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궁프로젝트 2심 승소

종묘공원내의 전위문화행사를 둘러싼 페미니스트 미술가들과 전주 이씨 종친회의 법정다툼에서 법원이 페미니스트 미술가들의 손을 들어줬다.

유교문화와 여성주의 충돌이었던 ‘아방궁 사건’은 법정싸움 3년이라는 긴 여정을 통과하며 결국 여성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한 걸음 내디딘 것이다. ‘아방궁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 2000년 9월. 서울시와 문화관광부 지원 아래 ‘아방궁 종묘 프로젝트’라는 여성미술축제를 진행하려다 ‘전주 이씨 종친회’로부터 무력적인 저지를 당했다. 이유인 즉, “전위문화행사라는 이름으로 국가의 엄숙한 상징인 종묘를 욕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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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10월 문화개혁시민연대, 여연 등 16개 단체는 ‘아방궁 사건’관련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전시를 다시 진행했다.

<사진·민원기 기자>

이후 미술행사를 기획했던 페미니스트 미술가 그룹 ‘입김’8명은 (사)전주 이씨 대동종약원을 상대로 4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2002년 9월 17일 서울지법 민사단독27부 이영한 판사는 “손해배상은 종친회원들이 불법행위를 했을 경우 성립되는 것이지만 회원들이 불법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소송을 기각, 1심에서는 유림에 패소했다.

그 후 9개월이 지난 이번 6월 3일. ‘아방궁 프로젝트’는 지방법원 455호 법정에서 1심 판결 일부 취소로 2심에서 승소했다. 증거불충분이라는 패소 이유가 2심 때는 사건현장비디오가 증거물로 채택돼 4명의 판사배석 하에 상영됐고, “행사장소에 없었다, 모른다”로 일관했던 ‘전주 이씨 종친회’의 조직적 동원을 인정한 것이다.

페미니스트 사진작가 박영숙씨는 “우리가 하고자 했던 문화적 행위가 사회적인 사건이 되는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인 문화 풍토에 안타까움을 느낀 재판이다”라며 “늦게나마 보다 성숙한 문화 만들기에 좋은 선례를 만들어준 이번 판결은 당연한 귀결이며 신선한 바람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동김성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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