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내부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은 한 손에는 법전을, 나머지 한 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다. 이 여신상은 모든 이들이 법 앞에 평등함을 상징하고 있지만, 남성중심적 법체계는 여성들에게 공평하지만은 않다. 가정폭력 피해자에 의한 가해자 사망 사건에서 사법부가 피해 여성의 관점에서 정당방위를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자신이 가르치는 여대 학생들에게 “시집가는 게 취직하는 것”이라는 등 성차별적 발언을 한 김모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청구 기각결정 취소소송에서 해임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을 받았다.

김씨는 지난해 6월 소속 대학 교원징계위원회를 거쳐 해임됐다. 수업시간에 한 말이나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자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여자가 시집은 취직이다”, “김치여군에게 하이힐을 제공해라”, “여대는 사라져야 한다”, “그렇게 커서 결혼을 할 수 있겠냐? 여자가 키 크면 장애다”, “(결혼 안 한다고 한 이유가) 문란한 남자생활을 즐기려고?”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여성혐오·비하 발언의 경우 해당 강의의 목적과 취지와 무관하게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저속하거나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며 “김씨의 평소 성차별적 편견에서 기인한 여성 집단 자체에 대한 내부적 혐오의 감정을 비방, 폄훼, 조롱, 비하 등의 방법으로 표현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김씨의 징계사유가 사립학교법에서 정한 ‘교원의 본분에 비치되는 행위’라는 결론이다.

재판부는 “이 대학 1, 2학년 재학 중인 학생들 총 146명이 김씨가 지도하는 수업의 출석을 거부하면서 사퇴를 촉구한 점 등까지 감안해 보면 김씨가 향후 직무를 계속해 수행하는 경우 교수로서의 직무수행의 공정성과 신뢰가 저해될 구체적인 위험도 충분히 발생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씨가 최고 교육기관인 대학 교원의 지위에서 교육 및 지도해야 할 학생들을 대상으로 약 2년 동안 지속적으로 특정 집단에 대한 개인적인 내부의 혐오 감정 또는 편견을 여과 없이 외부로 표현했다”며 “그 상대방, 나아가 해당 집단에 소속된 구성원들에게 정신적·심리적 고통을 주고 그러한 차별과 편견에 동참할 것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행위로서 비난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특히 대학에 갓 입학해 감수성이 예민한 여대생들로서는 여성 집단을 송두리째 혐오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김씨의 저속하고 자극적인 내용의 발언으로 인해 직접적인 모욕의 감정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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