 ‘범피중류’로 예술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21일부터 28일까지 포스트극장에서 공연되는 ‘떠오르는 아시아의 안무가들’ 6팀의 무대도 기대해 볼 만. 이 가운데 단연 주목을 끌었던 나이니 첸(46)과 이혜경(51)은 뉴욕과 LA에서 활동하며 미국 현대 무용의 포스트모던함에 동양 전통의 요소들을 결합시켜 미국을 사로잡은 이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정이 공통적인 이들을 만나보았다.

강렬한 시각적 자극, 탁월한 상상력 - 이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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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제의 테마가 ‘치유, 구원, 평화’이다. 작품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우리 삶이 세계적으로, 우주적으로 많이 힘들다. 사람들이 참 어둡고 투쟁적이라는 거를 말하고 싶었다. 원래 내 작품들은 모두 아름다운데, 그 아름다움이 똑같이 되풀이되면 지루하지 않나. 변화를 줘서 아무리 어두운 것을 다뤄도 치열하게 다루면 그 안에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 그 아름다움을 모성, 여성성이라 보는 것인가?

“여성적인 것도 있고. 아름다움은 사람의 관점, 표현에 따라 다르다. 나는 밥을 해서 먹이는 것부터 한국의 엄마들처럼 챙기는 거를 중요시한다. 여자는 모성애가 있어서 그걸 안 풀면 힘든 것 같다.”

- <심연의 소리>는 어떤 작품인가?

“포스트모던댄스를 추구하면서도 한국 전통이라는 보따리에서 내 예술의 근본과 소재를 찾고자 했다. 한국적인 것들은 내 무용에 많은 소재가 된다. 동양인이라는 점이 마이너리티로서 핸디캡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난 그것을 역이용해 동양인으로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춤을 찾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다.”

- 귀국하고 싶다거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없었는가?

“내 예술 세계를 발전시킨다면 어느 나라, 어느 속에서건 살 수 있으니까 이슈화 해본 적 은 없다. 어떻게 나를 찾고 발굴해서 이것을 유지할 것인가 나만의 싸움이다. 처음엔 그리웠지만 지금은 거기가 내 집이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이유는 그냥 내 것을 찾고 싶어서다. 예술가가 자기 세계가 없으면 생명이 오래 못 간다. 무슨 전공을 하든지 자기 것을 찾아야 한다.”

- 영향을 받은 인물이나 존경하는 예술가가 있다면?

“20년 전에 피나 바우시를 존경했었다. 지금은 마하바라타를 연출한 피터 브룩이 기억에 남는다. 그런 분의 작품 세계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작품이 보통 여섯 시간이다. 나는 내면으로 인상적인 작품을 참 좋아한다. 예술이라는 것, 정말 좋은 작품은 보고 나서 10년이 되든 20년이 되든 기억에 남아 있다.”

중국의 문화유산을 현대무용으로 - 나이니 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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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의 활동에 대해 말해달라.

“2차 세계 대전으로 동양과 서양은 좀더 가까워졌지만 서양은 현대적이고 동양은 민속적이며 전통적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졌다. 이런 시각은 여성 무용수를 단지 무용수로, 남성 무용수를 안무가로 표현하곤 한다. 나는 활동 무대인 미국에서 이러한 인식의 잘못을 발견하고 삶의 다양한 방식들을 껴안기 시작했다.”

- 미국에서 아시아계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보통 아시아계 여성들에 대한 전형적인 타입이 있는데, 이는 약하고 희생적이며 수동적인 모습이다. 전쟁 때 미국인들이 가서 그린 전형적인 상은 ‘미스 사이공’이나 ‘마담 버터플라이’ 같은 예술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이런 상이 대도시에서는 많이 사라졌지만 작은 도시에서는 아직까지 남아 있다. 이를 깨고 싶었다. 내 춤을 통해 아시아 여성들의 진실을 찾고자 했다.”

- 아시아 여성의 진실이란?

“바로 중국 전통의 여성상, 아시아 지역의 여성상에서 찾아진다. 모든 아시아 여성들은 강하고 유연하며 놀라운 생존력을 갖는다. 가족에 대한 희생정신과 인내심 또한 강하다. 나의 할머니는 아이들 여섯 명을 데리고 대만으로 건너왔다. 현재 재미중국인 여성들은 매우 독립적이고 고학력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가족들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많은 활동을 한다. 강하고 사회적이다.”

- 할머니에게서 영향을 받았나?

“나의 할머니는 청나라에서 태어났는데 99세까지 살았고 키가 아주 컸다. 3인치 전족을 하고 다녔다. 할머니는 당시 여성에 대한 억압이 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똑똑했다. 할머니 주도로 우리는 대만으로 왔다. 어릴 때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할머니의 생애사, 존재만으로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여성으로서의 투쟁 정신, 강인함을 배웠다.”

- 정체성에 대한 혼란은 없었는가?

“21년 전에 미국으로 갔고 지금 대만은 많이 변했다. 가치관, 사람들의 신념 등. 그러나 여전히 나는 그 나라를 사랑한다. 모국이라 생각한다. 나는 중국과의 연결성이 있다. 내 세대와 위의 세대는 중국계 미국인이란 말을 받아들이지만 우리 아래 세대는 중국계 미국인이 아니라 대만계 미국인이라 주장한다. 우리를 중국에서는 대만인으로, 대만에서는 중국인으로, 미국에서는 아시아인으로 본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일 뿐이다.”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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