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말하는 데 왜 역차별 꺼내드나
성차별 말하는 데 왜 역차별 꺼내드나
  • 김서현 기자
  • 승인 2019.11.08 07:05
  • 수정 2019-11-08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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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 두고
‘82년생 장종화’도 힘들다며
논평한 남성 정치인 논란
일부 역차별 조장 주장도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개봉 13일만에 누적 관객 수 267만 명을 넘어서면서, “82년생 김지영 관람하려면 헤어지자는 남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까지 이 영화에 대한 일부 남성들의 거부감 역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장종화 청년대변인이 ”스물둘 청춘에 입대하여 갖은 고생 끝에 배치된 자대에서 아무 이유 없이 있는 욕 없는 욕은 다 듣고, 키 180 이하는 루저가 되는 것과 같이 여러 맥락을 알 수 없는 ‘남자다움’이 요구된 삶을 살았다”며 이 영화에 대한 반감을 담은 논평을 냈다가 외부 반발로 취소했을 정도다.

여성이 성차별을 호소하는데 왜 남성들이 반대할까? 민주당 장대변인의 논평이 ‘82년생 김지영’이 고발하는 성차별에 대한 남성들의 ‘역차별’ 항변을 잘 보여준다. “학교 때 남자만 우유급식을 날라야 해 힘들었다” “초등학교 시절 숙제하나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풀스윙 따귀를 맞았다” “취사병으로서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1200인분의 음식을 요리했다” 등 남성들의 성차별 항변 역시 분명한 성차별 현상을 담고 있다. 남성들에게 가해지는 물리적 폭력 체험 역시 성평등 사회에서라면 사라져야 할 일들이다. 문제는 여성들이 비판하는 성차별에 대해 공감하고 남녀 누구에게나 가해지는 모든 형태의 성차별을 없애는 ‘연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나는 더 힘들었다”고 여성에 대한 성차별을 외면하는 현상이다.  

이나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남성들이 여성의 차별에 공감하기 보다는 자신도 힘들다고 주장하는 일련의 집단적인 태도를 ‘백래시(Backlash)’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집단적으로 차별이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피지 않고 개별적인 사안으로 환원 시켜 구조적인 차별을 무화시키려는 시도”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4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은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비상회의에서 “(82년생 김지영) 영화는 대부분 내 세대와 그 윗세대의 이야기”라며 “지금 청년은 이전 세대와 다른 많은 차별과 어려움을 느끼며 살아간다. 2030세대 남성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2030 남성은 그 이전세대 남성과 동일한 특권이 없다”고 말했다. 여성차별을 인정하면서도 젊은 남성이 더 어렵다고 말한 것이다. 

남녀 성 대결로 번지는 움직임은 각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지난 30일 한 남성 중심 커뮤니티에는 ‘82년생 김지영이 불편하십니까?’라는 글이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극악한 사례만 모으니 그렇지 솔직히 남자 군대 사례만 모아도 그냥 넘사벽일 것이다”, “무조건 여자는 피해자고 남자는 가해자로 보는 시각이 불편함 남자가 피해자인 건 외면하는 걸 보면 존재 자체가 해악” 등 저마다 비슷한 반응을 나타냈다. 여성 중심 커뮤니티에서도 “남자친구에게 영화 ‘82년생 김지영’ 관람을 제안 했다가 싸웠다”거나 “‘82년생 김지영’ 관람 후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등의 글이 수도없이 올라오며 영화가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영화 개봉 전 남성들은 ‘82년생 김지영’을 흉내 낸 아류작을 부지런히 만들어냈다. 지난해 3월 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는 ‘남성차별 시대 남성 인권을 위한 책, 『90년생 김지훈』이라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가 중단됐다. ‘90년생 김지훈’의 저자는 여성이 겪는 차별을 다룬 베스트셀러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남성의 고통은 말하지 않아 현실을 왜곡하고 성대결만 조장한다’며, 이를 비판하고자 소설을 쓰겠다고 했다. 출간이 안 되자 이상윤 부경대 교수가 실제로 『82년생 김지영 그리고 90년생 김지훈』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SNS에서는 ‘79년생 정대현’이라는 글이 유행했다. 모두 학창시절 과도한 체벌을 겪고 청년이 되어서는 군대에 가고, 결혼 후에는 회사 생활 끝에 가족으로부터 외면받는 외로운 아버지가 된다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소설 『82년생 김지영』 신드롬 이후 등장한 이같은 네러티브가 유행한 데에는 성차별이 일어나는 상황의 전체 맥락을 살피지 못 하는 낮은 성 인지 감수성과 집단적인 유아 퇴행이 자리하고 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까지 나타난 ‘나도 힘들다’ 식의 논평은 사실상 남성들의 자발적인 성찰이 힘들다는 방증”이라며 “헤이트 스피치 방지법, 차별금지법 등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 제도의 마련이 우선되어야 인식 변화를 위한 교육도 따라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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