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준비 '맡겨만 주세요'

“말하는 거에 따라 예식장 가격이 많이 다를 수 있다고 하네요. 보통 예식장에 나와있는 돈에서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을까요?” “웨딩 촬영 때 누구랑 가나요?”

다음카페 결혼도우미클럽(cafe.daum.net/weddinghelper)에 올라와 있는 예비 신부들 고민거리다. 이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신 직업이 있으니, 영화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웨딩플래너’가 그것이다. 그러나 노동부·여성부에서 유망 신직업으로 선정되면서 많은 여성들에게 조금씩 선망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웨딩플래너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웨딩플래너가 뭘까? 한국능률협회사회교육원에서 웨딩플래너전문가과정 교육을 받고, 현장에서 뛰고 있는 세 명의 웨딩플래너를 만나 그 현주소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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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성과 헌신성, 그리고 열정의 삼박자를 갖춰야 웨딩플래너로 성공할 수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은희 실장, 이지숙 팀장, 오지연 실장. <사진·민원기 기자>

계절 타는 직업이라 ‘참을성’이 관건

웨딩플래너가 직업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때는 5∼6년 전으로 인터넷이 활성화된 시기와 맞닿는다. “결혼하는 사람들이 젊잖아요. 인터넷 세대니 온라인으로 결혼에 대한 문의를 하기 시작했죠. 결혼도우미를 했던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본격적으로 컨설팅을 할 수 있었던 이유예요.” 웨딩디자인 이지숙(27) 팀장의 설명은 웨딩플래너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탄생한 직업이라는 사실을 짐작케 한다.

웨딩플래너가 하는 일은 단어 그대로 ‘결혼계획 짜기’다. 결혼 준비는 내가 하는 거 아니냐고? 다른 사람 결혼을 준비하는 일이기에 ‘직업’이 될 수 있다. “보통 결혼은 어머니가 준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잖아요. 자식 결혼을 처음부터 끝까지 도와줄 상황이 안 되는 어머니들이 많아졌고 일하는 여성도 늘어났죠. 결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이 생기니까 웨딩플래너도 존재하는 거예요.” 웨플 오지연(36) 실장은 시대의 흐름이 웨딩플래너를 요청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웨딩플래너가 하는 결혼 준비란 어디까지를 말하는 걸까. “신혼부부가 살 집을 구하는 것부터 혼수품 장만, 예식장, 웨딩드레스, 메이크업, 야외촬영에 이르기까지 결혼 전체를 관리해요.” 솔브웨드 정은희(34) 실장은 웨딩플래너가 하는 일이 너무 많아 다 나열하기가 곤란할 정도라고 말했다. 보통 예식장을 구하는 일부터 출발, 때에 따라 결혼식 후 집들이까지 도와주는 경우도 있다고. 혼수품에 대한 사후 관리는 기본.

이 날 참가한 세 사람의 면면에서 웨딩플래너 영역이 쉽게 읽힌다. 이 팀장은 ‘웨딩커뮤니케이션’ 직원, 오지연 실장은 ‘웨플’에 소속된 프리랜서, 정은희 실장은 웨딩컨설턴트 업체 ‘솔브웨드’를 창업한 경우다.

이처럼 웨딩플래너는 직원·계약(프리랜서)·창업 세 가지로 나뉘지만 돈을 버는 과정은 거의 비슷한데 소위 말하는 ‘능력제’다. “직원으로 취직해도 기본급은 적고 대부분 컨설팅 한 수만큼 돈을 받게 돼요.” 이 팀장은 직원이지만 일한 만큼 버는 프리랜서. 창업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렇기에 이들은 궁극적으로 ‘자기 사업’하기를 원하고 있다.

세 명이 공통적으로 꼽는 웨딩플래너의 첫 번째 자질은 ‘참을성’. “웨딩플래너로 출발한 뒤 제대로 수입이 나올 때까지 1년 정도는 기다려야 해요. 하나의 사업으로 볼 수 있어 기반 닦는 시간이 필요하죠. 사이트 개설에서 홍보 등의 작업이 있어야 손님을 모을 수 있거든요. 당장 돈을 벌 생각이라면 시작하지 않는 게 좋죠.”

첫 술에 배부르겠다는 기대는 아예 버리라는 정 실장의 조언. 계절 타는 직업이라 더 그렇다. “다른 사람들이 일하지 않는 공휴일과 평일 저녁시간에 주로 일해요. 사람들이 웨딩플래너를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오 실장이 덧붙인다.

기혼여성 재취업에 ‘안성맞춤’

그러나 평일이라고 마냥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다. 사진, 꽃, 드레스 종류 등 미리 알아둬야 할 정보가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야외촬영을 쫓아다닐 때도 많다. 평일은 자기 노하우를 쌓는 준비를 해야하고 주말은 누구보다 바쁘게 일해야 하기에 웨딩플래너는 열정과 헌신성을 갖춰야 한다.

“새 신랑·신부와 몇 개월 동안 함께 준비하잖아요. 혼수품 사거나 웨딩드레스를 고를 때도 일일이 따라가면 너무 좋아해요. 전화로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요. 헌신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 정신이 필요해요.” 오 실장의 설명에 정 실장도 “야외촬영 때 스태프들까지 챙길 수 있는 건 웨딩플래너만이 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은근히 직업 자랑을 펼친다. 일생일대의 행사를 치르는 일이니 내 일처럼 세심하게 진행하는 ‘책임감’도 빠질 수 없는 요건.

웨딩플래너는 기혼자일수록 유리하다. 결혼해본 사람에게 조언을 얻으려는 건 당연한 심리. 자기보다 나이 어린 웨딩플래너는 피하는 때가 많기에 어느 정도 사회경험을 쌓고, 결혼한 후에 이 일에 도전하는 게 좋다. 재취업을 원하는 여성들에게 안성맞춤인 셈이다.

“결혼한 여성들에게는 취업문이 닫혀있죠. 웨딩플래너는 학력도 중요하지 않고 기혼자들을 더 반기기 때문에 집에 있는 많은 여성들이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나이가 좀 적을 때는 신혼부부와 눈 높이가 맞아 일하기 좋고, 나이가 들면 연륜이 쌓여 인정받고. 체력이 다하는 날까지 할 수 있는 일로 이만한 일 찾기 쉽지 않을 거예요.” 비서직을 하다 평생 직업을 찾아 이 길에 뛰어들었다는 이 팀장의 웨딩플래너 찬사다.

연간 40만 쌍이 결혼하는 웨딩 시장은 연간 2조 4000억 원대의 시장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좀 더 편하고 알뜰하게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아직 웨딩플래너를 아울러줄 매개체가 없어요. 하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을 함께 준비해주는 웨딩플래너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질 거라고 믿어요. 저부터 제대로 된 웨딩플래너를 양성하려는 이유죠. 나중에는 동남아 쪽에 우리의 웨딩플래너 문화를 수출할 계획도 갖고 있어요.”

정 실장의 다부진 포부에서 웨딩플래너의 밝은 미래를 읽어본다면 조금 이른 판단일까.

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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