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기준 없는 아동 성착취 관련 법률
영등위 기준이 오히려 상세

 

2015년 대법원은 성인 배우가 교복을 입고 출연한 포르노그라피의 경우 아동청소년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gettyimage
2015년 대법원은 성인 배우가 교복을 입고 출연한 성인영화의 경우 아동청소년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gettyimage

 

아동 성착취물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동 성착취물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아동 성착취물은 아동 및 청소년이나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 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주체가 돼 특정한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의미한다(아동·청소년 보호법). 쟁점은 두 가지로 △아동·청소년이 신체를 노출한 영상이나 화상에서 성적인 요소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는지 △등장 인물이 명백한 아동·청소년으로 인지될 수 있는지 여부다.

지난 10월 초, 수원고등법원 형사2부(부장판사 임상기)는 13세 여아가 상의를 벗고 속옷만 입고 있는 모습을 영상통화 중 캡처해 다른 사람에게 배포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A씨에 무죄를 선고했다. 당초 해당 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A씨가 캡처한 사진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신체 일부가 노출됐으나 노출 부위 및 정도, 모습과 자세, 사진의 구도 등에 비춰 볼 때 형사법상 규제의 대상으로 삼을 만큼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내용을 표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결은 대법원에서의 ‘음란’의 법적 개념에 대한 판례를 근거로 한다. 대법원은 음란의 법적 개념을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것이 공연히 성욕을 흥분 또는 자극시키고 또한 보통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고 선량한 성적 도의 관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1965.6.16. 선고94도2413판결)고 판결했다. 13세 여아가 속옷만 입은 모습을 전송한 사건은 △특정한 신체가 노출되는 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 하고 △성적 행위의 표현 또한 없기 때문에 아동 음란물로써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아동·청소년의 판단기준 또한 모호하다. 대법원은 “음란물에 등장하는 인물이 아동·청소년이라는 점에 대해 건전한 사회통념을 가진 사회 평균인이라면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경우에만 아청법의 규제대상으로 한정해야 한다”(대법원 2014.9.24. 선고 2013도4503판결) 이라고 판결한다. 따라서 청소년의 신분을 나타내는 교복을 착용한 경우 대체로 아동 성착취물로 인정이 될 수 있으나 반대로 교복을 입고 있다고 하더라도 배경을 살폈을 때 의문의 여지가 있다면 아청법을 피할 수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5년 교복을 입고 청소년이 출입 불가능한 모텔에서 성관계를 하는 음란물을 올린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외모나 신체 발달 상태 등이 아동·청소년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문제는 아청법의 보호법익이 아동·청소년을 성적 착취로부터 보호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법으로 보호할 수 있는 아동·청소년의 범위가 크게 한정된다는 것이다. 위의 판례들에 따르면 아청법이 보호하는 대상은 2차 성징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전의 어린 아동들에 불과하다. 콘텐츠 제작자들은 이같은 빈틈을 노려 더욱 교묘하게 아동·청소년을 성적 표현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실질적 보호는 영국과 네델란드의 예를 참고할 만하다. 영국의 아동보호법은 어떤 콘텐츠든 18세 미만으로 보인다면 아동으로 여기고 이에 대한 판단을 배심원에 맡긴다. 또 네덜란드는 포르노그라피에 묘사된 자의 연령에 대한 결정을 법원에 일임하는데 이는 묘사된 자의 실제 나이를 전혀 증명할 필요가 없음을 뜻한다.  

한편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영화 및 비디오물 등급분류 기준’은 조금 더 구체적인 음란성의 기준을 둔다. 영등위는 청소년을 18세 미만으로 규정하며 △전체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제한상영가로 나누어 관람등급을 책정한다. 

12세 이상 관람가부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까지는 신체 노출과 성적 행위의 지속 정도에 따라 상영등급이 갈리며 일반적인 사회 윤리를 어긋나는 성적행위(수간, 근친상간, 소아성애 등)은 모두 금지된다. 제한 상영가에서는 일반적인 사회윤리에 어긋나는 성적 행위 또는 혐오스러운 성적 행위(수간, 시간, 소아성애 등)를 지나치게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표현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왜곡하는 것과 아동·청소년을 성적 도구 또는 학대의 대상으로 자극적으로 묘사한 것 모두를 포함한다. 제한상영 등급을 받을 경우 시청제공과 유통에 있어 제한을 받게 된다. 

이러한 까닭으로 2013년 영화 ‘도가니’가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 장면을 이유로 수차례 편집을 거쳐야 했고 같은 시기 영화 ‘뫼비우스’ 역시 근친상간을 이유로 제한상영가 처분을 받았다가 편집 후 가까스로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당시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한 아들 역 배우 서모군은 만 15세의 나이로 성인 배우 이은우와 근친상간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해 아동학대 논란을 빚었으나 당시 보호자가 해당 촬영을 승인한 사실이 알려져 학대 논란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는 아청법에서도 또 근로기준법의 연소근로자를 적용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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