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시 컬처]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강준만 지음, 인물과 사상사 펴냄)
여성혐오의 기원인 가부장제
깨부수면 여성 뿐 아니라
남성도 위한 것
호주제 폐지된 것처럼
가부장제도 사라질 것

 

ⓒ인물과사상사
ⓒ인물과사상사

“오빠들은 가부장제라는 틀을 벗어날 뜻이 전혀 없다. 아니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가부장제는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저서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인물과 사상사)에서 제목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한다. 가부장제를 신봉하는 마초들 중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이같이 설명한다. 지배 세력이 반대 세력에 대해서 관용을 살짝 보여줌으로써, 반대 세력의 날카로움을 뭉툭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IMF 사태’와 ‘아버지 신드롬’, ‘운동 사회 성폭력 뿌리 뽑기 100인 위원회’, 메갈리아의 탄생,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까지 1990년대부터 2018년 5월까지 페미니즘과 관련한 이슈들을 일목정연하게 정리한 이 책에서 강 교수는 스스로에게 가부장제에서 얼마나 자유로운지 질문을 던진다. 숱한 역사적 비극이 불러온 어떤 믿음, “이 세상에 믿을 건 오직 내 가족 밖에 없다”는 믿음 속에서 가족 이기주의가 생겼고 가부장적인 권위는 굳건했다는 것이다.

집에서 ‘딸 바보’인 아빠는 룸살롱에 가선 딸 또래의 여자를 성적 대상을 담는다. ‘고려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에서는 내 아들을 위해서라면 남의 딸을 짓밟는 엄마들도 많다. 깨어있는 여성마저도 시집을 가면 가부장적 며느리의 역할을 강요하당하고 모성 이데올로기의 포로가 되는 시대. 강 교수는 이것을 ‘한국형 가부장제’라고 정의한다. 아내에게 며느리 역할을 요구했던 강 교수는 “두려운 질문이다. ‘나는 자유롭다’고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라 고백한다.

강 교수는 미국 흑인 페미니스트 벨 훅스의 ‘가부장제 사회에 사는 그 누구라도 성차별주의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인용하면서 “가부장제를 깨부수는 것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성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숱한 여성혐오의 주요 기원으로 가부장제를 꼽은 그는 ‘시댁 중심의 결혼 생활이 부담스러워서 결혼을 회피한다’고 답한 여성이 70%가 넘는다는 것을 근거로 꼽는다.

강 교수는 ‘중단 없는 전진’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주눅 들거나 좌절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미 결론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호주제가 폐지된 것처럼 가부장제 역시 사라진다는 것이다.

“오빠도 누이를 돌보는 책임과 고통에서 해방됨으로써 지금보다는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빠의 해방, 그것이 바로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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