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폐지, 대안 논의 왜 미루나
호주제폐지, 대안 논의 왜 미루나
  • 김선희 기자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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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인권단체, 가법 등 대안 공론화 활발

지난 4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개인별신분등록제 실현 공동연대’가 호주제 폐지와 개인별신분등록제 도입을 위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다음날인 5일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역시 ‘호주제 폐지 및 대안 심포지엄’을 열고 가족별편제방안(가족부)과 개인별신분등록제(1인1적제) 등 대안에 관한 발표와 토론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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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 폐지는 평등가족으로 가는 길

지난 11일 이오경숙 여연대표, 최영모 변호사, 신철영 경실련 사무총장 등 호주제폐지를 촉구하는 각계 지도자 51명이 ‘호주제폐지 지도자선언’ 기자회견을 가졌다. 참가자들이 호주제 폐지로 이룬 평등가족 나무를 풍성하게 만드는 퍼포먼스에 동참하고 있다. <사진·민원기 기자>

국회의원 마크맨 ‘호주제폐지272’, 호주제폐지 릴레이 선언 등 호주제폐지를 향한 활발한 움직임 가운데 앞의 행사들이 유독 관심을 끄는 것은 대안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했다는 점 때문이다.

사실 여성계에선 호적제도 대안 논의가 필요한 것을 잘 알지만 대안에 대한 논란이나 반대가 호주제 폐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걱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략적 차원에서 이미 논의가 무르익은 호주제부터 폐지하고 이후 대안에 대해 정하자는 것. 이러한 여성계의 침묵에 ‘아니’라고 나선 움직임이 이번 퍼포먼스와 심포지엄이었다.

여성, 젊은 층 개인별신분등록제 선호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이하 가법)는 지난 5일 “호주제 폐지, 우리는 평등이라 말한다 - 더 나은 가족제도가 기다리고 있다”를 주제로 호주제 폐지 및 대안 심포지엄을 열었다. 가법 곽배희 소장은 “이번 심포지엄은 그동안 여성계가 요구해 온 호주제 폐지와 대안에 대한 내용을 총 정리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곽 소장은 이날 기조발제를 통해 호주제 폐지와 대안에 관한 1만부 설문 조사 결과를 남녀 성비에 가중치를 넣어 수정, 발표했다. 특히 호주제 폐지 후 대안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는데 조사대상자의 50.8%가 개인별편제방안을, 49.2%가 가족별편제방안을 선택해 차이를 나타내진 못했다. 반면 성별로는 여성이 개인별편제방안(57.3%)을, 남성이 가족별편제방안(60.5%)을 선호했으며, 연령별로는 30대 이하 젊은 층이 개인별편제방안을, 50대 이상 장년층이 가족별편제방안을 선호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서 호주제 폐지 이후 대안으로 부산대 법대 김상용 교수와 동국대 비교법학연구소 정현수 연구위원이 각각 가족별편제방안과 개인별편제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이를 비교 분석해 참석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가족별편제방안의 경우 현행 호적이 가진 신분등록제도의 기능을 유지하고 반대 여론을 설득하기 위한 대안인 만큼 기존 호주제가 갖는 문제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혼인을 전제로 한 핵가족이 기준이며 부부가 협의해 결정한다지만 현재 ‘호주’와 유사한 ‘기준인’을 두고 있어 여전히 불평등한 신분등록제도로 남을 수 있다.

양성평등면에서 이상적인 제도로 평가받는 개인별편제방법은 가족 해체를 이야기하는 반대 여론과 전산시스템 내용 변경 등에 따른 예산과 인력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 위원은 “호적 전산화가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에 전산시스템의 검색기능을 이용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어떤 대안을 도입하건 개인의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해서는 “호적등본과 사본을 분리하고 호적 공개 시 부모, 혼인여부 등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 제한적으로 공개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발표자로 참석한 한나라당 오세훈 의원, 민주당 이미경·이종걸 의원 등은 호주제 폐지 후 대안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이미경 의원은 “호주제 대안은 기술적 문제로 정부가 충분히 검토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전제한 후 “대안의 논의에서는 다양한 가족틀 수용, 양성평등여부, 공시제도 기능, 예산 등이 고려돼야 하는데 개인별편제방법이 이러한 기준에 합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종걸 의원 역시 “1인1적제도가 현실에 부합하고 미래지향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오세훈 의원은 법규의 규범적인 효력과 가족해체를 우려하는 반대 여론을 감안해 “일단 가족이 중심되는 제도를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한다”며 가족별편제방법에 무게를 실었다.

소수자 인권 위해 개인별신분등록제 필수

여성, 노동, 인권, 종교, 정당 등 18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개인별신분등록제 실현 공동연대’는 4일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의 국회통과, 성씨 선택의 자유 확대, 개인별신분등록제 도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하고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가졌다.

공동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민병윤 교육조직부장은 “가족별편제방식은 결혼한 부부와 미혼 자녀, 핵가족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10명 중 7명은 결혼하지 못하는 여성장애인들의 경우, 지금의 호주제처럼 또다시 어떤 형태로든 누군가에게 소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 부장은 “여성장애인들은 가족 가운데 누군가 재산을 갖고 있을 경우 누려야 할 혜택을 받지 못한다”며 “가족별편제방식이 도입되면 사회에서 차별받고 있는 여성장애인들이 서류 상에서 또 한번 차별받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호주제 폐지 후 대안 논의란 전략적 대응 입장에 대해 “호주제 폐지에 10년 걸렸다면 다음 단계는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여성 운동계도 결혼한 사람이 많아 남성과 평등할 수 있는 호주제 폐지만 되면 대안은 상관없다는 생각이 팽배하다”며 “이 작은 목소리도 걸림돌이 될까 조심스러워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민주노동당 임은경 여성부장 역시 “여성계가 대안 요구에 대해 과도하게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며 “호주제폐지를 이야기하면서 대안을 말하지 않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민 부장은 20일 국회의사당 앞 건널목 시위 등 개인별신분등록제 도입을 위한 퍼포먼스를 계획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1인 시위 등을 지속하며 개인별신분등록제에 대해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선희 기자sonag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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