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제297조 강간죄, 이제는 ‘동의’ 여부로 바뀌어야”
“형법 제297조 강간죄, 이제는 ‘동의’ 여부로 바뀌어야”
  • 김서현 기자
  • 승인 2019.09.18 12:09
  • 수정 2019-09-18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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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여성단체 기자회견
국회 법사위에 의견서 제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앞에서 강간죄구성요건의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앞에서 강간죄구성요건의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형법 제297조 강간죄의 구성요건은 폭행과 협박이지만 실제 성폭행 사건의 71.4%는 폭행과 협박이 수반되지 않은 채 피해자의 동의 의사를 무시하고 이루어졌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바꾸라며 여성단체들이 촉구하고 나섰다. 

208개 여성단체가 연명한 ‘강간죄’개정을 위한 연대회의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형법 제297조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로 개정을 촉구했다. 

연대회의는 지난 3월 강간죄 개정을 위해 결성됐다. 발족 후 8차에 걸쳐 운영위원회 회의를 진행하며 운동의 방향과 전략, 실행방안을 모색했으며 법학자, 법조인 등과 함께 전문가 회의를 열어 형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금까지 연대회의는 지난 8월까지 세 차례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박아름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팀 활동가는 “형법 제297조 강간죄를 구성하는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구성요건은 여성의 ‘정조’ 유무가 더 중요했던 가부장적 인식에서 출발했다”며 “지난 66년 동안 강간죄는 단 한 번 개정돼 폭행 또는 협박을 구성요건으로 두고 매우 제한된 피해만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131개 성폭력 상담소 중 66개 성폭력상담소의 2019년 1월부터 3월까지 접수된 강간 상담사례를 살펴본 결과 1030명의 성폭력 피해사례가 있었고 이 중 ‘직접적인 폭행 협박 없이 발생한 성폭력 피해 사례’는 71.4%, 735명에 이르렀다. 직접적인 폭행·협박이 없었던 강간(유사강간 포함) 상담사례는 △가해자가 성폭력 행위 당시 직접적인 폭행·협박 없이도 피해자가 벗어나기 어려워 저항을 포기하는 사례 △가해자가 성폭력 당시 직접적인 폭행·협박 없이도 피해자를 속이거나 피해자가 신체적·정신적으로 무력한 상태를 이용하는 사례로 나뉘었다.
 
최나은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성폭력 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이라는 구성요건은 매우 협소한 경우에만 성립되고 있어 두 번째 유형에 해당하는 성폭력 상담사례 중 상당수가 준강간죄로 포섭이 어려웠다”며 “결국 71.4%의 사건은 법에 따르면 강간이 아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앞에서 열린 강간죄구성요건의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앞에서 열린 강간죄구성요건의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도경은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활동가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8년 한국정부에 대해 형법 제297조를 개정해 피해자의 자유로운 동의의 부재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며 “여러 선진국은 이미 국제적 기준에 따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동의 없는 성적 침해를 강간죄 등으로 규정해 폭행 및 협박 없는 성폭력 사례를 처발한다”고 말했다. 

현혜순 한국여성상담센터 센터장은 지난 7월 발표된 성폭력 무고죄 검찰 통계에 따르면 성폭력 무고 고소 중 82.6%는 불기소 처분으로 종료 됐으며 기소한 사건 중에서도 15.5%는 무죄가 선고됐다고 밝혔다. 그는 “성폭력의 인정 범위가 최협의로 폭행·협박으로 제한하는 것은 성폭력 가해자가 성폭력 피해자를 명예훼손, 무고로 역고소하는 위협을 더 수월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발언을 마치고 연대회의는 1953년 대한민국 형법 제정 당시 성폭력 범죄를 규정하는 형법 제32장의 죄목 ‘정조에 관한 죄’와 ‘폭행·협박’이 쓰인 피켓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연대회의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의견서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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