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스탠드업 코미디, 이제 매주 볼 수 있다
여성들의 스탠드업 코미디, 이제 매주 볼 수 있다
  • 진혜민 기자
  • 승인 2019.11.07 09:12
  • 수정 2019-11-07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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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스탠드업 코미디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여성의 성 주제로 웃음 유발
KBS ‘스탠드업’ 속
개그우먼 기대
코미디언 박나래 ⓒ넷플릭스
코미디언 박나래 ⓒ넷플릭스

코미디언 박나래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여성 코미디언들의 약진으로 이어졌다. 박나래는 최근 스탠드업 코미디쇼인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를 선보인 것에 이어 박미선·장도연 등 다른 여성 코미디언들과 함께 오는 16일 방송되는 KBS 스탠드업 코미디 예능 프로그램 ‘스탠드업’의 진행도 맡게 됐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홀로 무대에 서서 마이크 하나만 들고 말로써 관객을 웃기는 코미디 형식이다. 영국과 미국 등 해외에 비해 한국에서 대중화된 장르는 아니지만 1980년대 주병진·김병조 등 남성 코미디언의 활동으로 유행한 적이 있었다. 최근에는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와 함께 여성 코미디언으로서는 박나래가 최초로 스탠드업 코미디를 부활시켰다.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는 10월1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박나래는 ‘성’(性)을 주제로 자신이 경험한 에피소드를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낱낱이 공개했다. 그는 ‘여성’ 코미디언도 성에 대해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화제를 모았다.

농염주의보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뉜다. 수위가 세다는 의견과 생각보다 약했다는 것. 박나래도 10월23일 제작발표회에서 “대중들의 반응이 궁금해 찾아봤더니 호불호가 많이 갈리더라”며 “개인적으로는 수위를 좀 더 세게 가도 되지 않을까도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리허설 도중 너무 세다고 느끼는 주제들은 좀 뺐다”며 “다음부터는 더 날아 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녀의 도전은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트위터리안 a***씨는 “별로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나는 다 봤다”며 “박나래가 좋은 성적 얻으면 다른 국내 여성 코미디언들에게도 기회가 돌아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박미선‧장도연‧송은이‧김숙 등 이들의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꼭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자혜(31)씨도 “남성 코미디언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탠드업 코미디쇼에 선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나래는 자신과 프로그램을 같이한 CP(책임 프로듀서)가 “방송은 그만할 거냐”라고 물었지만 정작 가장 큰 걱정은 재미가 있을까 없을까 였다고 한다.

농염주의보에 힘입어 그는 KBS 2TV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스탠드업’의 MC도 맡게 됐다. 스탠드업은 코미디언뿐 아니라 배우·외국인·일반인 등 다양한 직업과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로 진행되는 스탠드업 코미디쇼다.

이 프로그램에서 여성 코미디언의 활약도 기대된다. 박나래와 함께 개그우먼 박미선·장도연·정경미·김경아가 출연을 확정했다. 그 중 데뷔 32년 차인 박미선은 이번 프로그램에서 ‘67년생 박미선’이라는 주제로 공감 가득한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장도연도 자신의 마이 웨이 인생에서 겪었던 해프닝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정경미와 김경아는 엄마이자 개그우먼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황진미 문화평론가도 박나래의 행보가 의미 있다고 평했다. 황 평론가는 “박나래는 이전에도 공개코미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개그와 취향을 숨김없이 드러내왔다. 특히 공개코미디에서는 다른 여성 코미디언과는 다르게 개그 소재로 분장을 많이 했다”며 “개그에서 뚱뚱하고 못생긴 등 자신의 신체적 특징이 아닌 분장을 과하게 해 그 모습으로 남성을 휘어잡았다”고 했다. 이어 “현재 여성 희극인들이 약진하고 있다.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준비하려는 여성 코미디언도 많다”며 “여성 코미디언 중 박나래가 빨리 선점한 것이며 현재 그가 가장 화력이 센 상태”라고 덧붙였다.

여성 코미디언이 혼자 약 90분 동안 무대를 이끈 경우는 그동안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같은 도전이 여성 코미디언 사이에서 계속돼야 한다. 공개 코미디나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들의 시선도 바뀌어야 한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이윤소 활동가는 “외모 비하, 가학성 등을 소재로 한 개그는 더 이상 개그가 아니다”라며 “제작진들이 사람을 웃기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성 코미디언을 주변 인물로만 치부하는 틀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여성 시각에서 바라본 TV 코미디 프로그램 속 남녀 인물』이라는 논문을 쓴 송경란 숙명여대 한국어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여성은 메인이 아닌 주변 인물로 나오거나 남성성을 띄는 등  남성 중심적인 코미디의 틀이 바뀌어야 한다”며 “그래도 최근에는 개그우먼 김숙과 같이 여성 스스로가 젠더적 시선을 강하게 표출하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개그라는 분야에서도 성인지 감수성이 여성 측면에서 더 이야기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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