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기’ 언론시사회

영화 '메기'의 이옥섭 감독. ⓒ엣나인필름
영화 '메기'의 이옥섭 감독. ⓒ엣나인필름

“지금도 많은 여성 감독들이 영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남자 감독들의 독립영화가 나왔다고 해서 남자 감독들의 영화가 많이 나왔다고 하진 않잖아요. 여성 감독들의 시간과 노력이 쌓여서 지금의 기류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독립영화 ‘메기’(26일 개봉)의 이옥섭 감독은 17일 언론시사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영화계는 여성 감독들이 내놓은 독립영화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윤가은 감독의 ‘우리집’은 4만8000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같은 달 29일 개봉한 김보라 감독의 ‘벌새’는 7만 관객을 넘겼다. 저예산 영화지만 세밀한 이야기와 공감 능력을 통해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 감독은 “저도 2009년부터 단편영화 작업을 시작해서 2019년에 개봉하는 것처럼 다른 감독들도 꾸준히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시간이 맞은 것이고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나도 앞선 감독들의 작품을 보고 영화를 하고 싶다고 마음을 먹었다. ‘우리집’과 ‘벌새’, ‘메기’를 보고 나도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의 이 기류가 태풍이 돼서 몰아쳤으면 한다”고 했다.

17일 열린 영화 '메기' 언론시사회 ⓒ김진수 기자
17일 열린 영화 '메기' 언론시사회 ⓒ김진수 기자

이 감독이 연출한 ‘메기’는 병원을 놀라게 한 ‘19금’ 엑스레이 사진과 도심 한복판에 갑자기 등장하는 싱크홀, 지진을 감지하는 메기 등이 엮이며 믿음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미스터리 펑키(파격적인) 코미디이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제안을 받은 이 감독은 배우이자 프로듀서인 구교환과 힘을 합쳐 영화를 만들었다. 배우 이주영과 문소리도 합류했다. 구교환도 배우로 출연했다.

이 감독은 “저도 인권영화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운이 좋게 청년이라는 키워드를 줘서 영화를 만들게 됐다”며 “병원에서 어떤 간호사가 어항을 바라보면서 고민하는 이미지가 영화의 시작이 됐다”고 소개했다.

영화 제목을 메기로 정한 이유에 대해선 “메기의 특성이 생명력이 즐기다. 예민하기도 해서 지구의 변화를 알 수도 있고 어쩌면 여자의 고민에 위로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항에 걸맞지 않은 물고기가 들어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나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영화 '메기'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영화 '메기'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영화는 세 등장인물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간호사 윤영(이주영)을 중심으로 주변을 불신하는 병원 부원장 경진(문소리), 불신의 대상이 되는 윤영의 남자친구 성원(구교환)의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인물에 따라 이야기가 흘러 마치 단편 영화를 한데 묶어 놓은 느낌도 있다.

이주영은 “저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됐다. 내가 어떤 순간을 믿지 않았는지 생각을 했다. 이 영화를 만난 관객들도 자기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다시 한 번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소리는 “윤영이 저에게 세상에 대한 믿음을 주지만 못 믿는다.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되는 게 아닐까. 어렸을 때는 불안했지만 막연한 믿음이 있었는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구교환은 “영화 속에는 여러 키워드들이 있다. 하나로 집중해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89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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