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뒤엔 살림살이 확실히 나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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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원기 기자>

젊음의 미덕은 옳다고 믿는 일을 끝까지 밀어붙일 패기를 지녔다는 점이다. 십중팔구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찰나의 실수는 영겁의 결실을 가꾸는 밑거름이 되는 법. 낡은 과거를 못 잊는 정치판의 몇몇 원로들이 요즘 ‘패기 있는 보수’를 갈구하며 들꾀는 것이 어쩌면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민주노동당 서대문갑지구당 정현정 위원장은 젊다. 참 젊다. 77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올해 스물일곱. 남자로 치면 늦깎이 복학생 또래다. 남들이 졸업과 사회진출을 고심할 즈음, 그는 지역구민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내년 총선을 무엇으로 준비할지를 고민한다. 멀리 잡아 치면 정당과 인연을 맺은 지 벌써 7년째. 지난해 6.13지방선거 때는 서울시의회 의원 선거에 출마도 했다. 남다른 활동 덕으로 석달 전 3월엔 민주노동당 최연소 지구당 위원장으로 추대됐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말 그대로 ‘예사롭지 않은 경력의 소유자’다.

“공직선거 후보로서 최악의 조건을 갖췄다고 모두들 말해요. 돈이 있나요, 조직이 있나요. 경험도 적고 어리죠. 게다가 여잡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저와 우리 당의 장점은 젊고 패기 있다는 겁니다. 두고 보세요.”

괜한 큰소리는 아닌 것 같다. 꼴찌를 하긴 했지만, 지난해 지방선거 때 3,500여표(11%)를 얻었다. 당선자 득표율은 40%였다. 서울시의원 102명 가운데 민노당 출신이 단 한 명이란 점을 감안할 때 무시 못 할 수치다. 출마 당시 자격도 당 중앙위원으로 무게가 실렸다.

“그동안 뭐 대단한 활동을 한 건 아니에요. 지난해엔 선거준비도 제대로 못했죠. 내년 총선만큼은 준비된 선거로 만들고 싶습니다. 지역구민과 당이 서로를 알고, 함께 가는 선거요.”

부모님 뜻 거스르지 않고 외국어고를 나와 대학에 갈 때까지 정 위원장은 스스로 ‘평범’했단다. 97년 대통령 선거 때 민노당 전신인 ‘국민승리21지지모임’을 하면서 평범은 ‘비범’으로 바뀐 듯하다. 이듬해 그는 학내 진보정당 추진모임 대표가 됐고, 졸업 뒤 2000년 7월 서대문지구당 창당작업에 뛰어들어 초대 사무국장을 맡았다.

“그저 열심히 했을 뿐인데요. 그 모습이 믿음을 줬나봐요.” 80∼90년대 수많은 선배 ‘학출’들이 노동현장에 투신한 것처럼, 정 위원장은 진보정당에 몸을 던진 셈이다. 선배들이 피땀으로 일군 토대 위라면, 이들 새 세대의 운동은 좀 ‘쉽지’ 않을까.

“부끄럽지만 특별히 사업이라고 할 만한 게 없어요. 홍제천살리기운동, 지방선거 참여, 보궐선거 지원 같은 일이 생각나네요. 참, 얼마 전엔 전두환 재산몰수를 위한 1인시위를 했죠. 언론도 좀 탔는데...” 지구당위원장이 눈 먼 감투라. 역시 ‘누워서 떡먹는’ 운동은 없는 법.

“총선을 앞두고 두 가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조직을 불리는 일과 지역구민을 상대로 한 사업을 함께 하는 것이죠.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서대문갑지구당 당원은 아직 320여명뿐이다. 그나마 절반은 신촌의 대학생들. 석 달 이상 당비를 밀리지 않고 내는 ‘당권자’도 채 200명이 안된다.

정 위원장과 참모들이 우선 과제로 삼은 건 열댓명 단위의 ‘분회’를 늘리는 일. 당원들을 동 단위로 묶고, 청년·학생 부문으로 나누는 합종연횡(?)을 시도할 참이다. 영화나 등산을 매개로 모인 소모임도 기본. 본격적인 총선 준비는 18·19일 이틀 동안 열릴 중앙당 총선기획단 모꼬지에서 전체 지침을 논의한 뒤 들어갈 방침이다. 정 위원장이 내놓은 건 민노당의 ‘무상교육, 무상의료’같은 정책을 들고 골목 골목을 누비자는 안. 서대문구 구정을 ‘감시’하는 일도 함께 한다.

제3당의 지구당위원장에게 정치현안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일. “신당이 우리 표를 갉아먹지 않겠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하지만, 그 사람들 말하는 개혁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네요. 그들만의 판짜기가 아닐까요. 신당 하면 서민 살림살이 좀 나아지나요.”

내친 김에 범진보진영 신당은 언제쯤 나오겠냐 넌지시 운을 뗐다. “큰 뜻엔 동의하지만,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안 보이네요. 최소한 공통분모를 찾는 것도 어렵고요. 모두들 고민하고 있는 문제지만, 참 힘든 일이죠.”

여성주의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여성주의란 틀 속에 갇히는 건 싫어요. 여성주의를 내세우면서 다른 부문운동도 열심히 할 수 있잖아요. 그게 건강한 여성주의 아닌가요. 명망가들만 모여 하는 여성주의, 영 아니에요.”

77년 경기 광명 96년 연세대 인문학부(사회·심리 전공) 입학 98년 진보정당추진대학생모임 연대 대표 2001년 민주노동당 서대문갑지구당 사무국장 2002년 6.13 지방선거 서울시의회 의원 출마 2003년 3월 서대문갑지구당 위원장 선출.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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