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공주는 안녕…‘엘사 블루’의 시대
핑크 공주는 안녕…‘엘사 블루’의 시대
  • 진혜민 기자
  • 승인 2019.12.03 11:50
  • 수정 2019-12-04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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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픽사…
불편한 핑크 드레스 벗고
요즘 공주들은
파란 바지를 입는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소위 ‘남자색’이라고 불리던 파란색을 선호하는 여자아이들이 늘고 있다. 영화 ‘겨울왕국’을 본 아이들이 영화 속에서 주인공 ‘엘사’가 입는 파란색 드레스를 따라 입고 싶어 하면서 벌어진  ‘겨울왕국 신드롬’ 덕분이다.  이 파란색은 ‘엘사 블루’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흔히 분홍색은 ‘여자색’으로 인식돼 왔다. 미디어 등 사회가 특정 색에 주입한 이미지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버지니아대 주디 델로아체 교수가 2011년 발표한 어린이의 연령에 따른 선호색 연구결과를 보면 1세  아이들은 색깔에 대한 선호를 보이지 않았지만 2세 이후 성별에 따른 선호색이 갈렸다. 색에 대한 선호는 사회에서 특정 색깔에 대해 주입한 이미지일 뿐이라는 것이 델로아체 교수의 설명이다. 홍콩대 수이핑 영 교수 연구팀도 2018년 5~7세 아이들의 경우 자신의 성별에 따라 기대되는 색상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오래도록 지속되던 성별 고정관념에 따른 색깔 편견은 겨울왕국 주인공인 ‘엘사’에 의해 깨졌다. 디즈니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300만벌 이상의 파란색 엘사 드레스가 판매됐다. 국내에서도 ‘겨울왕국 1’과 ‘겨울왕국 2’가 흥행을 하면서 분홍색으로 가득했던 매대가 엘사의 파란색으로 가득 채워졌다. 홈플러스는 겨울왕국 2 주인공들이 그려진 이불·쿠션 등 10여 종의 침구류와 욕실화·식기 등 40여 종의 캐릭터 상품을 선보였다. 롯데마트도 영화 겨울왕국 2의 개봉을 기념해 완구 행사를 열었다. G마켓도 겨울왕국 2 관련 400여 종 캐릭터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영화 '토이 스토리 4' 스틸 이미지. ⓒ네이버영화
영화 '토이 스토리 4' 스틸 이미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알라딘' 스틸 이미지. ⓒ월트디즈니코리아
영화 '알라딘' 스틸 이미지.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겨울왕국2에서는 엘사의 옷차림도 달라졌다. 겨울왕국 1에서도 엘사의 드레스는 기존 여왕·공주들의 드레스처럼 허리를 잘록하게 하는 코르셋과 치마를 풍성하게 부풀린 옷이 아니었다. 이번 겨울왕국 2의 엘사는 앞부분이 절개된 드레스와 망토를 벗어던지고 레깅스(바지)를 입고 말을 탄다.

겨울왕국 2 제작진은 상황에 따라서 옷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마법의 숲은 엘사·안나 자매에게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라며 “바닥까지 닿는 드레스보단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의상이 필요했다. 실용적인 옷이어야 했고 바지가 편하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비주얼 아티스트 브리트니 리도 외신 인터뷰에서 “‘이걸 입을까 말까’ 질문할 필요조차 없었다”며 “‘이때 이 순간 소녀라면 어떤 게 맞지?’하는 식이었다”고 밝혔다. 

앞서 애니메이션 영화 속 여자 주인공들의 옷차림 변화는 최근 작품에서 계속적으로 일어났다. 지난 6월 개봉한 픽사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4’에서도 보핍이라는 여자 캐릭터의 옷차림이 분홍색 드레스에서 하늘색 수트로 바뀌었다. 5월에 개봉한 디즈니의 1000만 영화 ‘알라딘’에서도 자스민 역시 바지를 입었다. 

엘사 드레스 세트. ⓒ쿠팡 판매 상품 캡처
엘사 드레스 3종 세트. 쿠팡 판매 상품 캡처.

겨울왕국 시리즈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 특히 어린이 관객의 유입이 커 등장인물의 영향력이 아이들에게 크게 작용했다. 2014년 1월 개봉한 ‘겨울왕국’은 무려 1029만6101명을 기록하며 아이들 사이에서 ‘엘사 열풍’이 불었다. 이 기세를 몰아 겨울왕국 2도 2일 기준 누적 관객 858만3778명을 기록하며 흥행 중이다. 지난달 21일부터 24일까지 CGV리서치센터에서 조사한 관객 분석에 따르면 겨울왕국 2는 10대 관객의 비중이 4.7%으로 동 기간 전체 영화의 10대 관객 4.5%보다 높게 나타났다. 

6살 딸을 가진 A씨는 “겨울왕국 1 때 이미 엘사 드레스를 사줬다”며 “이번에 겨울왕국 2를 보더니 드레스가 다르다고 새 걸로 사달라고 한다. 망토·원피스·쫄바지로 구성된 걸 찾고 있다”고 했다. 5살 딸을 둔 B씨도 “이번에는 세 벌 세트로 구성됐다”며 “레깅스·원피스·자켓인데 하나라도 빠지면 딸아이가 서운해해서 다 사줬다. 레깅스 입고 엘사가 영화 속에서 했던 액션 장면들을 따라 하더라”고 했다. 

이 같은 식지 않는 인기로 겨울왕국은 5년 전 개봉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파란 엘사 드레스는 여자아이들의 위시 아이템이다. 겨울왕국 1로 여자아이들이 분홍색 드레스 대신 파란색 드레스를 입게 됐다면, 이번에는 치마 대신 파란 엘사 레깅스가 유행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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