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현 수석, 경실련 주최 토론회서 참여정부 맹비난에 ‘육탄 방어’

박주현 수석의 ‘육탄 방어전’

박주현 청와대 국민참여수석이 ‘참던 말’을 쏟아 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일 ‘노무현 정부 국정운영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5명의 남성 패널들이 마구 쏟아낸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선 것.

박 수석은 급히 잡힌 회의를 미루면서까지 ‘방어’에 나섰다. 박 수석은 “나도 사회평론가 출신이지만, 오늘 토론의 평론 수준은 업그레이드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며 “문제를 정확히 제시하기보다 너무 감정적인 지적이 많이 나와 유감”이라고 일침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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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수석

박주현 청와대 국민참여수석이 ‘참던 말’을 쏟아 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사무총장 신철영)이 2일 ‘노무현 정부 국정운영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5명의 남성 패널들이 마구 쏟아낸 호된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선 것.

참여정부 출범 100일을 이틀 앞두고 열린 이날 토론회는 경실련이 ‘참여정부 5년의 국정운영 밑그림을 살핀다’는 취지로 마련했다. 신철영 사무총장은 “앞으로 지낼 5년에 견주면 지난 100일은 아직 짧은 시간”이지만 “앞으로 국정운영 방향을 가늠해 볼 잣대로 지난 100일을 평해보자”고 개최 이유를 밝혔다.

사단은 토론이었다. 5명의 토론자가 사회·경제·정부·정치외교·언론 분야의 참여정부 정책에 대해 맹렬한 비판을 쏟아놓기 시작했다. “참여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쪽으로 맞춘 것 같다”면서도 “시행과정에서 전혀 다른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의 지적은 ‘점잖은’ 편이었다.

정부 분야 토론자로 나선 함성득 고려대 교수(행정학)는 “청와대가 집행기관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거대한 대학 연구소 같다”며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이는 어리고 국정경험이 적어 일이 제대로 안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대학 연구소냐”

함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이 말은 많지만, 명확한 비전이 없다는 점”이라고 비판한 뒤 본보기로 미국의 사례를 들었다. 함 교수는 “미국이 60년대 서부개척을 끝내자, 젊은이들은 갈 곳을 못 찾았다. 그래서 히피문화, 프리섹스주의가 나왔다. 그 때 케네디는 뉴프런티어를 내세웠다. 달 탐사와 이공계 대학 육성 프로그램을 이어갔다. 이런 게 비전”이라고 말했다.

윤창중 문화일보 논설위원도 포문을 열었다. 윤 위원은 “노 대통령 당선 일등공신은 조중동”이라고 비꼰 뒤 “언론 덕에 대통령 됐음에도 언론 보는 시각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은 “참여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비정규군, 비주류”라며 “국민은 21세기 코드를 갖고 있는데, 청와대 안에 있는 사람들은 80년대 코드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섯 번째 토론자인 박 수석은 이날 오후 3시30분에 급한 회의가 잡혀 토론을 먼저 하고 자리를 뜰 작정이었다. 하지만 토론의 수위(?)가 높아지자 계획을 바꿔 끝까지 토론을 들었다. 박 수석은 2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4시쯤 차례가 돌아오자 반격을 시작했다.

박 수석은 “나도 사회평론가 출신이지만, 오늘 토론의 평론 수준은 업그레이드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며 “문제를 정확히 제시하기보다 너무 감정적인 지적이 많이 나와 유감”이라고 뼈있는 소리를 했다.

박 수석은 ‘청와대는 연구기관’이란 지적에 대해 “국정·정책상황실은 부처와 긴밀히 연계해 일을 집행하는 단위인데, 이를 줄이란 얘긴가”라며 “정책관리실 아래 위원회를 두고 하는 말 같은데, 위원들은 대부분 자원봉사를 하는 이들로 상근직원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유착관계 끊으려 기존관계 단절”

박 수석은 ‘대통령이 말을 너무 막 한다’는 지적을 두고 “언론이 대통령의 돌출발언을 끊임없이 문제 삼는데, 그 말을 1면 헤드라인으로 뽑는 것도 문제 있는 일 아니냐”고 일축, 몇 몇 청중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박 수석은 이런 반박에 앞서 “참여정부는 기존의 비정상적 유착관계를 정상적인 관계로 만들기 위해 언론은 물론, 여당, 국가정보원, 검찰 등 사회 각 분야와 관계를 끊었다”며 “지난 석 달의 냉각기로는 부족하며, 앞으로도 더 냉각기를 가지면서 새 관계를 모색할 것”이라고 참여정부 철학을 설명했다.

토론이 끝난 뒤 한 청중은 “출범 100일밖에 안된 정부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아마추어라는 지적이 많이 나왔는데,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도리어 새로운 정책을 펼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권해수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노무현 정부는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민주적인 정부”라면서도 “대통령의 직접 개입, 일관성 결여, 정부 내 부조화 등 약점 탓에 개혁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노 대통령에게 국정운영 방식과 청와대-부처간 관계 재설정, 갈등관리 시스템 구축을 제대로 하라는 충고를 남겼다.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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