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런 우리들의 ‘진짜’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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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언년이에요. 언년아 하면 좀 그러니까 공주라 하고 일 시키는 거예요.”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고인 일렉톤 연주가인 엄진경씨는 생긋 웃으며 자기가 공주임을 부인했다. 그런데 이 일렉톤이 무엇이냐? 전자오르간이냐고 했다간 공주님은 화내고 이 몸은 화 당한다. 전자오르간에서 수십 개 악기 소리 나는 거 봤나? 그래서 오케스트라를 대체하는 악기로 활약하는 거 봤나? 그런데 어떻게 그런 희한한 악기를 공주님이? 공주님은 75년 도미, 뉴욕에서 피아노를 공부했다. 물론 클래식이었다. 그런데 재즈를 하고 싶었다. 그때였다. 지인의 권유로 81년 일본으로 건너가신 게. 그리고 운명처럼 일렉톤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첨벙.

그런데, 공주님은 옷차림도 남다르다. 개성에 개성을 몇 번은 더한 차림이시다. 유행 신경 안 쓰시는가보다란 질문 같지 않은 질문에 공주님이 범상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그냥 꼴리는 대로 해요. (생긋 웃음)”

아니, 그럼 다들 공주님을 알아 뵙고 알아서들 받아주는 것이란 말인가? 안 받아주는 데는 없더란 말인가?

“안 가요. 그런데. 하지만 저쪽에서 필요하면 다 받아주더라구요. 저는 강의할 때도 이대로 선글라스 끼고 강의해요. 처음엔 학생들이 ‘어머?’그랬어요. 그런데 이젠 익숙해졌으니까. 강의만 잘 하면 됐지. 그리고 잘 하니까. (생긋) 그리고 전 학생들이 선글라스 껴도 상관없어요. 선글라스랑 강의랑 상관없잖아요? ”

역시 공주님은 탁 트이셨다. 세상을 넓게 보는 공주님이 쫀쫀한 것에 신경 쓰고, 쓸데없는 것에 목숨 거는 인간과 같을 리 없다. 그런데 공주님은 어떻게 옷들을 구입하시는지요? 황공하오나 이 난이 스타일에 집착하는 곳이라서.

“옷 안 사요. 지금 제가 입은 옷 중에 브래지어만 제가 산 건데? 다들 준 거예요”

역시 공주님에겐 공양이 따르는 법인가?

“어쩌긴요. 그냥 맘에 들어서 달라고 하면, 다들 주던데요? (생긋) 그리고 미국에 있는 사촌 언니가 사서 보내줘요. 제일 작은 사이즈 보면 제 생각이 난다면서요. 전 백화점에 가기가 참 싫어요. 백화점에서 사람들하고 부딪히는 게 너무 싫어”

공주님에겐 공주님 스타일이 있다. 한의사인 모 제보자에 따르면, 자켓도 박스 타입이다. 아니, 박스 타입 유행 지난 지가 언젠데? 아차. 유행 신경 안 쓰신다 하셨지.

“제가 약간 왜소한 체구라서요. 옷을 크게 입는 편이에요. 물론 연주할 때는 끼게 입지만요. 헐렁헐렁한 옷이 좋아요”

공주님의 옷차림엔 범접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 불혹을 넘기신 건 재차 확인했지만(믿을 수가 없어서),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그들과는 확연히 다른 차림이시다. 하긴 그렇다. 누가 남들 따라 옷을 입으라고 법이라도 정했던가? 인간이 소시지도 아닐진대? 공주님은 남는 시간 놀이 삼아, 옷에 가방에 그릇에 그림을 그려 선물하길 즐기신다. 물론 그림은 모두 음표나 높은음자리표다. 또 공주님에겐 매일매일 공주님이 사랑한다고 속삭여주는 강낭콩, 딸기, 토마토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조그만 화단이 있다.

“연주할 때가 제일 좋아요. 5분 연주하기 위해 몇 달을 고생고생 하는데, 그래도 즐거운게요 연주는 마약 같아요. 연주할 땐 모든 걸 잊거든요. 아무 것도 생각 안 나요”

실제로 그랬다. 미천한 내게 일렉톤을 보여주겠노라 몸소 연주를 감행하신 공주님은 무아지경이었다. 공주님 연주를 듣는 이 몸도 무아지경에 빠질 뻔했다. 공주님이 좀 전에 사주신 파스타가 뱃속에서 요동을 치지만 않았어도.

“힘들다 소리하는 것부터 자존심 상해했으면 좋겠어요. 자기 관리를 잘해야 해요. 내가 내 관리를 잘했을 때 주위사람이 날 제대로 대해주지, 나부터 내 관리를 허술히 할 때 날 제대로 대해 줄 것 같아요?”

공주님이 약간 분기 탱천하려는 찰나, 공주님을 수행하는 무수리인 핸드폰이 울렸다. 통화가 끝나자, 공주님 눈에서 별이 빛났다. 안드로메다 별자리 같았다.

“야마하에서 악기를 기증해준대요. 이번에 새로 나온 건데요. 이건 아직 정식 수입도 안 되는 거예요”

그러더니 공주님이 울먹울먹할 새도 없이 후드득 눈물을 흘리셨다. 모든 게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다.

“일렉톤 연주가들에겐요. 계속 돈 벌어 악기값 갚다 보면 인생이 끝난단 말도 있어요. 그게 끝나면 또 새 악기가 나오고. 전 행복한 케이스예요. 악기엔 돈이 안 드니까요. 그렇게 인정 받기까지 일본 사람에게 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어요.(잠시 침묵) 남자친구 생기는 것보다 저런 악기 기증 받는 게 더 행복해요”

눈물을 흘리며 웃으며 그녀가 말했다. 아니, 우리의 공주님이 말씀하셨다.

조은미 기자coo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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