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82년생 김지영' 정유미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인터뷰] 영화 '82년생 김지영' 정유미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 김진수 기자
  • 승인 2019.10.23 07:51
  • 수정 2019-10-24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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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82년생 김지영' 주인공 정유미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82년생 김지영’ 관련 기사에는 상당한 악플이 달린다. 지난달 말에는 관객들이 고의로 평점을 주지 않는 '평점 테러'를 일으키기도 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82년생 김지영’ 주연 배우 정유미는 결혼 후 집안일과 육아를 병행한다. 유모차를 끌고 나가 벤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맘충'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영화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성별 구분 없이 여러 사람들이 나눴으면 하는 마음이 커요.”

배우 정유미(36)가 담담하게 말했다. 정유미는 23일 개봉하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에서 1982년생 김지영으로 등장한다. 결혼 후 아기를 돌보며 집안일을 하는 평범한 30대 주부다. 하지만 영화 속 그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다. 집안일 때문에 손목은 아프고 명절에는 시어머니와 단둘이 음식을 준비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잔다.

조남주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했다. 2016년 출간된 소설은 누적 판매 수 100만 부를 넘게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일상에서 만연한 가부장적 분위기와 성차별 등을 그려내 여성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었지만, 일부에서는 “극히 일부의 이야기”라며 비판이 일기도 했다. 불똥은 영화 주연으로 출연한 정유미에게도 튀었다. 영화 출연 소식에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악플이 주렁주렁 달리기도 했다.

정유미는 “시나리오를 읽고 가족들 생각이 났다. 가족들에게 나는 어떤 딸인지 생각해보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가족들에게는 평소 무심한 편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가족들이 제 일을 잘 이해해줘요. 미안하면서도 고맙죠. 가족들이 영화를 보고 어떤 이야기를 저한테 할지 궁금하네요.”

그는 결혼도 하지 않고, 육아 경험도 없는 자신이 영화 속 지영의 삶을 완전히 공감하지는 못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하지만 소설을 읽고 나서 “사람에 대한 공감을 했다”며 “영화에서 (지영을) 잘 표현하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했다.

'82년생 김지영' 주연 배우 정유미. ⓒ매니지먼트 숲
'82년생 김지영' 주연 배우 정유미. ⓒ매니지먼트 숲

올해로 데뷔 15년 차인 정유미가 사회의 지독한 단면과 맞닿은 작품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내 깡패같은 애인(2010)에서는 지방대 출신에 제대로 된 스펙 하나 없이 좌절을 겪는 취업준비생을 연기했다. ’도가니‘에서는 인권운동센터 간사로 나와 성폭력을 당한 청각장애 아이들을 돕는 역할로 출연했다. 정유미는 “모순적인데 작품을 하고 나서야 그런 일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제가 반성을 하는 계기도 됐다. 생각을 많이 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도가니‘를 만났을 때는 겁이 나기도 했어요. 실화이기도 했고, 그 이야기를 끄집어낸다는 건 그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어요.”

그에 반해 ‘82년생 김지영’은 소설과는 다르게 조금은 희망 있게 그려진다. 영화에서 처음엔 ‘맘충’(육아하는 여성 비하 표현)이라는 말에 속상하기만 하던 지영은 비슷한 일을 다시 겪을 때는 “왜 상처를 주냐”고 맞선다. “지영이 계속 마음속으로만 담고 끝났다면 아무도 몰랐을 거예요. 지영이가 힘들어만 하고 어떤 마음일지는 몰랐겠죠. 영화에서의 이 캐릭터가 해소해줘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인터뷰가 끝나갈 때 쯤, 그는 한 권의 공책을 펼쳤다. 영화 고사날 서효인 시인이 읽은 축시가 인상 깊어 공책에 써서 들고 다녔다고 했다. 제목이 ‘김지영을 찾아서’이다. “(영화를 찍으면서) 집중 안 될 때마다 읽었어요.”

“당신의 이름을 찾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당신의 이름과 타인의 이름, 흔한 이름과 낯선 이름, 빛이 나는 이름, 앞에 있던 이름과 그 뒤에 있던 이름, 침묵하던 이름과 펑펑 울던 이름, (중략) 당신의 이름을 찾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잘 찾아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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