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안 주면 여권·면허 발급 안 내준다
양육비 안 주면 여권·면허 발급 안 내준다
  • 진혜민 기자
  • 승인 2019.12.12 08:59
  • 수정 2019-12-12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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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캐나다 법에 규정
국내에선 ‘배드파더스’ 만들어
양육비 미지급 부모 신상 공개
양육비해결모임 회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양육비 이행 강화 법안 촉구를 위한 ‘나쁜 당신들’ 사진전과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양육비해결모임 회원들이 올해 3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양육비 이행 강화 법안 촉구를 위한 ‘나쁜 당신들’ 사진전과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혼 뒤 아이 양육비를 주지 않는 과거 배우자의 신상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사이트인 ‘배드파더스’의 구본창씨가 신상 공개가 된 사람들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된 가운데 국내에서 양육비 미지급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2019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부모들은 양육비 수혜에 있어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조사대상 이혼·미혼 한부모 2039명 중 양육비를 한 번도 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73.1%에 달했다. 최근까지 정기지급을 받은 경우는 15.2%였다. 또한 조사대한 한부모들은 자녀양육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양육비·교육비 부담’이라고 응답했다. 한부모 양육비 관련 법적 대응 경험도 7.6%로 낮은 수치였다.

법무법인 숭인(대표변호사 양소영) 등 9명의 변호인단은 수원지법에서 배드파더스 명예훼손 사건 국민참여재판을 위한 제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고 지난달 15일 밝혔다. 준비기일을 마치면 내년 1월 중순 경 국민참여재판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배드파더스’는 이혼 뒤 아이 양육비를 주지 않은 과거 배우자의 신상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사이트로 2018년 7월 18일 탄생했다.

배드파더스의 제보 창구 역할을 해 온 구본창씨가 신상 공개가 된 사람들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됐다. 구본창씨는 WLK(WE Love Kopino)라는 단체에서 필리핀 코피노들의 양육비 청구소송을 돕는 일을 해왔다. 한국에서도 양육비 미지급 실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그러나 사실상 배드파더스는 익명의 여성 활동가들에 의해 운영 중이다. 익명의 여성 활동가들은 아이들의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한부모의 입장으로 전면에 나서지 못해 미안하다고 최근 영상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국민참여재판을 준비하고 있는 9명의 변호인단은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행위는 비방이 아닌 ‘아동의 생존권 보장’이라는 공익적 목적으로 행해진 것이므로 ‘무죄’라는 입장으로 변론을 펼칠 예정이다.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는 “생존의 위협을 받는 자녀들을 끝까지 외면한 채 양육의무를 회피하는 나쁜 부모들이 늘고 있다”며 “이제 양육비 문제는 사회적·국가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양 변호사는 “이미 1800년대부터 형사범죄로 규정해온 미국처럼 우리도 양육비 미지급은 범죄이며 아동학대와 동일시해야 한다”며 “국가가 먼저 나서 양육비 대지급제 등 강력한 법 도입이 절실하다”고 소견을 밝혔다.

OECD 주요 국가들의 경우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국민이 알아야 할 국가적 문제이자 공적 관심 사안으로 보고 강력한 제재 조치를 두고 있다. 국가 발급 면허증 및 여권 취소 등 행정조치에서부터 기소 및 구금, 징역형 등 형사조치를 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양육비 대지급 제도 운용을 통해 국가가 먼저 나서 아동빈곤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는 개인의 행위가 국가 의존적인 피부양자를 발생시킴으로써 결국 국가 재정을 위협한다는 인식 아래, 미성년 자녀를 유기하거나 부양을 거부하는 행위를 형사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미국 아이다호 주에서는 14년형까지 선고되는 중범죄이다. 미국은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위치탐색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양육비를 체납 중인 비양육 부모의 여권발급을 거부하고 있다.

캐나다도 양육비를 지속적으로 체납하는 비양육 부모에 대해 여권을 비롯한 각종 면허 발급 거부 규정을 두고 있다. 독일은 양육비 미지급이 지속될 경우 최장 3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15000유로(한화 약 1900만원)의 벌금과 징역 2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오스트리아는 부양의무위반에 대해 최소 6월부터 최장 3년까지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스위스는 최소 3일에서 3년까지 징역형 선고가 가능하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양육비 이행 강화 방안: 운전면허 제재 관련 미국 사례 분석’을 제목으로 한 양육환경 개선 보고서 (4)를 지난 2일 배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양육비 이행률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양육비이행관리원이 개입해 양육비 이행 확약을 받은 경우에도 양육비 이행률이 2018년 기준 32.3%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비율은 절반에도 이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는 2014년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그에 따라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운영했다. 그러나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이용률은 높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양육비이행관리기관이 법률 소송과정을 지원할 뿐 직접적인 양육비 회수나 전달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에 올해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송희경·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양육비 지급 불이행에 대해 일부개정법률안 및 대표발의를 통해 방안을 제시했지만 현재 계류 중이다.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시사점에 대해 “양육비 이행의 공공성 강화에 대한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며 “국회 계류 중인 개정안의 면허 정지 등에 관한 처벌 절차 개선을 검토해 부당결부금지 원칙 위반(행정처분 중 대상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이라는 우려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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