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가 우선, 공인노무사 여성에게 딱!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이해하기, 조화와 화합의 미덕을 갖추기… 공인노무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이런 직업상의 특성 때문에 공인노무사는 여성에게 더 없이 제격인 직업으로 대두되고 있다. 올해 11기를 맞는 공인노무사는 7기 이후 꾸준히 여성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10기의 10%에 이어 올해 11기에는 여성비율이 30% 에 이른다. 여성들에게 새롭게 각광 받고 있는 공인노무사의 직업세계를 여성공인노무사들을 통해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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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고 거친 일로 인식돼 남성들이 다수였던 노무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위더스노무법인의 여성 노무사들.(시계방향으로 강명희, 이인숙, 이희진, 전혜선, 문강분 노무사)

<사진·유영민>

지난 2001년 여성들이 일터에서 느끼는 법적인 고충들을 해결하기 위해 문을 연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5월 20일, 시끌벅적 반상회를 방불케 하는 유쾌한 회의를 마치고 모처럼 선후배들이 모였다. 노무사란 직업의 고충을 솔직히 털어놓는 자리였다.

“노조 있는 사업장들 자문계약 맺을 때는 ‘교섭할 때 밤샘해 줄 수 있습니까’ 그런 얘기 많이 해요. 가정이나 아이가 있으니까 밤늦도록 마라톤 교섭할 때 힘이 들긴 하죠.” 1기 선배인 박성희(47) 노무사가 입을 연다. “애들 다 크잖아요.”5기 임승현(44) 노무사가 묻는다. “아직 중3짜리가 있어. 나는 아닌데 제 3자가 나를 여자라서 힘들 거다 그런 시각으로 볼 때하고 술 같은 거 좀 못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힘든 점이 있지만 그것 때문에 내가 손해를 봤다 그런 거는 없어요.”

노사관계 조정이라는 업무의 특성상 외근이나 야간 작업이 많은 일. 단체 교섭 때는 여자라고 예외가 있을 수 없다.

“밤샘이야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별 문제는 안 돼요. 오히려 아직도 사회 인식이 노무사 그러면 노사 양쪽을 다뤄야 된다는 생각으로 노동은 노동 조합, 거칠다 거칠면 무섭다 그렇게 보면서 여자가 다루기에 좀 거친 업무 아니냐 하는 생각을 해요” 8년차 임승현 노무사는 최근 해고 사건으로 소개를 받아 찾아갔던 회사에서 여자 노무사라는 이유로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그러나 사건이 잘 처리되고 난 후, 오히려 다른 계열사 자문도 다 여자 노무사로 바꾸라는 얘기가 나왔을 만큼 본인의 역량을 인정받는다.

“사람 관계가 얽히다 보니까 법으로 무 자르듯 되는 게 아니더라구요. 제가 상대하는 인사과장이나 이런 분들은 연세가 있으시니까 제 얘기들이 제대로 투영이 안 될 때가 있고 제가 의도한 바대로 관철되지 않을 때가 있어요. 이게 과연 합리적인가, 노사한테 합리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나, 이런 부분들에 대해 고민을 해요. 인간으로서 한계가 있으니까.” 6기 차석을 했던 박선규(34) 노무사가 그간의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그런 건 경력 좀 쌓이면 다 해소가 돼요.”박성희 노무사의 조언이다. “노사 양측 사이에 들어가고 뭔가 의견이 제대로 균형 감각을 갖고 수용되려면 적어도 30대 중·후반은 넘어서야 되겠더라구요.”박선규 노무사의 말. “균형 감각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의 감정을 무시할 수가 없어요. 법은 기본인 거고 정서나 상대방의 감정 상태에 대한 배려를 하면서 사건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의 자문도 그렇고 노동조합도 그렇고 여성이 훨씬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요.”사건을 처리하고 나면 여성에 대한 선입견을 교정시켜 놓는데 200, 300%의 효과를 본다며 업무의 성격에 분명 여성들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 있다는 임 노무사의 지적이다.

일터에서 여성이 겪는 고충 함께 나눠

진입 자체가 여성, 사회, 인사제도, 노동 문제 등 가볍지만은 않은 고민의 연속선상에서 출발하기 때문일까. 인터넷 무료 법률 상담은 물론 사회단체에서 활동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하는 여성들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지원은 이들이 놓지 않고 가져가는 끈이기도.

무엇보다 대체로 묻혀있고 입증하기 어려운 여성 관련 상담. 대학원에서 법여성학을 공부하는 문강분(36) 노무사는 성인지적 관점을 일에 접목시켜야 할 필요성과 그 어려움을 토로한다.

“법적으로는 간접차별까지 허용이 됐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현실적으로 사건화 되기도 어렵고 사건화 되어도 공론화 되기가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성희롱은 물론 차별에 있어서도 인사고과로 승진을 시키는데 여성들은 대체로 인사고과를 낮게 줘서 승진이 안 되는 게 승진차별이다, 이론적으로는 그런 데 사실 입증이 어렵거든요.”

눈에 보이는 차별은 많이 없어졌지만 합리적인 잣대, 중성적인 외피를 쓰고 그 속에 명백히 존재하는 차별은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지적. 얼마 전 있었던 영국문화원 사건을 예로 든다. 한국인으로서는 꽤 높게 승진한 여성이 영국인 원장에게 성희롱 관련 항의 서한을 만드는 과정에서 ‘강등’이 되었던 것. 본국으로부터 축하 편지까지 받았지만 취업 규칙에 1년 안에 번복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어 강등이 되었고, 법적으로는 강등이 아닌 인사처분이라 결론이 났다. 센터는 현재 이 사건을 변호사와 연계하는 쪽으로 고심 중이다.

자연스럽게 소송 대리권 문제가 거론된다. 현재 변호사들과 대립하고 있는 부분. “노무사들이 초기 사건을 다 진행하다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지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요. 그러면 이용자는 또 한번 상당한 비용을 들여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고 별로 돈이 안 되기 때문에 좋은 변호사 찾기도 힘들죠.” 변호사를 찾더라도 2백 만원 가량의 비용이 부담스러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문 노무사는 덧붙인다.

‘소송테크닉만 익히면되는 사안을 완전히 제안해선 안된다’ ‘노동문제의 최고 전문가는 노무사가 아닌가’. 법률 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열어두어야 할 부분이라고 다들 입을 모은다.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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